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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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건물 앞에서 서성거렸다. 들어갈 용기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건물을 올려다 보니 6층에 파란 바탕에 하얀 글씨로 ‘강한 비뇨기과’ 라고 쓰여진 간판이 보였다. 젊은 여자가 곁눈질을 하며 내 곁을 지나갔다. 다시 보니 이 건물 5층에는 산부인과도 있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거울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나는 사실 성병이나 조루 등의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은밀한 병 때문에 비뇨기과를 방문한 건 아니었다. 요즘 유행하는 중성화 수술에 대해 상담 받기 위핸 온 것 뿐이다. 나는 좀 더 당당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중성화 수술. 개와 고양이가 받는 중성화 수술은 사실상 거세지만 이 수술은 성기가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 대중 목욕탕에 가더라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화학적 거세와도 또 달라 주기적으로 약물을 투여할 필요도 없다. 가정이나 자손을 원하지 않는 남성이 늘어나고, 불법 성매매와 성폭행이 줄지 않자 대한민국의 국회는 불법으로 자행 되던 이 획기적인 수술을 작년에 합법화 시켰다. 이제는 20대 초식남이나 만년 취업 준비생 혹은 여자들에게 냉소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내들 사이에서 성형 수술이나 위밴드 수술만큼 유행하는 수술로 자리 잡았다.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적었다. 노인과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얼굴을 한 내 또래의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 나는 가슴이 큰 여직원에게 접수를 하고 가죽 소파에 앉아 멍하니 순서를 기다렸다. 잡지라도 볼까 하고 책장을 뒤적였지만 딱히 흥미를 끄는 책이나 잡지는 없었다. 여직원처럼 가슴이 큼지막한 여자가 표지에 등장하는 시시한 건강 잡지들만 잔뜩 있을 뿐이었다. 이 깨끗하고 엄숙한 장소가 차츰 성욕을 숭배하는 신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저 잡지들은 이 곳의 경전이었던 것이다. 제사를 주관하는 사제처럼 여직원이 엄숙하게 호명을 하고 그에 따라 노인과 젊은이가 슬퍼 보이는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가고 나왔다. 젊은이가 주사실로 들어가자 여직원이 비로소 내 이름을 불렀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