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어찌 되었든 그들은 동방예의지국의 귀신이므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여기, ‘귀신을 만나도 예의만 차리면 산다’에 딱 어울릴 이야기가 있다. 화자의 친구는 유명 호텔의 룸메이드로 성실한 근무 끝에 VIP들이 이용하는 객실이 있는 R층을 맡게 된다. 청소를 하려던 그녀는 그날따라 방에 사용감이 전혀 없고, 창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하얗기만 하다는 사실에 놀라 복도로 뛰어나간다. 평소처럼 동료들이 움직이고 있어야 할 복도는 텅 비어 있고, 그 적막한 고요에 겁을 먹은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원 휴게실이 있는 지하 2층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가 맞닥뜨린 것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하이힐로, 신발을 신고 있는 두 다리 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혼이 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 그녀의 머리에 불현듯 떠오른 선배의 말, 그것은 ‘호텔에 손님이 지나가면 반드시 예의바른 인사를 해라. 그것이 어떤 손님이든.’이라는 충고였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겪은’ 섬뜩한 체험을 차근차근 털어놓는 「GW 호텔의 R층.」은 정말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도시 괴담이다. 작품의 시각적, 청각적 효과가 풍부하여 읽는 이의 머릿속에 어둑한 복도를 통과해 다가오는 기묘한 존재들의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우연히 귀계를 접한 주인공이 예를 갖추어 위기를 탈출하게 되는 상황은 귀신이나 도깨비가 해를 끼치기보다는 선인에게는 보답하고 악인을 징벌하며 평범한 사람들은 제 삶으로 돌려주던 시절의 구전 민담을 보는 듯하다. 그러니 안심하고 섬뜩한 도시 괴담을 즐겨 보도록 하자.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