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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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군 대좌 마쓰모토 이오리]

 

세일은 등록되어 있지 않은 연락처로부터 전송된 문자를 한참 동안 바라만 보았다.

 

보낸 이는 짐작이 가나 그 뜻과 의도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와중에 선영으로부터의 답변 문자가 전송되었다.

 

몇 마디 안부를 나누다가 잡혀 끌려 들어가듯 세일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오후에 일어나 조금 일찍 출근하여 박 노인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에 선영과 의미 없지만 의미를 만들어 가는 문자를 보내는 일이 추가되었다.

 

김 씨가 사무실을 방문했다는 세일의 말에 박 노인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잠깐 김 노인에게도 김 씨의 방문 사실을 이야기해줘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들었지만, 박 노인만 알고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노인과 세일은 근무시간 동안 서로를 철저히 무시하기 시작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이 지나가도록 더 이상의 문자는 오지 않았다.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잘못 보냈을 수도 있을테고..’

 

토요일 오후가 오자 세일은 어머니의 병실을 방문했다.

 

왜인지 선영과 마주칠 거 같은 불안함에 조금은 조심스럽게 병실을 두리번 거리게된다.

 

“..그래서 다음 주 까지 야간 근무하면 정사원 될 거 같아요.”

“그래 잘됐다~ 근무는 계속 밤에 서고?”

“아니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이제 저까지 해서 근무 서는 사람이 4명이니 아마 재조정할 거 같아요.”

 

근무 조정에 관해 이야기하니 나날이 수척해져 가는 이 노인의 모습이 떠올라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시계는 또 웬 거고?”

“아.. 이거 회사 어르신이 선물해 주셨어요. 일할 때 시간 편하게 보라고..

“어머.. 그거 딱 봐도 비싸 보이는데… 그런 걸 다 주시고.. 너 답례는 했어?”

 

박 노인이 세일의 답례를 바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아뇨 해야죠.. 이래저래 저 많이 챙겨주시고 했으니.. 아 저 차도 바꿨어요.”

“왜? 또 무슨 차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평생 자기 차를 가져보지도 못했었다는 게 떠올랐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세일은 주섬주섬 변명을 대었다.

 

“너 이제 돈도 잘 버는데 신경 쓰고 그러지마.. 분수에 맞게 쓰는 거 나쁜거 아냐.”

 

괜스레 목이 메어와 세일은 고개만 끄덕였다.

 

“차도 척척 잘 사는 애가 옷은 그게 또 뭐니.. 일단 옷부터 좀 사 입어라 얘..”

“아.. 안 그래도 좀 있다가 저녁에 백화점 가서 옷 사려고요..”

 

의미심장한 어머니의 시선이 세일의 얼굴에 와닿는다.

 

‘선영 씨 눈치채신 건가?’

 

근거도 없는 망상이지만 왜인지 이미 알고 계신 거란 확신이 든다.

 

‘박 영감님도.. 어머니도.. 다들 선영 씨 알고계신거야..’

 

어쩌면 꿈속의 대화에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사로잡혀 세일은 어머니와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병원을 나섰다.

 

문자로 선영과 약속을 잡고 백화점을 들러 매점 직원들의 추천에 휘둘려 열의 없는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내일 일찍 만나려면 조금이라도 자둬야 겠지..’

 

애써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이제껏 익숙해진 생활 습관이 세일의 잠을 방해한다.

 

휴대폰을 들고 마지막 문자에 대한 선영으로부터의 회신이 도착해 있는지 확인하다 보니 미등록 연락처로부터의 알 수 없는 문자가 세일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뭘 어쩌라는 거지?’

 

잠이 오기는커녕 점점 정신이 또렷해져 온다.

 

‘관동군 대좌 마쓰모토 이오리’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지만 특별한 검색결과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다시 한번 ‘관동군’으로 검색하니 온갖 학살과 만행의 기록들만이 눈에 띈다.

 

세일은 불쾌감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꿈에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거야..’

 

잠도,꿈도,대답도 없는 밤이 지루하게 흘러간다.

 

일요일 아침부터 세일은 선영에게 이끌려 다녔다.

 

이제까지의 경험에서 깨달은 게 있는지 선영은 모든 일정과 목적지를 정해왔다.

 

세일은 선영의 지시대로 식당을 가고, 커피를 마시고, 드라이브를 하고, 다시 식당을 갔다.

 

잠을 자지 않아 조금은 멍한 상태에서도 둘의 대화는 끊어지지 않는다.

 

모든 일들이 꿈만 같고 꿈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같다.

 

정부 종합 청사 앞에서 헤어지던 이전과 달리 세일은 선영의 아파트 앞까지 차를 몰아갔다.

 

“다음 주도 계속 바쁘신 거죠? 일요일에 또 뵐까요?”

“뭐 괜찮은데.. 또 내가 다 준비해 와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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