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지구에 방문하게 된 한 외계인의 회고담으로 시작한다. 그는 처음 지구에 머물 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바(bar)에서 일을 하며 지냈던 시절을 떠올린다. 당시 그는 인간 기준으로 여성의 외향을 하고 있었는데 이유는 그가 규소 기반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였기 때문에 지구의 인간들과 비슷하게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 깎아내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했기 때문이었고, 무엇보다도 본인 역시 인간 여성이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술에 거나하게 취한 채 그가 일하던 바를 찾아오고, 대뜸 미소를 보내며 설레는 접근을 해 온다.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은 외계인은 다음 날 연구자로 일하는 여자의 실험실에 같이 방문하기로 하고 열락과 환희에 찬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그렇게 별난 만남으로 시작해 애인이 된 여자는 6년 후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그는 별안간 애인의 DNA가 담긴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 간직하겠다고 말하는데…….
「내 애인은 DNA」는 수십 년의 수명 내에서 죽고 사라지는 인간과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외계인 연인을 중심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변주되는 그들만의 별난 실험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독특한 과학적 발상을 애틋한 로맨스로 담아낸 서정적인 SF단편이다. 애초에 기반 물질 자체가 다르게 구성된 이들이 서로 변화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채 서로의 관계를 존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 자체가 다소 기괴하면서도 더없이 로맨틱하게 그려진다. 숱한 변주를 거치면서도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에 불과했을 테니,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