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시린골 미궁 구출 작전

제2차 시린골 미궁 구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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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골의 새들이 울기엔 동이 덜 트고, 풀벌레가 울기엔 너무 늦은 새벽이었다. 기묘한 정적을 유지하던 골짝 사이를 말 두 필과 육중한 갑옷이 빠르게 가로질렀다. 나무와 덤불을 훤히 꿰듯 질주하는 말들과 달리 갑옷은 본인이 나아가는 방향이 곧 길이라는 듯 무식하게 전진했다.

시린골의 나무 사이로 새벽녘의 빛이 비칠 때마다 두 남자가 입은 로브의 왕국 문양이 두드러지게 반짝였다.

“왕국에서 도로라도 만들라고 할까요?”

쫓아오는 갑옷을 보며 한 남자가 말했다. 다른 남자는 가면이 떨어질세라 한 손으로는 고삐를, 한 손으로는 가면을 붙들고 있었다.

“됐소. 저치의 언행에 너무 무게를 두지 마시오.”

“꼭 그런 뜻은 아닙니다만…….”

“그보다 당신은 당신 할 일에 집중하시오.”

남자는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말들이 작은 개울을 넘고 달리는 사이, 쫓아오던 갑옷은 어느샌가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뒤를 돌아보려고 하자, 가면의 남자가 지적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소.”

“길을 아나요?”

“적어도 우리보단 정확하게 찾아갈 거요.”

“꽤 깊숙하게 들어왔는데 보이지 않네요.”

“곧 보일 거요. 좀 전에 넘은 개울이 이정표였으니. 저기 보이시오? 서두른 보람이 있소.”

가면의 남자가 지적한 대로였다. 얼마 안 가 거대한 암벽이 나타나면서 그 아래 거대한 동굴이 시야에 잡혔다. 남자는 주위 대기의 마력 농도가 순식간에 진해지는 걸 느꼈다. 말들 역시 깜짝 놀라 앞발을 치켜들었다.

“워! 워!”

“신고자가 기다리고 있소. 어서 진정시키고 오시오.”

남자가 놀란 말을 진정시키는 사이 가면의 남자는 곧장 전진했다. 남자는 같은 역사에서 빌린 말이 이렇게까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가도, 가면의 남자를 생각하고 곧장 납득했다.

동굴 입구 근저는 식물이 자라나지 않아 바닥이 훤히 드러난 공터였다. 그 앞에는 옷을 껴입은 여자 한 명이 입김을 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가면을 쓴 남자는 말에서 내려 두건을 벗었다. 사슬갑옷에 가면이 달려있어 맨살이 노출된 부분이 한 군데도 없었다.

“본관은 중앙에서 파견된 미궁수사관 영수림이라고 하오. 여기는 시린골 지부 미궁수사관 라카바라고 하오.”

겨우 말을 진정시키고 뒤따라 내린 라카바가 두건을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말에서 내리니 라카바는 영수림보다 머리 두 개는 작았다. 영수림과의 키 차이를 빼놓고 봐도 라카바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기엔 조금 왜소해 보였다.

“반갑습니다. 미궁수사관 라카바입니다.”

“아, 이번에 시린골에도 미궁부 지부가 설치된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뇨, 저야 시린골이 고향이니까요.”

“저는 이번 미궁 발생을 신고한 샤를이라고 합니다. 샤샤라고 불러주세요.”

샤를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라카바는 샤를을 따라 허리 숙여 인사했지만, 영수림은 익숙하다는 듯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

미세한 진동이 조금씩 골짝을 울렸다. 샤를이 당황해서 동굴 안쪽을 쳐다봤다.

“그쪽이 아니오. 동행이 하나 더 있소.”

“아?”

“음, 대면하기 전에 주의부터 줘야겠군. 부디 그것의 언행에 신경 쓰지 마시오. 그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

“네? 그것이요?”

동행인을 ‘그것’이라고 부르는 것에 샤를은 미간을 좁혔다. 영수림은 가면을 썼음에도 그 소리가 죽거나 먹히지 않고, 도리어 깊게 울리는 면이 있었다.

진동은 점점 가까워졌다. 샤를은 어렵지 않게 나무들이 쓰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에 집을 지었다가 봉변당한 새들의 푸득이는 소리 역시.

마침내 이끼와 녹을 잔뜩 머금은 갑옷이 공터로 진입했을 때, 샤를은 코를 찌르는 곰팡내에 미간을 확 좁혔다.

“이게 무슨 냄새죠?”

“소개하겠소. 왕국의 비밀병기, 곰팡이 기사요. 줄여서 곰기라고 하오. 이름이 왜 그런지는 본관에게 따져 묻지 마시오. 일반 명사를 이름 삼을 만큼 특이하단 것만은 알아두고. 지나친 호기심은 법령에 위배될 수 있소.”

영수림이 순식간에 말을 쏟아냈다. 샤를은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다시 미간을 좁혔다가, 라카바를 쳐다봤다. 하지만 라카바 역시 자기도 같은 걸 들었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어, 음. 반가워요, 곰기 씨? 저는 샤를이라고 해요.”

“그대는 떠나간 별들에 이름을 붙이는가?”

한 가지 성대에서 나온다고 믿을 수 없는 다양한 목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그러나 그 중심부엔 푹 젖어버린 깊은 저음이 깔려 있어, 영수림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질적이었다.

“네?”

“신경 쓰지 말라고 했소. 설명하면 끝이 없소. 저치의 말은 죄다 저런 식이니 깊게 이해하려 하지 마시오. 내 경고는 유효하오.”

“포장지를 뜯어야만 선물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아요, 그러죠.”

단 두 마디 만에 샤를은 영수림의 말을 수용했다.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은 눈치였지만, 곰기나 영수림이나 대답을 기대하기엔 요원해 보였다. 곰기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우뚝 서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서 있기만 하니 살아있단 느낌이 들지 않고, 마치 오랜 시간 이곳에 방치된 갑옷처럼 보였다.

“그럼 다 모이셨으면 미궁으로 들어갈까요?”

샤를이 동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동굴 입구는 암벽을 깎아낸 듯 반원의 형태로 깊숙하게 들어간 형태였다. 미궁 특유의 인위적인 구간은 입구에선 발견되지 않았으나, 입구로부터 천천히 새어 나오는 고밀도의 마력은 이곳이 미궁 초입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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