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괴물

  • 장르: 일반 | 태그: #비만 #인육
  • 평점×20 | 분량: 48매
  • 소개: 살찐 ‘나’는 인육파티를 열어서 내 몸을 먹는다. 더보기

아름다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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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여성. 150CM. 68.4kg.

 

27세에 취업에 성공해서 신입사원이 된 이후로 10년 동안 꾸준히 20kg이 불었다. 그녀의 체중은 그녀의 역사다.

 

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선 그녀는 볼이 터질 것처럼 퉁퉁 하다. 욕심 많은 햄스터가 볼에 먹이를 빵빵하게 채워 넣은 것 같다. 이마와 코와 볼이 기름기로 번들거린다. 점심 때마다 화장실에서 기름종이로 얼굴의 기름기를 찍어 낸다. 왠지 역한 체취가 나는 것 같은 환각에 혀까지 박박 닦아 양치하고 귀 뒤에 향수를 뿌린다. 헤어스타일은 늘 손질하기 쉬운 단발이다. 직모라서 뭘 해도 얼굴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검정색 헤어밴드로 넘겨 검정색 머리끈으로 반묶음을 했다. 오똑해야 할 코는 뭉툭하다. 웃으면 볼이 빵빵해져서 이목구비가 묻히기 때문에 늘 웃지 않고 무표정을 유지한다. 심한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그녀는 늘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안경을 주문한다. 그러나 작고 쌍커풀 없고 근시가 심한 두 눈은 안경으로 보정하려고 해도 답답해 보인다. 예리해야 할 턱선이 무너진 얼굴은 뭘 해도 만만하고 불퉁해 보인다.

 

안경이 있으므로 눈화장은 생략하고 얼굴에 쿠션 파운데이션을 두드리고 눈썹을 그리고 콧대와 광대에 하리라이터를 칠하고 볼에는 블러셔를 바르고 턱에는 쉐딩을 한다. 둥글넙적한 얼굴에 조금이나마 입체감이 생긴다. 화장은 재미있다. 사람의 얼굴에는 왜 눈이 두 개, 코가 하나, 볼이 두 개, 턱이 하나 뿐 일까. 화장으로 원래 얼굴을 감출수록 만족스럽다. 그녀는 귓불을 만지작거린다. 유전적으로 우성인 분리형 귓불이다. 언젠가 얼굴이 갸름해지고 작고 반짝이고 화려한 것이 어울리는 얼굴이 되면 귀를 뚫고 귀걸이를 주렁주렁 달고 다녀야지.

 

처지기 시작한 가슴은 솟아오른 윗배에 걸쳐져 있다. 그녀가 양쪽 가슴에서 니플 패치를 떼어 낸다. 가슴 둘레가 넓어지고 가슴과 윗배가 겹치는 부위에 땀이 차면서부터 브래지어가 명치를 압박하고 숨 쉴 때마다 갑갑하고 이물감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 브래지어를 잡아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니플패치를 붙이게 되었다. 이제야 숨쉬는 게 편하다. 다만 달라붙는 옷이나 민무늬 상의는 가슴 모양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더 이상 입지 않게 되었다.

 

그녀의 겨드랑이에는 털이 수북하다. 팔뚝 살이 덜렁거리므로 그녀는 민소매 옷을 입지 않고 그러므로 겨드랑이 털도 소매 속에 감춰져 있다. 언젠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 때 제모해도 늦지 않다, 고 그녀는 생각한다. 대신 ‘겨드랑이 워터파크’가 개장하지 않도록 양 겨드랑이에 데오드란트를 꼼꼼이 바른다. 어떤 일이 있어도 팔을 번쩍 들고 나서는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팔뚝과 손가락 마디에도 겨드랑이처럼 털이 수북한데 네일 아트와 반지와 비즈 팔찌를 좋아하는 그녀는 제모기로 공들여 팔과 손가락의 털을 민다. 일할 때도 키보드 위의 손과 손목을 보고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나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날 때도 손끝을 미세하게 움직여 네일아트를 관찰한다.

