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 장르: 판타지 | 태그: #판타지 #권선징악
  • 분량: 47매
  • 소개: 아이는 방긋 웃더니 쪼르르 달려갔다. 나그네의 눈은 아이의 뒷모습을 좇았다. 아이가 어느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자 나그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더보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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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였다. 나그네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남루한 차림에 꾀죄죄한 얼굴을 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아이는 나그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머니에서 딱딱한 빵 한조각을 꺼내어 내밀었다. 자기몫으로도 부족할 작은 조각이었지만 아이는 개의치 않았다.
나그네는 멍하니 빵조각을 받아들었다. 아이는 방긋 웃더니 쪼르르 달려갔다. 나그네의 눈은 아이의 뒷모습을 좇았다. 아이가 어느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자 나그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차가운 미소였다.

* * *

헨리씨는 갑작스런 방문에 놀랐다. 검은 망토에 검은 후드를 눌러쓴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방문자는 그의 아이 중 한명을 팔라고 했다. 기근으로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 아이는 무려 여덟명이었기에 헨리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방문자가 고른 아이는 대여섯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였다.

* * *

방문자를 따라 온 여자아이는 어둡고 깊은 숲속에 집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역시 낡은 오두막이었지만 자신이 살던 집에 비하면 굉장히 좋은 집이었다.
“여기에서 사는 건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후드를 걷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뾰족한 귀가 보였다. 그러나 아이는 그의 귀보다는 안색에 주목했다.
“아저씨, 안색이 창백해요!”
“……”
“햇빛을 못봐서 그런가요? 아니면 몸이 안좋으세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한쪽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 아이의 눈에 부엌의 모습이 비쳐졌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드시게요? 곧 준비할게요.”
아이는 익숙하다는 듯 식기들과 음식재료를 찾아 꺼냈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그런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식탁위에 놓인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몇페이지인가 읽었을때, 아이는 상을 차려 내왔다.
“모르는 재료가 많아서 제가 아는 걸로만 했어요.”
아이가 웃으며 말하자 남자는 자신이 읽던 책을 아이에게 건넸다. 엉겁결에 책을 받아든 아이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저 글 읽을 줄 모르는데요?”
막 음식을 입에 넣던 남자는 그 말에 아이를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음식을 먹기시작했다. 아이도 자기가 열심히 만든 요리들을 먹었다. 예전보다 맛이 좋아졌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식사가 끝나고 남자는 아이를 한쪽 방으로 데려갔다. 작은 침대가 있는 그 방은 아이가 헨리씨 집에서 여덟명의 아이들이 부대껴 자던 방보다도 약간 컸다. 침대 옆에는 작은 창문과 탁자가 있었다. 아이는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가 제 방인가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아저씨는 어디서 주무세요?”
남자는 한쪽문을 가리켰다. 아이의 방 바로 옆방이었다.
밖은 이미 해가 져서 어두컴컴했다. 남자는 침대를 가리켰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자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는 새 침대에 누워 금새 잠이 들었다. 남자는 한동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 *

그 후로 아이는 집안일을 하며 저녁에는 글을 배웠다. 남자는 글을 가르칠 때 외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왜 그렇게 말을 거의 안해요?”
“……”
글을 배우던 중에 아이가 물었다. 남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무언가 글을 썼다. 아이는 읽어보려 했으나 모르는 글자가 너무 많았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아이가 물어보았으나 남자는 고개짓을 할 뿐이었다. 아이는 그동안 배운 것들을 곰곰히 생각하며 차근차근 문장을 읽어나갔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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