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지금 이 사회를 겨누는 이야기

올해로 마흔 셋의 ‘배인덕’은 젊을 적 아버지 인맥으로 운 좋게 취업한 뒤, 경기도 군소 지역의 작은 사업소에서 22년째 근속 중이다. 요즘 세대는 취업난으로 죽을 노릇이라지만 인덕은 도무지 걱정이랄 게 없었다. 터줏대감 노릇하며 아래로는 신입들을 깔고 앉아 빈둥거리고, 상사인 계장에게는 적당한 협조와 회유를 반복하며 만사태평한 조직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바닥 생리가 다 그렇듯이 순리대로 살고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근 3년 전, 서울에서 웬 ‘미친년’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뺑덕어멈 수난기」는 읽는 것이 고통스러울 만큼 위계에 의한 각종 폭력이 거침없는 문장으로 난입해 들어온다. 모든 조직 간의 네트워크가 인맥으로 연결된 폐쇄적인 특수성 속에서, 업무 수완이 뛰어난 외지인 여직원의 존재를 어떻게 해체시켜 나가는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는다. 피해자는 내내 ‘미친년’으로 호칭되다가 끝에 가서야 이름이 드러나고, 발화 장면 또한 극히 드물다.

그리고 마치 이것이 삶의 모습임을 적시하듯, 이야기는 독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계속해 배반한다. 따라서 철저히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현대판 ‘뺑덕어멈’에 대한 완결성 있는 복수담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한 직장 내 괴롭힘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 즉 지금 이 사회의 시계를 긴밀하게 겨누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