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는 오른손엔 코리투살을, 왼손에는 문어 다리를 들고 나타난다.

보들레르는 오른손엔 코리투살을, 왼손에는 문어 다리를 들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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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르티스 메이저 북동쪽 제제로 시티. 수백년 전 화성 최초의 주거지가 개발되었던 장소에서 화성의 독립을 인정하고, 행성내 모든 생명 유지 설비의 권리를 화성 거주민에게 이전하는 협정식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화성 이주민들은 대규모 전쟁도 불사할 각오가 되어 있었지만, 의외로 지구 연방이 순순히 손을 들었다. 최근 발견된 블랙홀 너머에 풍요로운 트윈 어스의 존재가 증명된 덕분에 화성의 이용 가치가 그 만큼 감소한 것이란 소문이 있었다.

 

대기 순환 통제실에서 중계 화면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은 에릭슨과 지나였다. 에릭슨은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화성 출장을 마치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화성과 지구의 대표들이 연단에 서서 화성의 독립을 선언하는 순간, 축포를 대신해 화성의 상징색인 붉은 색의 압축 공기를 리본처럼 대기 중으로 쏘아 올리는 일이 마지막 임무였다.

 

후임자로 발령 받은 지나는 상당히 들뜬 표정이었다.

 

“에릭슨 씨, 곧 화성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데 왜 굳이 지구로 돌아가요? 영주권이 있으면 가족들을 여기로 부를 수도 있잖아요. 이제 화성 독립이 인정되면 지구로 보내는 자원에 제 값을 받을 수 있으니, 화성 거주민들도 훨씬 풍요롭게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지나는 여기서 태어났으니, 내 심정을 이해하긴 힘들 거예요. 푸른 행성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말이에요.”

 

“오염이 심해서 더 이상 푸른 행성이라 부르기도 어렵지 않나요? 인류가 호흡할 수 있는 대기를 인공적으로 공급하고, 온도를 제어해야 하는 상황은 여기나 지구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도 그렇지가 않아요. 홈 스위트 홈이란 말 몰라요?”

 

“집은 고정된 곳이 아니라 스스로 이름 붙이는 마음가짐이에요.”

 

“화성인은 지구인을 이해 못해요.”

 

“그래서 독립을 하나 보네요. 하하.”

 

“아무튼 독립 축하드립니다. 장수와 번영을.”

 

에릭슨은 손가락을 두 개씩 모아 브이자를 만드는 벌칸식 인사를 했다. 많은 화성인들은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였지만, 지나는 그러려니 하고 넘겨 버렸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클래식한 쓰리 피스 정장을 차려 입은 금발 남자가 통제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른손에는 조그만 갈색 유리병을, 왼손에는 구운 문어 다리를 들고 있었다.

 

“푸헹취! 워따, 화성이 춥긴 춥구만유!”

 

그는 문어다리를 에릭슨에게 건네더니 재킷 주머니에서 체크무늬 행커치프를 꺼내 코를 풀었다. 그리고는 다시 문어 다리를 받아 들고, 코 묻은 손수건을 에릭슨에게 내밀었다.

 

“뭐 하는 거요? 당신 누구시오?”

 

엉겁결에 받아 든 행커치프를 바닥에 팽개치며 에릭슨이 물었다.

 

“지는 에르퀼 푸헹취! 보들레르라고 해유.”

 

보들레르는 갈색 유리병에 담긴 코리투살 시럽을 뚜껑에 따라 마시고는 문어 다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이이, 감기약인디유. 너무 달달혀서, 짭쪼름헌 문어 다리로다가 중화시키는 기유. 단짠단짠, 불변의 법칙이잖유.”

 

에릭슨은 눈살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누구냐고 물었소!”

 

“지구에서 온 색조 전문가구만유. 오늘 여기서 뻘건 공기 리본 쏘실 거잖아유? 근디 그것이 지가 보기에는 화성 상징색허고 쬐께 다른 거 같어서유. 확인차 들렀슈.”

 

“옥타레드 컬러 말씀이시죠?”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지는 것 같아 지나가 나섰다.

 

“이이, 아리따운 여성분께서 잘 아시는구만유. 화성 상징색은 옥타레든디, 오늘 준비헌 공기 리본은 쪼끔 누리끼리헌 것 같지 않어유?”

 

“글쎄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지나는 발사 대기 중이던 500ml 크기의 압축 캡슐을 꺼내서 밝은 조명에 비춰 보았다.

 

“어차피 공기 중에 쏘아 올리면, 잠깐만 리본 모양을 유지하다가 대기 속에 섞여 없어질 텐데, 뭐 그렇게까지 색을 따지고 들 필요가 있소! 지나, 그거 다시 장전해요. 곧 대표들이 연단에 나설 거예요.”

 

에릭슨이 캡슐을 향해 손을 뻗었는데, 보들레르가 더 빨랐다.

 

“에헤이! 화성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인디, 일을 고로코롬 대충 처리허믄 안 되쥬.”

 

그리고는 캡슐을 유심히 살폈다.

 

“지가 라스 베가스 최고의 색조 전문가로서 장담허는디, 이것은 옥타레드가 아니유.”

 

“그래요? 그럼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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