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변방 가문의 임시 가주로 길러진 여성의 가슴 벅찬 대서사시

정복 군주 리처드와 대마법사 헬레네가 세운 통일 왕국이 무너지고, 리처드의 후계자가 세운 작은 나라 ‘바트리올’. 바트리올 서쪽의 척박한 땅에 위치한 유서 깊은 귀족 가문 ‘탈콘’의 가주인 맥시안이 죽은 이후, 맥시안의 어린 아들 ‘에르도안’을 대신해 입양된 딸 ‘바레타’가 임시로 자작의 자리에 오른다. 바레타가 작위를 맡을 수 있는 기간은 에르도안이 성인이 되기까지 단 5년. 용병의 딸이자 평민이었던 바레타가 가주가 된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에르도안과 가신들, 그리고 탈콘의 사람들은 귀족이자 수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모두 갖춘 그녀가 단시간에 탈콘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 점차 존경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바레타는 돌아갈 곳이 없는 여성 죄수를 사면해 살 곳을 마련해 주고, 약탈을 일삼는 산적 무리를 일망타진하여 부족한 인력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황무지 개간에 투입한다. 부당한 이유로 삶의 터전을 잃고 산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사정을 알고 영지 간 결투에 응하여 압승하고, 무도회에서 가문의 모욕을 당하지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기발한 방법으로 가문의 명예와 긍지를 지킨다. 외부 사람인 바레타가 자작이 된 것에 반감이 있었던 에르도안은 그녀의 치세 아래 융성한 탈콘의 모습을 보고 존경하게 되고 기사 시험을 통해 바레타를 향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차기 황제를 뽑는 헌쉐를 앞두고 여성은 고위 관직자가 될 수 없는 바트리올을 변혁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비밀리에 움직이는 가운데 탈콘은 야만인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임기가 끝나가는 바레타 자작의 예상된 말로로 혼란에 휩싸인다.

적통이 아닌 입양아인 바레타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야망이 넘치는 여성이다. 탈콘의 임시 가주로 길러진 그녀는 통솔력이 있는 것은 물론 문무에 능하고 성정이 대담하며 냉철하지만 남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또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탈콘의 부흥에 힘쓰고 나아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연대하는 모습은 가슴 벅찬 감동을 준다. 2,000매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낯선 판타지 세계관임에도 도입부의 장벽이 낮고 사건의 전개를 통해 온갖 군상과 유려한 감정선을 잘 드러내며 다양한 여성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희망으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느긋하게 진행되던 에르도안의 짝사랑은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이후 날로 애절함을 더해가는데 사건과 맞물려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