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왜 엠마에게 묻지 않았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라는 작품이 있다. 사고를 당한 한 남자가 죽음 직전에 남긴 말을 토대로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작품인데, 묘하게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이 작품의 가정부 로봇 엠마와 에번스가 교차 연상되는 바람에 패러디를 해 보았다. “왜 그들은 엠마에게 묻지 않았을까?” 머신 러닝에 대한 인류의 공포를 독특하게 고찰한 단편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신선한 재미와 공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흔히 AI의 진보가 인류를 능가하게 되는 순간 세계가 전복될 거라는 공포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작품에서 엠마가 보이는 행보는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부려먹은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응징과는 결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살인사건의 용의자(이며 범인)는 내가 아니면 그녀이므로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다만 궁금해지는 것은 하나, 추리소설의 또 다른 원동력 “왜?”인데, 이 부분은 후반부에 다소 엉뚱한 그림으로 독자를 놀라게 할 것이다. 부유한 친구의 점심 초대에 유유자적 놀러갔다가, 배가 갈라진 채 죽어 있는 친구의 시체를 발견한 주인공. 스피디한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고, 플롯에 다소 구멍이 있을지언정 처키처럼 전진하는 엠마의 공포는 가볍지 않다. 이야기 초반에는 도박이나 하는 백수 캐릭터를 연상케 했던 옆집 아저씨가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는 철학, 유머, 액션을 겸비한 매력쟁이 만능 탐정으로 변모하니, 그 재미도 놓치지 말자.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