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탐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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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낯선 곳에서 깨어났다.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겨우 일으키자 정면에 비치 된 커다란 거울이 자신의 알몸을 비추고 있었다. 어젯밤을 기억해내려 했으나 황 부장의 권유로 내키지 않은 회식 자리에 참석한 일만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빠져 나왔다. 뜨거운 물을 틀어 놓고 한 시간 가량 샤워를 했으나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평소 그녀는 아무리 술에 취해도 아무 남자와 잠을 자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회식 자리에 있던 직장 동료라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역겨운 인간들이었다. 결코 그녀가 먼저 유혹 했을 리는 없었다. 밤새 성폭행을 당한 거라고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성폭행. 평생 그녀와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대학생 시절에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원숭이 같은 남자들과는 절대로 함께 자주지 않았다. 엘리트 코스를 차례로 밟고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직장에 들어간 이후 수준 떨어지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면 주변에 얼씬 거리지도 못하게 했다. 때문에 그녀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남자는 없었다. 뉴스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에 대해서 나올 때도 남자 쪽이 얼마나 쉽게 생각했으면 그런 짓을 당했을까 비웃은 적도 있었다.

그녀는 회식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회식을 처음 제의했던 황 부장은 40대 중반의 가장이었다. 음흉한 눈으로 그녀의 치마 속이나 가슴 골을 훔쳐보는 속물이었다. 회식 자리에서도 몇 번이나 술을 권하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게 했던 일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이 차장은 30대 후반의 노총각으로 그녀에게 고백했다가 거절 당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미움이 서려 있었다. 입사 동기인 이 대리는 30대 초반의 빠릿빠릿한 일꾼이었으나 여자를 다소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성희롱에 가까운 수작을 걸었지만 소란스러워지는 게 싫어 웃어 넘겨주었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