 

가슴보다 튀어나온 불룩한 배는 어떤 옷을 입어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임신 6개월 정도 되어 보인다. 임신부 마냥 튼살이 있다. 그녀는 아직 임신한 적 없고 앞으로도 임신할 계획이 없다. 여성용은 허리에 맞는 바지가 없어서 남성용 바지를 사 입는다. 바지에는 반드시 고무 밴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앉을 때도 편하다.

 

불록한 배 가운데 있는 배꼽은 세로로 파여서 아주 귀엽다. 그러나 튀어나온 배에 비키니나 스포츠 브라나 크롭티를 입을 일이 없으므로 그녀의 배꼽은 그녀만 아는 매력포인트가 되고 만다. 배꼽부터 하복부까지는 구레나룻처럼 검은 털이 나 있다. 배가 보이는 옷을 입을 일이 없으므로 그녀는 배에 난 털을 제모하지 않는다. 배에는 얼룩덜룩한 멍 자국이 있는데 최근 식욕억제제인 삭센다를 스스로 주사하면서 생긴 멍이다. 삭센다를 주사하면서부터 음식을 빨리 많이 먹으면 메슥거려서 꼭 구토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입 짧은 어린애들처럼 식탁에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오랫동안 밥을 먹는다.

 

그녀의 거웃은 길고 검고 윤기 나고 허벅지까지 퍼져 있다. 그녀의 허벅지는 굵고, 짧은 바지를 입을 일이 없으므로 왁싱을 받을 일도 없다. 그녀의 엉덩이에는 흉터가 있는데 어릴 적에 장독 위에서 뛰어 놀다가 장독이 깨져 사금파리가 살을 찢어 생긴 것이다. 엉덩이가 볼록해서 바지를 입으면 엉덩이 핏이 예쁘다는 게 그녀의 자랑거리지만 허리에 사이즈를 맞춘 바지는 엉덩이 사이즈가 펑퍼짐해서 그녀의 핏을 살려주지 못 한다.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수영복을 입을 일도 없고 여럿이 몸을 담근 욕조는 비위생적이라서 찜질방도 가지 않고, 이 나이를 먹도록 제대로 연애 한 번 해 본 적이 없으므로 누구에게 보일 일도 없어서 그녀는 자신의 생식기를 관찰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연애도 결혼도 하지 못 할 것이라고 그녀는 믿는다. 그녀가 20kg의 살덩어리를 몸에서 빼내기 전까지는.

 

그녀도 생리를 한다. 너무 마르거나 뚱뚱하면 생리를 안 한다는데 고도비만 판정을 받은 그녀가여전히 생리를 하는 걸 보면 얼마나 더 찌거나 빼야 생리를 안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생리할 때는 연한 살이 짓무르지 않도록 탐폰을 질에 더듬어 넣는다. 탐폰을 쓰면 처녀막이 찢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브래지어가 숨쉴 때마다 가슴을 압박할 때와 한 달에 한 번 생리할 때가 그녀가 자신이 여성임을 자각하는 때다. 브래지어는 니플패치로 해결했지만 생리는 탐폰을 사용해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서너 시간마다 탐폰을 교체해야 하고 탐폰이 잘못 삽입되거나 너무 오래 착용하면 생리혈이 새기 때문에 생리 기간에 그녀는 잔뜩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이 된다. 탐폰보다 편하다는 월경컵을 쓸까도 알아봤지만 월경컵도 8시간에 한 번 교체하려면 한 번은 회사 화장실에서 손을 씻어가며 갈아야 하기에 일회용인 탐폰을 쓰기로 한다. 그녀는 탐폰 가격과 미레나 시술 가격을 계산해본다. 미레나 시술을 받는다고 다 무월경이 되는 건 아니란 사실에 미레나 시술은 접어 둔다. 그러나 여전히 자궁을 적출해서라도 확실하고 부작용 없이 생리를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고 싶어한다. 그녀는 지금도 앞으로도 그녀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으니까.

