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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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얼굴 말하는 거지? 그 관동군 대좌라는 사람?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지도 않는데..’

 

표류하는 감정과 방향성 없는 의문이 세일은 바로 다시 잠속으로 끌어당긴다.

 

방해받아 끊어진 꿈 역시 바로 이어진다.

 

이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인물이 꿈속을 부유하고 다닌다.

 

“얼굴을 잘 봐.”

 

모든 꿈속의 사물이 그러하듯이 흐릿하고 불분명한 형상이지만 너무나 친숙한 얼굴이다.

 

“이미 누구인지 알고 있잖아?”

 

‘그게 나한테 무슨 의미지? 곧 깨어날 텐데.. 깨어나면 잊힐게 무슨 의미가 있지?’

 

‘곧 깨어난다’는 문장이 꿈속에서도 기이한 불안감을 세일에게 선사한다.

 

세일은 한참을 꿈에 시달리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평소보다 조금은 느지막하게 출근을 해보아도 좀처럼 꿈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여전히 꿈속에서 헤매고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평소보다 더 멍한 표정으로 생기 없이 시계를 바라보는 세일을 김 노인이 유심히 바라본다.

 

“왜? 점점 더 꿈을 많이 꾸게 되나?”

 

김 노인이 먼저 말을 걸어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등 뒤에서 들려오는 질문에 세일은 흠칫 놀랐다.

 

“.. 모르겠습니다. 요번 주만 지나면 정사원 되고.. 혼자 근무 설 것 생각하니 부담 돼서 그런가 봐요..”

 

어쩌면 선영과의 약속 전 하루를 꼬박 새운 여파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변명하듯 둘러댄 세일의 대답이 마음에 걸리는지,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김 노인이 한참 동안 세일을 바라본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무언의 시선에 좀처럼 시계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이세일씨 이제 혼자서 근무 서게 되면.. 손잡이를 당길 상황이 오면 혼자 판단하고 혼자 결정해야겠네?”

 

‘판단이라 할만한 게 있나.. 3시 넘어가면 그냥 손잡이 당기면 끝나는건데..’

 

세일은 굳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날.. 나랑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도 세일 씨처럼 수습 기간이었어. 사무실에 들어온 지 한 2개월쯤 되었을 거야..”

 

청하지도 않았던 갑작스러운 김 노인의 이야기에 무의식적으로 세일의 시선이 돌아간다.

 

김 노인이 세일을 바라보며 손짓으로 시계를 가리킨다.

 

“한번 박 형의 충신 노릇을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지키라고…”

 

세일이 다시 시계로 시선을 돌리자 김 노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김 씨는 이미 정식 근무를 서고 있었어.. 얼핏 기억하기론 몇 년째 일했다고 했던 거 같아. 그때는 사무실에 사람도 지금보다는 많았단 말이지? 아마 박형은 정식 근무를 안 서고 가끔 사무실을 방문해서 비품들을 챙기거나 사람들이 아프거나, 휴가를 신청 할 때만 나와서 대신 근무를 서곤 했었지. 뭐… 그런 게 박형한테는 더 어울리잖아? 관리자고.. 교사고..”

 

‘ 가르침을 주고 길을 보여주는 것은 나의 역할이요. ‘

 

교사라는 단어가 서울 정부 종합 청사에서 박 노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깐 그날 정식 근무는 김 씨.. 나와 무명의 그 친구는 엄마 오리 따라가는 새끼 때처럼 나란히 앉아서 열심히 시계만 보고 있었고.. 그리고 박형이 갑자기 사무실에 들렀단 말이지? 뭐 그때 상황에선 딱히 이상할 건 없었지만..”

 

김 노인의 말에 4명의 사람으로 복작거리는 사무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아주 지랄 맞게 더웠어. 우리 사무실이 그래도 외부 공기는 잘 막아줘서 어지간한 더위면 견딜 만 한데 그날은 숨이 턱턱 막히더라고. 사무실 철문을 조금 열어 두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김 씨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어. 뭐 어쩌겠어? 이놈의 비밀 많은 사무실에서 그거 근무 중에 열어두면 안 되나 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참고 있었지.”

 

대꾸 없이 혼자만 이야기 하는 게 지치는지 김 노인은 잠깐 숨을 내몰아 쉰다.

 

“그런데 박형이 커다란 양동이 3개에 얼음을 꽉꽉 채워서 들고 오더라고. 야.. 어찌나 고맙고 사람이 달라 보이던지. 세일 씨도 박형 인상이 어떤지는 잘 알잖아? 전혀 그런 거 챙기고 할 거 같지 않은 사람이 그러니깐 더 감동적인 거야. ‘지나가다 힘들 거 같아 잠깐 들렀네.’ 말도 아주 어쩜 그리 멋지게 하던지… 그런데 그날 박형이 때마침 사무실에 들르지 않았다면 우리가 한여름 더위에 숨 막혀 죽는 거 말고 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참..”

 

‘이야기 하는 거 들어보면 딱히 박 영감님 탓할만한 일이 있었을 것 같지 않은데..’

 

김 노인의 이야기는 또 한참이나 멈추어 있다.

 

“저.. 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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