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발자국

신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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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요?”

“괴물이 나타났다, 이거죠. 말이 안된다니까요. 이 기괴한 발자국 모양부터 시작해서 찍혀있는 것도 굉장히 불규칙하게 나있잖아요.”

“딱 봐도 누가 장난쳤거나, 발자국이든 뭐든간에 뒤섞여서 난 거구만. 너무 호들갑 떠는 것 같은데.”

 

 

잔뜩 사람들을 불러모아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형태의 자국을 두고 반트는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애초에 언뜻 보기에는 발자국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무렇게나 나있어 그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이것이 발자국인 줄도 몰랐었다.

 

 

더군다나 반트는 마을에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시도때도 없이 하기로 유명해 사람들은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심한 비난을 하지않고 들어주는 이유는 그가 이전에 이러다가 우연인지, 정말로 목격을 했는지 마을 사람들을 산사태로부터 대피시킨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때 일 역시 그냥 아무렇게나 말하던 중에 한번 우연히 맞춘 것 같아보이긴 했지만,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이 마을 사람들은 이미 모두 죽은 목숨인 셈이었다.

 

 

단순히 헛소리를 주절주절 늘여놓기만 하는 것이라면 무시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는 사람들이 대충 알겠다고 넘겨짚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고, 자신의 말을 완전히 납득할 때까지 반복했다.

 

 

이번에도 역시 이 발자국이 괴물의 발자국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인정할 때까지 그는 멈추지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너무나 허무맹랑하여 아무리 말로는 알겠다고 해도 반트의 마음에 차지않았다.

 

 

결국 그들은 반트가 포기할 정도로 완벽한 반박을 해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발자국이라 치자. 그냥 곰이나 뭐 이런 맹수 발자국일 수도 있잖아. 왜 굳이 괴물인지 모르겠는데.”

“허, 참. 이게 동물 발자국이라고요? 잘 보세요. 여기 보면 여기 났다가 저기 멀리 하나 있죠. 근데 여기는 또 가까이에 나있고, 또 완전히 불규칙적이에요. 말이 안 된다는거죠.”

“말이 안 된다고 괴물이라고 단정짓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냥 여러 동물들 발자국 섞였나 보지. 지금 너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발자국을 찍고 있잖아.”

“전 멀찍이 떨어져 있잖아요! 아무튼 모두들 뭔지 정확히 제가 알아낼 때까지는 당분간 이 근처로는 지나가지 마세요. 안되겠다. 지금 해놔야지.”

 

 

집이 바로 근처인 반트는 바로 나뭇가지들을 몇개 가져와 발자국이 찍힌 곳 근처에 들어올 수 없도록 표시를 해놓았다.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은 아니고, 지나간다 하더라도 슬쩍 비켜가기만 하면 되지만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그날 이후, 반트는 하루종일 그 근처에서 발자국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도 아직은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없는지, 마을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주장은 하지않고 혼자 연구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가 연구를 하고있는 동안 마을에서 꽤나 똘똘하기로 소문난 아이, 맥스는 반트의 밤낮 가리지않는 연구에 흥미가 갔다. 그는 어른들에게 들은 바로 반트를 그냥 조금 모자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가지에 몰두하여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맥스에게는 멋있어보이기까지 했다.

 

 

그저 농사일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마을에서 그런 괴짜는 흔치않아, 어린 아이들에게는 맥스와 마찬가지로 반트는 꽤나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맥스는 반트 사람 자체도 자체였지만, 지금은 그가 연구하는 그 발자국에 훨씬 더 관심이 갔다.

 

 

“제 생각에는 그건 사람 발자국 같아요.”

“뭐? 사람일 수가 없잖아. 사람이면 어떻게 여기 갔다가 저기로 점프해서 갔다가, 또 여기 찍힐 수 있겠어.”

“근데 동물일 수는 없잖아요. 여기 이건 신발 자국인데.”

“어라?”

 

 

당연히 괴물의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다보니 신발이라고 아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언뜻 보기에는 전혀 신발 자국 같지 않았고, 발자국처럼 생기지도 않았지만, 분명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발 자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늬가 나있었다.

 

 

그러나 그 신발 자국은 일단 신발 자국은 맞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신발이 아니었다.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이 마을에 산다면 굳이 신을 이유가 없을 기이하게 생긴 신발이었다. 자국만으로 완전히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맥스는 신발 자국을 발견하면서 외지인을 떠올렸다면, 반트는 여전히 괴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자국이 신발 자국이라는 맥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여전히 옆에 같이 나있는 자국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작은 동물들 발자국들이 이리저리 섞였겠죠. 그건 별 거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이 신발 자국에 대해서 더 알아보죠.”

“아니. 그건 그냥 사람 발자국이야. 더 알아볼 것도 없어. 난 이게 더 궁금하단 말이야.”

