1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사라진 딸을 찾는 신원미상의 여자, 그 혼재한 기억의 파편 속으로

오전에는 마트에서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싱글맘 ‘성옥’은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허름한 빌라의 반지하에서 딸 ‘수빈’과 함께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이른 새벽, 잠에서 깬 성옥은 평소와 미묘하게 달라진 방 안의 흔적들을 더듬으며 깊은 불안을 느낀다. 소지품은 모두 그대로 있는 가운데 딸의 모습만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 자신보다 결코 먼저 일어나는 법이 없던 딸의 갑작스러운 실종과 집 앞에서 마주한 검은 우산을 쓴 남자, 딸이 건네준 인형에 끼워져 있던 추상적인 내용의 쪽지 등…… 모든 것이 두렵고 혼란스럽기만 한 가운데, 성옥은 오직 딸을 찾겠다는 강력한 일념으로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용케 피해 다녔던 사채업자로부터 은신처를 들키는 등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데…….

비교적 단순해 보였던 딸의 실종 사건에서 출발해,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의 근간이 흔들려 무너지는 과정을 지난다는 점에서 초반부 전개는 흡사 ‘비밀은 없다’나 ‘서치’같은 익숙한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본 작품은 미궁 속 진실로 다가가는 과정 그 자체에 스릴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죽은 자의 이름을 이어 받은 소녀, 증명될 신분조차 없었던 한 소녀의 어두운 과거로 힘겹게 나아갔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남는 파편들을 그저 독자에게 제시할 뿐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각자의 이유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잔뜩 날선 상태로 도열하고 있는 이미지가 어느새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스티븐 킹은 『별도 없는 한밤에』를 쓰면서 작중 인물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들은 ‘희망을 아예 잃어버린 사람들은 아니지만, 가장 간절한 희망조차도 때로는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백미러가 없다」 역시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사족이지만 제목에 함께 쓰인 영문을 봤을 때 1965년 당시 밥 딜런의 영국 투어를 담은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 ‘돌아보지 마라(Don’t Look Back)’가 바로 떠올랐다. 나이 지긋한 타임지 기자와 거침없이 싸우는 등 스물 셋 밥 딜런의 패기 넘치는 모습들이 비중있게 나오지만, 끝내 무정부주의자라는 비난을 들으며 떠나던 그의 뒷모습 또한 처연한 심상으로 남았기 때문일까. 돌아보지 않고, 돌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끝 간 데 없이 질주하는 이야기를 함께 만나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