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 탐사를 수월하기 해내기 위해서 지구의 과학자들은 무려 18m짜리 인간형 로봇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탐사 과정도 순조롭다. 만드는 중에 누군가의 영혼을 갈아넣는다든지, 파일럿이 전투를 벌인다든지, 파일럿이 끔찍한 참사를 겪는다든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구인들은 행성 개척 1세대가 되어 무리없이 적응한다. 다만 그 18m의 기계 육신에 행성 개척 1세대들이 지나치게 익숙해졌다는 것이 문제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람들은 ‘수트’의 크기를 키워나간다. 그러는 동안, 인체의 신경 전달 속도가 다소 느려진다. 지구 인간의 신경 전달에 의한 반응 속도는 0.12초, 개척 1세대들의 반응 속도는 0.21초. 고작 0.09초 차이. 그러나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온다. 그것을 진화라고 할지, 혹은 퇴보라고 할지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달린 일이다. 소설 밖에 있는, 저 세계로부터 완벽하게 유리된 독자들은 과감히 퇴보라고 말하겠지만, 소설 안의 화자들은 그것을 진화라고 말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는 인류의 끊임없는 성장, 팽창, 확장의 과정을 거대 로봇의 기체에 올라탄 인간에 빗대어 표현했다. 이야기는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듯 부드러운 문장으로 진행되지만 그 내용까지 상냥하지 않다. 오히려 결말까지 치닫는 과정에는 비현실적인 낙관이 없고, 이 적확한 묘사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마지막 문단에 이르러서는 제목이 주는 임팩트에 전율하게 된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