“저는 모르겠네요. 맘대로 하세요.”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들은 척도 하지않고 이상한 발자국에만 온통 신경이 팔려있어 맥스도 반트에게 정이 뚝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신발 자국에 대해서는 맥스도 포기할 수 없었다.

 

 

반트에 이어 맥스까지 그 발자국들을 하루 왠종일 들여다보고 있자, 마을의 다른 사람들도 슬슬 정말로 무언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끈 것은 맥스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었다.

 

 

뭐든지 궁금하고, 도전 의식 강한 나이이다보니 맥스와 함께 의문투성이인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이 별다른 일 없는 이 마을 아이들에게 엄청난 흥미거리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단 하나 나있는 그 발자국을 아무리 쳐다본다고 해봤자 뭔가 나오는 것은 없었고, 어느 누구 하나 잘 오지않는 오지 마을이라 외지인이 왔다면 모를 리가 없었고, 몰래 왔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 과정은 어른들에게로 넘어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는 반트보다는 마을의 아이들 대다수가 궁금해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가게 만들었고, 어느새 모두가 그 기묘한 신발 자국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다.

 

 

당연히 반트는 자존심이 상하고,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괴물의 발자국이라고 주장하는 그 발자국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지만 여전히 그의 관심사는 그 발자국이었지, 신발 자국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 신발 자국마저도 반트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맥스가 흥미를 가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이야깃거리로 발전되다보니 맥스가 그 시초에 서있는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이에게 그런 열등감을 가지고 싶진 않아 겉으로는 크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반트는 속으로 앓다가 어느새 비뚤어진 생각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모두가 잠든 밤에, 조용히 혼자 나가 그 신발 자국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흙으로 문지르고 뒤덮어버렸다. 다행히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 잔뜩 긴장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안심하고 잠들었지만, 다음날 모두가 반트를 의심했다.

 

 

“제가 그 발자국을 제일 먼저 연구한 사람인데, 제가 그걸 왜 망가뜨려놔요. 말이 안 되잖아요.”

“말이 안 되긴. 사람들이 다 그 신발 자국에 정신 팔리니까 계속 뿔이 나 있더만. 자네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그걸 망가뜨려놓겠어.”

“아. 정말 아니라니까요. 진짜 억울하네.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다들?”

 

 

반트는 자신이 한 행동을 이렇게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너무나 자신을 몰아세우자 그 반발심에 도저히 수긍을 할 수가 없어 막무가내로 잡아떼기 시작했다.

 

 

애초에 자신은 그 신발 자국에는 관심이 없었고, 사람들로부터 이런 비난을 받는 것도 자신에게 그렇게 낯선 상황은 아니라 그렇계까지 힘든 상황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반트가 한 행동에 대해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을 때, 누군가 한명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반트와는 또다른 방향으로 마을 안에서 괴짜 취급을 받는 청년, 포이였다. 항상 어두침침한 표정으로 귀신같이 마을 안을 늘 말도 없이 어슬렁거리는 탓에 ‘유령’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보는 아이도 있는 수준이었다.

 

 

“그거 제가 했어요.”

 

 

 

2

 

 

 

반트가 그랬다고 했을 때에는 그렇게 비난을 하며, 왜 그랬냐고 몰아세웠던 사람들이 포이가 자신이 했다고 직접 말하자 어영부영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를 반트처럼 괜히 몰아세웠다가 무슨 행동을 할지 전혀 예측이 안 될 정도로 음침한 분위기가 가득했기 때문에 크게 비난할 수가 없었다. 그저 왜 그랬냐하는 혼잣말들만 몇번 왔다갔다하고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 신발 자국은 단순한 흥미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크게 비난하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맥스를 포함한 어린 아이들만이 크게 낙심할 뿐이었다.

 

 

“아. 조금만 더 연구하면 뭐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누구보다 실망한 아이는 당연히 맥스였다. 마을 사람들 모두와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간다는 것이 맥스에게는 지난 며칠간 큰 즐거움이었다. 이렇게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이상, 더이상의 증거는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맥스는 이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갔지만, 모두가 포이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가 가끔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돌발 행동을 하곤 했기 때문에 이번 일도 그런 종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 크게 화두가 되지않았다.

 

 

어차피 신발 자국이 사라져버린 이상, 맥스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유일한 단서인 포이 밖에 없었다. 포이가 좀처럼 밖에 나오질 않아 평소에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었지만, 그 날 이후 포이는 의외로 마을 안에서 종종 돌아다녔다.

 

 

“왜 신발 자국을 지워버린 거에요?”

