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넷째 주 편집부 추천작

너무나 당연했던 인과의 비극,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누군가의 선택을 가정해보자.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피해자가 친부에게 살해된 친모를 눈앞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친모를 살해한 친부를 죽이고 그 칼로 자살한 남자의 비극. 한 가정이 이토록 처절하게 파멸한 비극의 끝에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돌이킬 수 없는 잔인한 운명의 인과에 갇혀 꼼짝없이 죽어있을 때, 남자에게 은밀한 목소리가 속삭였기 때문이다. 과거로 세 번 돌아갈 기회를 주겠노라고.

한편, 대학가에서 수개월째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여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중 여자의 처지를 눈치 채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한 남자가 나타난다. 남자는 친절했고, 여자를 뒤흔들던 고통의 빈틈에는 당연한 수순처럼 사랑이 자리를 틀기 시작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운명이라는 잔혹함은 스토커에게 살해당하는 남자의 최후를 내보이고, 목소리는 또 한 번의 속삭임을 전해 온다. 당신을 과거로 세 번 돌아가게 해주겠노라고.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이처럼 두 인물사를 빠르게 교차시키며 비극의 인과를 넘나드는 이야기다. 그들 앞에 운명처럼 놓여졌던 죽음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 노력들이 반복되지만, 시간을 되돌릴수록 강력하게 묶인 선택과 인과의 힘은 비극의 강도를 더해갈 따름이다.

그러나 비극으로 점철된 이야기 속에서도 이 작품의 탁월함은 놀랍도록 빛난다. 타임리프의 설정을 영민하게 차용해 교차적으로 직조해낸 서사 구조, 그 구조를 통해 핵심 반전에 독자들을 점진적으로 가닿게 만드는 필력, 착실히 쌓아올린 복선들을 풀어내는 성실함, 넘나든 시간마다 현장에 놓여 있던 ‘나이프’ 그 자체를 비극의 매개로 활용하는 아이디어, 잔혹한 운명이 드리워진 인간사의 절절한 감정들까지 고루 훌륭하게 다뤄낸다.

가정 폭력으로 얼룩진 비극의 끝에서 ‘시간’으로 운명을 바꾸려했던 이들의 노력이 처절하게 담긴 이야기를, 고되고 가슴절절한 이 분투의 기록을 꼭 끝까지 따라가보시라고 깊이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