 

그녀의 허벅지에는 뱃살처럼 튼살이 있다. 앉으면 퍼지는 허벅지살 때문에 그녀는 늘 ‘쩍벌’로 앉는다. 종아리도 알타리무처럼 굵다. 다리에는 겨드랑이털처럼 길고 굵고 검은 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만지면 제법 부드러울 정도로. 다리털을 제모기로 뽑으면 모낭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다리털이 각질 사이로 파고 들어 두번째부터는 제모하기 어렵다. 매년 여름마다 몇 십 만원을 들여 피부과에서 레이저 제모를 받을까 하다가 귀찮고 돈이 아까워 피부과 문턱만 밟고 돌아온다. 다리털을 제모하지 않고 종아리에도 알이 있다 보니 짧은 치마나 바지는 못 입고 발목까지 가리는 긴 치마나 바지만 입는다. 레깅스나 미니스커트, 숏팬츠를 입은 여자를 보면 저절로 눈이 돌아간다. 아마 그녀도 그런 걸 입고 싶은 모양이다.

 

예전에는 발톱에도 페디큐어를 칠했는데 배가 나온 이후로는 몸을 구부리고 발톱에 색칠하는 게 어려워져서 민발톱으로 다닌다. 양쪽 새끼 발가락은 젊을 때 신고 다닌 하이힐 때문에 휘어서 샌들을 신을 때마다 물집이 잡힌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신지 않는 하이힐을 내다 버리고 편안한 플랫슈즈나 스니커즈를 신고 다닌다. 타투를 한다면 발등에 꼬리를 끊고 도망가는 도마뱀을 새겨야지, 하고 그녀는 여름마다 생각한다. 생각만 한다.

 

그녀는 매년 옷을 산다. 작년에 샀던 옷은 몸에 맞지 않다. 옷 사이즈가 매년 한 치수씩 계속 커진다. 20대 때는 천천히 찌던 살은 30대부터는 거침없이 불어났다. 원피스에 가디건을 걸쳐 ‘인형같이’ 입고 다니던 이십 대 시절이 오래된 옛날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남성복에 맞는 치수가 있지만 더 살이 오르면 남성복도 못 입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이 찔 줄 알았으면 입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고 다양한 옷을 입어볼 걸 생각한다. 레더 재킷도 시폰 원피스도 스키니진도.

 

그녀는 자신의 몸이 스모 선수 같다고 느낀다.

 

그녀가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낮은 도수의 고열량 맥주 한 캔 대신 40도의 위스키 한 잔을 마신다. 다이어트용 밥그릇에 50g의 밥만 먹는다. 식판엔 밥과 건더기가 국물보다 많은 국과 계란 후라이와 나물 반찬과 고기 반찬. 과자를 비롯한 간식은 절대 먹지 않고 음료수는 칼로리가 없는 아메리카노나 티 종류만 마신다. 매일 밤 공원을 달린다. 그래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 짐작한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살이 빠지면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

 

살이 빠지면 수더분하거나 게을러 보이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예민하고 까칠해 보일 것이다. 유일하게 살찌지 않은 부위인 혀로 나오는 모든 말이 지금보다는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더 자신 있게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온몸을 제모하고 매끈한 깐 달걀처럼 되어 옷 바깥으로 몸을 드러낼 것이다. 돌아오는 여름에 조금이라도 더 시원할 것이다. 남자를 소개받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살 것이다. 아니, 지금의 몸에서 성별만 남자로 바뀌면 더 좋을 것이다. 뚱뚱한 여자보다는 뚱뚱한 남자가 낫고 남자는 다리에 털이 수북해도 반바지를 입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날씬하고 제모를 하고 다녔던 20대에 했던 몇 건의 소개팅에서 그녀는 남자와 대화가 아닌 토론을 하려 들었고 소개팅 이후 두 번 다시 소개팅 상대를 만난 적이 없으며 따라서 결혼도 못 하고 집도 못 사고 시간이 흐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