 

 

하지만 포이는 맥스의 질문에 전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워낙에 말을 잘 하지않고, 맥스 역시 포이가 말하는 것을 그때 거의 처음 본 것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큰 기대도 하고있지 않았었지만, 이렇게 시작부터 아무것도 못해보고 막혀버릴 줄은 몰랐었다. 그는 아예 대꾸도 않고 맥스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의 그런 행동은 맥스로 하여금 그를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 후 며칠간 맥스는 틈이 날 때마다 포이를 몰래 뒤쫓았고, 마침내 굉장히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는 포이의 행동을 포착하였다.

 

 

느지막한 밤,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포이와 반트가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얼마 전의 사건에 굉장히 결정적일 것이 분명했기에 맥스는 최대한 들키지않게 숨을 죽이고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고맙긴 한데, 제가 한 게 아니네요.”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반트 씨는 계속 다른 얘기를 해주셔서 다른 사람들이 그 신발 자국에 더이상 신경쓰지 못하도록 해주세요.”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긴 한데, 뭐 그러죠. 뭐.”

 

 

단편적인 대화만 들어서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웠지만, 일단 포이가 그 신발 자국에 무언가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이제 아이들의 목표는 발자국에서 포이에게로 넘어갔다. 예전부터 신비로운 의문의 남자였던 이제는 포이가 잘 돌아다니기까지하니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맥스를 필두로 한 포이를 향한 관찰은 어느새 집착에 가까워져갔고, 그날 밤 반트와의 대화 이외에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않는 탓에 며칠에 이어진 미행은 어른들에게 굉장히 안 좋게 비추어졌다.

 

 

“니네가 왜 그러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냥 내버려두려무나. 아무것도 안 하잖니.”

“그래도 너무 수상하다고요. 요즘 갑자기 많이 돌아다니는 것만 해도 딱 봐도 이상하지 않아요?”

“산책 좀 하고 싶나보지. 요즘은 네가 더 이상하구나.”

 

 

발자국을 조사하고 다닐 때에는 그저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이라고 귀엽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으로밖에 보이지않는 포이를 조사하고 다니자 그 맥스마저도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

 

 

뭐든지 혼자 척척 잘하던 덕분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않던 맥스의 부모님마저 포이를 뒤쫓는 것은 그만두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맥스는 여기에서 어른들이 조금 뭐라한다고 허무하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순히 자신의 궁금증 때문이 아니라, 마을을 위해서였다. 이 마을에서 가장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수상한 사람 두명이 얽힌 일이었다. 그 수수께끼를 자신이 직접 풀어보고 싶었다.

 

 

다행히 그 기회는 맥스에게 제발로 걸어왔다. 그동안 아무리 말을 걸어봤자 대답도 않던 포이가 직접 맥스에게로 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결국 맥스의 궁금증만 증폭시켰을 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다.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세상엔 비밀로 감춰져야할 일도 있어. 네가 그 발자국에 대해서 굉장히 공들여서 조사했다는 것은 잘 알고있다. 그런데 때로는 몰라야할 것은 그냥 묻어둬야 해.”

“그걸 왜 비밀로 해야하는데요? 저번에 엿들은 걸로는 발자국을 지운 것 자체는 반트 형 같던데요.”

“너무 깊게 파고 들지마. 이쯤이면 그만둬도 돼.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야.”

 

 

포이는 굉장히 위협적인 말투로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포이이니만큼, 어린 아이인 맥스에게마저도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지만 맥스도 이 이상 더 억지로 밀어붙이기는 힘들었다.

 

 

맥스는 왜 반트와 포이가 저럴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발자국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이미 발자국은 지워진지 오래였고, 점점 그 둘에 대한 의심과 궁금증만 날이 갈수록 늘어갈 뿐이었다.

 

 

무슨 일에든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또래에 비해 총명해 알아서 자유롭게 풀어놓았었던 맥스의 부모님마저 맥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마을에서 가장 하찮은 둘에 쓸데없이 온종일 시간을 쏟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알아서 잘 하길래 그냥 냅두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예전에 얘기했던대로 다음 달부터는 엄마랑 도시로 가자. 아무리 생각해도 한계가 있어.”

“아니에요. 이제부터 알아서 잘 할게요. 그냥 여기 있으면 안돼요?”

“계속 여기서 뭐하려고. 그 두 사람 뒤만 쫄쫄 따라다니는데, 그 꼴 보자고 너를 여기서 키우는지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모님까지 이렇게 강력하게 반대를 하자, 맥스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알아내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은 궁금증이 뒤따랐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더 그들 뒤를 쫓아다닐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맥스를 집어삼켰고, 다른 어떤 것에도 집중하기가 불가능했다. 부모님 역시 맥스가 반트와 포이를 직접적으로 뒤쫓지 않더라도 아이가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맥스는 어머니와 함께 도시로 떠나게 되었다.

