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뒤로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지는 매력적인 세계

브릿G 초기부터 꾸준한 연재로 계속적인 사랑을 받아온 『낙원과의 이별』이 곧 100화를 앞두고 있다. 브릿G에 최근 들어온 독자분도 분명 계실 것이므로 터줏대감 같은 이 작품을 새삼 소개하자면, ‘여성도 황위를 물려받는 일이 가능한 가상의 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역사 판타지 로맨스’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으나 이런 설명 따위로 이 작품의 매력을 다 전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주요 등장인물이라 꼽을 만한 캐릭터들도 이미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실정이고, 게다가 그들을 부르는 호칭이 비슷비슷하여 상당히 헷갈리는 탓에 작품의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점은 90회가 넘어가는 현 시점에서도 해결되었다 보기는 어렵지만,(가끔씩 몰아서 읽을 때면 바로 옆 창에 황실 계보를 켜 놓고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물의 성격이 분명하고 사건들 전개가 흥미진진하여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뒤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여타 소설에 비해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심지어 현 시점 기준으로 이미 고인이 된 인물들조차 성격이나 나름의 역사를 갖고 있기에 이야기가 곁가지로 빠져나가거나 중구난방으로 흩어질 만도 하건만, 작가의 세심한 안배로 이야기는 점점 넓고 깊어지며 윤택해지고 있다.

참고로 이 말을 꼭 덧붙이고 싶다. 혹시 이 글로 『낙원과의 이별』에 입문하려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부디 꼭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어 보시기를. 뭐, 물론 이 말을 붙이지 않아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아마 헤어 나오기 어려우시리라고 생각은 들지만.

2017년 2월 둘째 주 편집부 추천작

꼼꼼한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 작가가 작정하고 만들어낸 가상 역사 로맨스

브릿G 연재가 초기(아니 태동기인가?)인 지금, 판타지와 로맨스 작품이(혹은 판타지 로맨스 작품이) 대체로 많이 올라오고 있는 중에 이 작품이 단연 눈에 띈 것은 성실 연재의 공이 컸다.

물론 작가가(평이므로 높임은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성실히 올린다고 해서, 그 뒤의 부분들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눈길이 가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추천평을 쓰는 마당에 쓴소리부터 먼저 하자니 아쉽기는 하다. 이 작품은 확실히 독자에게 인내심을 요구한다. 본디 가상의 세계를 구성함에 있어서 누구누구라는 인물이 있소, 여기는 어떤 곳이오 하는 설명을 백과사전처럼 일일이 늘어놓는 것처럼 촌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고 세련된 전개 방식이라 함은 독자가 자연스럽게 낯선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그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세계관을 탐지하게 되는 것이 낫다고 보는 입장이기는 하다. 그래서 작가가 꼼꼼히 준비한 세계관을 알게 되는 과정이 더디다고 해서, 그 점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작가는 작품을 전개하기에 앞서서 매우 꼼꼼하고 섬세한 설정을 해두었다. 속국까지 존재하는 강력한 대한제국(괜히 그것만으로도 속 시원한 설정이다.), 아랍 문화권을 연상시키는 나라와의 전쟁과 황실의 권력 암투, 성격이 분명한 캐릭터들의 복잡한 관계선, 여성도(심지어 황녀조차) 군복무를 하는 문화 등등 낯선 듯 익숙한 듯 치고 들어오는 설정 등에는 분명 매력이 있다. 로맨스라면 흔히 보이는 여성의 무리한 정조(그럼에도 남자는 경력 만렙이라든가) 개념도 없고, 특히 주인공 캐릭터가 갖는 자유분방한 강함이 읽다 보면 어느새 깊숙이 각인되고 이 새로운 대한제국의 상황이 궁금해져서, 회차가 10회를 넘어가는 와중에도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XX대군, XX친왕, XX황후 등이 너무나 많이 난무하는 데다 주요 등장인물이 초장부터 줄줄이 밀려오는 탓에, 그 세세하고 꼼꼼한 설정이 초반의 몰입을 확실히 방해하기는 한다.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려면 머리굴림을 좀 해야 한다.(아, 머리를 어깨 위에 달고 있으니 쓰라는 작가의 배려인가?) 황실 배경이다 보니, 한 명을 지칭하는 명칭이 많아서 그 점도 좀 혼란스럽고. 가상의 세계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설정에서 좀 더 독자가 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배려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굴려가며 인내심을 발휘하시기를 감히 추천하는 이유는, 작가가 세심하게 깔아둔 설정들이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그 위를 굴러가는 이야기가 더없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20회가 넘어가는 지금, 슬슬 주인공들의 과거가 양파 까듯 나올 낌새가 보이는데, 아마도 과거의 그 사람이 이 사람이 아닐까 하고 혼자 추측하며 뒷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는 점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