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멸족의 위기에서 태동하는 삶과 죽음의 서사

다른 부족의 침략으로 피신한 부족 사람들은 동굴에 몸을 숨긴 채 지낸다. 이마에 반달무늬가 있는 아이 ‘달님’을 출산한 ‘현’은 이후 고통 속에서 사망하고 아이를 받은 약초 전문가 ‘화’는 짐승의 젖을 먹이며 아이를 양육한다. 침략의 이유를 아이의 탓으로 돌리는 부족 사람들, 과업을 이루기 위해 선대의 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사장, 그들은 마침내 산과 계곡을 넘어 어느 기슭에 정착한다. 사냥꾼 ‘율’은 숲에서 어깨너비만 한 짐승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아이와 함께 사냥 연습을 하러 나갔다가 숲 한가운데서 아이를 잃어버린다.

어느 한 부족의 생존을 위한 사투를 그린 「수(獸)」는 짧은 이야기 안에 한 부족이 멸족하는 과정을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탄생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격정적인 정서 가운데서도 섬세하고 담담한 필치, 배경인 선사시대와 시대적 인물상의 생생한 묘사,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인한 감정적 전이,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보살핌과 사랑이 인상적이다. 개인의 죽음과 부족의 죽음이 만나 도입부로 귀결하는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