 

 

이 마을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이곳에서 누구보다 떠나기 싫었던 맥스는 도시로 가서 의외로 빠르게 적응했지만, 곧 반트와 포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날이 갈수록 부풀어오르기만 해 이도저도 아니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을에서 촉망받는 똑똑한 영재였던 맥스는 점점 다른 아이들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지더니, 나중에는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진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자급자족을 하던 마을에서 공부에 크나큰 의지를 보였기에 내린 부모님의 결정이었지만, 맥스의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맥스는 성인이 되고나서 다시 마을에 들렀다.

 

 

 

3

 

 

 

맥스가 마을에서 떠난 뒤, 포이는 다시 마을 안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애초에 맥스 외에는 포이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가 아예 자취를 감춰버린 것을 인지한 사람들조차 거의 없었다.

 

 

다시 집 밖으로 나오지않는 은둔 생활을 시작한 포이는 끝없는 외로움에 절망했다. 잠깐이었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줬던 그 짧은 나날들이 아직도 아른거렸다.

 

 

그는 맥스가 자신을 시간 날 때마다가 뒤쫓는 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유일하게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큰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너무나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런 맥스가 이제는 떠나버리고나니 더이상 포이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사람들은 이제 그 발자국에 관해서 더이상 떠들지 않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자신을 기억할만한 반트는 처음부터 그 발자국에는 관심이 없었고, 자신이 한 짓을 사람들에게 들키지않기 위해 오히려 포이를 예전부터 피하고있었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않는다는 것을 알자 포이는 예전처럼 집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년이 흘렀다. 맥스가 떠난 후에는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평온하게 마을이 돌아갔다.

 

 

중간 중간 반트가 여전히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상한 소리를 하긴 했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적당히 알겠다고 하고 그의 말을 대충 들어주기만 하면 반트는 실실 웃으며 행복해했다.

 

 

그러던 도중, 맥스가 정말 오랜만에 마을에 어머니와 함께 돌아오게 되었다. 비록 좋지않게 마을을 떠났어도 맥스는 당시 그 마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의 귀향은 마을 전체를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포이 역시 창문 커튼 너머로 맥스가 온 것을 주의깊게 엿보았다. 똘망똘망한 눈빛에 총명핶던 어렸을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사회의 때에 찌든 전형적인 막 청소년 티를 벗어난 청년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맥스를 환하게 반겼지만 맥스는 그저 간단한 인사만 건넬 뿐, 그렇게까지 격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잘 지낸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진짜 오랜만에 보는구나. 도시 생활은 어때?”

“그냥 그래요.”

“아, 그래? 잘 됐네.”

“네….”

 

 

너무나 변해버린 맥스의 모습에 사람들도 그를 가까이하기가 꺼려졌다. 어차피 맥스의 목적은 마을에서 몇년동안 혼자서 가족과 떨어져 집을 지키고 있었던 아버지를 보기 위함이라 아쉬울 건 없었다.

 

 

그날 밤, 잠들기 전 잠시 나온 맥스는 한적한 곳에 자리잡아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한 순간, 나무 뒤에 숨어있던 포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창문 너머로 마을을 항상 지켜보고 있던 포이는 누가 어디로 가는지 정도는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

 

 

맥스는 마을의 어느 누구와도 별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포이는 달랐다. 자신의 실패를 그렇게까지 변명하고 싶지 않지만, 그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람이라고 마음 속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그, 그러네.”

 

 

몇년만에 포이를 마주한 맥스의 심정이 남다른 것과 달리, 포이는 그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맥스에게 어떻게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나타난 것에 불과해서인지 딱히 할말이 없어 대화가 뚝 끊기고 말았다.

 

 

그에 반해 할말이 많은 맥스는 포이가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침을 꼴깍 삼킨 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왜 신발 자국을 그때 지운 거죠? 아니, 그 전에 지운 게 포이 형이 맞긴 맞아요?”

“음. 그건…. 내가 지운 게 맞아. 그리고 그건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네가 알아야 할 비밀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헛소리 하지마세요! 맨날 집에 박혀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무슨 대단한 게 있는 것 마냥 뭘 숨긴다는 거에요? 전 그것만 알면 돼요. 형이 지웠는지, 그리고 왜 그랬는지.”

 

 

이미 발자국에 대한 집착은 맥스도 포이와 마찬가지로 정상의 범주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그 생각에 사로잡혀 그동안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냥 넘기면 될 일을 몇년동안 마음 속에 담아놓은 맥스의 집착은 이미 광기에 가까웠지만, 그 답을 알고싶은 마음만은 진심이었다.

 

 

아무리 아무와도 대화하지않은 탓에 사회성이 굉장히 부족한 포이라도 지금 맥스가 얼마나 진심으로 묻고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건 알면 안 돼. 알 수가 없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