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워그레이브 판사와 베라 클레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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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한국어 판 출간에 부쳐
 

 

나는 한국에서 우리 할머니의 작품을 정식으로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 할머니가 1920년부터 1970년 무렵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집필한 작품들은 21세기인 지금 읽어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등장 인물들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요즘 사람들과 다를 바 없고 이들이 등장하는 상황과 장소가 전 세계 사람들의 애정과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한국 독자들은 이번에 새로 나온 정식 한국어 판을 통해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일부 작품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한국에 새로운 세대의 애거서 크리스티 팬들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대표적인 두 명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14권의 작품에 등장하는 마플 양은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뜨개질과 수다로 소일하는 미혼의 할머니이지만, 놀라운 기억력과 날카로운 두뇌 회전으로 주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마플 양과 상반되는 성격을 지닌 에르퀼 푸아로는 자신만만하고 콧수염을 포함한 자신의 외모와 벨기에라는 국적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그는 이집트와 이라크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수수께끼를 해결하며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나일 강의 죽음 Death On The Nile』,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The Murder Of Roger Ackroyd』 등 애거서 크리스티의 여러 대표작에 모습을 드러낸다.

 

황금가지의 대담하고 참신한 표지와 전반적인 디자인 덕분에 작품의 성격이 잘 살아난 것 같아 기쁘다. 또한 한국 독자들이 할머니의 원작이 지닌 참된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충실한 번역을 위해 애써 준 점도 높이 사고 싶다.

 

할머니의 작품이 20세기의 그 어떤 작가들보다 많이 팔리고 있는 이유는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한국 독자들도 황금가지에서 선보이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을 즐겁게 감상하기를 바란다.

 

 
매튜 프리처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손자 / ACL 이사장

 

 

 

 

제1장

 

I

 

최근 판사직에서 물러난 워그레이브 판사는 흡연자용 일등칸 구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흥미로운 눈길로 《타임스》의 정치면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는 신문을 내려놓고 창밖으로 눈길을 던졌다. 기차는 서머셋을 지나고 있었다. 그는 손목 시계를 보았다. 앞으로 두 시간을 더 가야했다.

 

그는 여러 신문에 게재되었던 병정 섬에 대한 기사를 떠올렸다. 원래 그 섬은 요트에 미친 어떤 미국인 백만장자의 소유였다. 그는 데번 해안에서 멀지 않은 그 작은 섬에 호화로운 현대식 저택을 세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의 세 번째 아내가 배 타는 것을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저택과 섬이 매물로 나온 터였다.

 

여러 신문에 요란스러운 광고가 몇 차례 실렸다. 그러더니 그 섬이 ‘오웬’이라는 사람에게 팔렸다는 짤막한 기사가 나왔다. 그것을 필두로 여러가지 추측 기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병정 섬을 산 오웬이란 사람은 사실 할리우드의 영화 배우인 가브리엘 터를 양으로,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1년 중 몇 달을 그 섬에서 지낼 계획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비지 비》에서는 그 섬이 영국 왕실의 별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비쳤고, 《미스터 메리웨더》에서는 그섬이 신혼 여행을 위해서 매입된 것이라고 했다. 젊은 L경이 마침내 큐피드의 화살을 맞았다는 것이다. 《조너스》에서는 사실이라고 단언하면서 그 섬은 일반에 알려져서는 안 될 실험을 위해 영국 해군본부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떠들어 댔다.

 

병정 섬은 분명 대단한 뉴스거리였다!

 

워그레이브 판사는 주머니에서 한 통의 편지를 꺼냈다. 필적은 거의 알아볼 수 없었지만, 뜻밖에도 군데군데 명확히 알아볼 수 있는 단어들이 있었다.

 

친애하는 로렌스…… 오랫동안 당신 소식을 듣지 못했…… 병정 섬에 꼭 와 주었으면…… 그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지난날들을…… 자연과 더불어…… 태양 아래서…… 패딩턴발 12시 40분 열차를 타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