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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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의 시선을 의식한 듯 항공 점퍼의 남자가 손을 들어 보인다.

 

간호사는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추어 서 있는 세일과 항공 점퍼의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를 떠나갔다.

 

간호사의 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한참을 기다리던 항공 점퍼의 남자가 세일에게 걸어온다.

 

“제대로 맞으셨네? 노친네들 금방 죽을 것 같이 생겼던데.. 보기보다 힘들이 좋나 봐요?”

“누구? 아니 뭐 하는 사람입니까? 도대체 왜 저 쫓아다니는..”

“그 많은 질문에 둘러싸여 살면서 이세일 씨가 궁금한 게 고작 그건가요? 그것보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뭐 하는 덴지? 뭐 하는 직장인데 그리 많은 돈을 주는지? 뭐 그런 거 궁금해야 하는 거 아닌가?”

 

웃음기를 띄고 느물거리며 말을 걸어오는 항공 점퍼 남자의 모습이 거슬린다.

 

“그 쪽분이 제 직장이 뭐 하는 덴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제가 물어보면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아니. 사실 나도, 우리도 모르지. 그래서 이세일씨 도움이 좀 필요한데..”

“뭐하시는 분인지도 모르겠고 수상하기 짝이 없는 분을 제가 왜 도와야 한단 말입니까?”

 

남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진짜 수상한 건 이세일씨 직장이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는데 국민안전처 예산의 상당액을 받아가시는 것도 수상하고. 어느새인가 1급 비밀 취급 인가를 획득한 이세일 씨도 수상하고. 정상적인 절차로 신상 한번 보려 하면 열람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이세일 씨네 노친네들도 수상하고.”

 

남자의 손이 항공 점퍼 안주머니로 들어간다. 섬찟한 느낌에 세일은 온몸을 긴장하며 남자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그런 세일의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치던 남자가 꺼내든 건 지갑이었다.

 

“반면에 나는 수상할 거라곤 없는 사람이지. 국가의 녹을 받고 음지에서 일하지만, 양지를 지향한다~ 요새 얘들은 그 모토는 못 들어봤으려나? 그게 원래는 깡패 새끼들이 쓰던 말이라 하더라고.”

 

남자가 지갑에서 하얀색 명함을 꺼내 들어 세일에게 건넨다.

 

세일과 노인들의 명함과 비슷하게 이름과 핸드폰 번호만 적혀있는 명함이다.

 

“나나 세일씨 같이 국가의 녹을 받는 사람들은 말이지.. 모든 게 투명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명분이 있어야 하고, 과정도 절차를 따라야 하고, 일을 마치면 보고도 뒤따라와야 하고.. 그런데 나는 명함 한 장 안 줘요?”

 

남자의 말을 곱씹고 이해하는 것만도 벅차다. 세일은 반응 없이 말없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뭐 이세일 씨에 대해서는 알 거 모를 거 다 아는 처지니 딱히 필요 없긴 하지.”

“왜 국정원에서 나를… 감시한단 말입니까. 제가 뭘 잘못..”

“감시가 아니라 경호라고 생각들지 않아요? 직접 모닝콜 해서 출근길 에스코트까지 해주는데?”

 

남자의 말에 출근길 도로 풍경이 떠오른다.

 

‘이상할 정도로 길이 잘 뚫린다 했더니..’

 

“심지어 이세일 씨랑 노인네들 에스코트 업무는 중정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거란 말이지? 우리가 말이죠. 구리고 수상한 일을 원래 많이 하는 곳이긴 한데 그린벨트랑 군부대에 꼼꼼 숨어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 사무실 직원들 보모 노릇은 그중에서도 제일 수상하더란 말이죠?”

 

‘그러고 보니 군부대가 꼭 사무실 둘러싼 듯 배치되어 있긴 했지..’

 

“숨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세일씨 사무실이나 우리 사무실이나 위치는 비슷하잖아? 그런데 구글맵만 봐도 우리 사무실 위성 사진은 딱 뜨는데 거긴 그냥 황무지로 나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비밀이라고? 거기에 사무실 운영에 관련된 예산은 또 국민안전처에서 받아가? 구린내가 팍팍 나지 않아요? 내가 그래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결심한 몸인데 내버려 둘 수가 없더란 말이지. 몇 번이나 수사하겠다고 윗선에 찔러봤지.”

 

남자가 또다시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고 뒤적이기 시작한다.

 

“담배 펴요? 한 대 줄까? 그것보다 이야기 길어질 거 같은데.. 커피숍에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고.. 어디 저기 도로 턱에라도 좀 쭈그려 앉을래요?”

 

세일은 대꾸 없이 남자의 손끝을 바라보기만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항공 점퍼의 남자가 라이터로 불꽃을 피어 올린다. 겨울밤의 어둠을 물리치기엔 미약한 불꽃이다.

 

“우리 원장님들은 원래 정치적인 양반들이고 그쪽 사정에 민감한 분들이긴 해. 괜히 해오던 거 들쑤셔서 일 벌이는 거 꺼리는 건 이해가 간단 말이지. 그런데 간단한 수사 위해 세일 씨네 사무실 주변만 보고 오겠다 해도 아예 반경 20Km 이내로 들어가지도 말라는 건 무슨 소리냐고? 거기에 그 무섭게 생긴 대단한 노인네.. 뭐 하는 사람인데 신상 정보 열람을 대통령 허가 없으면 해볼 수도 없냐고? ”

 

세일의 반응은 신경 쓰지도 않고 남자는 도로 턱에 볼품없이 웅크려 앉아 담뱃재를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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