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의 완성

  • 장르: 판타지, 로맨스 | 태그: #음악 #악보
  • 분량: 11매
  • 소개: 남자가 악보를 쓰다가 멈추면 세상의 시간이 멈춘다. 그런 그는 어느 날 악보 쓰기를 관두고 만다. 더보기

악보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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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빈 악보를 펼치자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남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떠올린 첫번째 음표를 악보에 그렸다. 그러자 완전히 잠기지 않은 수도꼭지의 첫번째 물방울이 떨어져내렸다. 남자가 두번째 음표를 그리자 반쯤 열린 창문으로 바람 한 줄기가 비집고 들어왔다. 남자가 세번째 음표를 그리자 그 바람의 남자의 목덜미를 스쳤다. 남자는 머릿속의 음을 기호로 남기는데 주저함이 없었기 때문에 시간은 남자가 빈 악보의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만큼만 멈췄다.

하지만 눈이 내리는 날 남자는 악보를 쓰던 도중 창밖을 내다보고 말았다. 눈들은 하늘에 붙박혀서 그대로 있었고, 깜짝 놀란 남자는 악보를 내팽개치고 문 밖으로 나섰다. 눈송이들은 남자의 몸에 닿고 나서야 천천히 녹아내렸다. 남자는 흠뻑 젖으며 거리를 돌아다닌 다음에야 시간이 흐르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그 뒤로 남자는 가끔씩 악보 쓰기를 멈추고 아무도 방해하지 못할 산책을 이어갔다.

남자는 그런 행동이 자신의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악보를 쓰다말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느라 남자의 음악은 자연스러움과 멀어졌다. 그것은 남자가 만든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남자의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 않게 되었다. 남자는 팔리지 않는 악보 때문에 주눅들었고 악보를 쓰다가 멈추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자연히 악보는 더 팔리지 않았고 남자는 점점 더 악보를 쓰는 시간을 줄였다.

어느 날 남자는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악보를 쓰다가 멈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직 악보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고 카페에 앉은 사람들의 커피에 액젓을 타는 장난을 치거나, 은행에서 돈을 훔친 다음 지갑에 넣을 수 있는만큼 넣고 나머지는 허공에 뿌렸다. 돈은 흩뿌려진 그대로 떠있었다.

 

여자는 허공에서 돈을 집었다.

세상에 모든 것의 시간이 멈추었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았다. 여자는 어렸을 때부터 시간이 종종 멈춘다는걸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이따금 있는 지연된 시간을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게 되었고, 왜 시간이 멈추었는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자신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