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 – 기묘한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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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리를 좋아합니다. 건너는 다리 말고 사람의 다리 말입니다. 그렇다고 젊은 여자의 다리를 탐하는 변태로 보진 마세요. 난 아기 다리부터 노인의 다리까지 모든 다리를 사랑하니까요. 굴곡진 선을 그리며 뻗어 내린 다리가 좌우 대칭을 맞추며 몸을 지탱해 걸어가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사실 제가 언제부터 다리를 좋아하게 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네 살 때인가, 다섯 살 때인가,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어머니의 포근한 다리에 누워 잠들었던 기억 때문일까요? 아니면 스무 살에 처음 사귄 여자친구의 길고 날씬한 다리 때문일까요?

 

어머니는 내가 일곱 살 때 집을 나갔고 처음 사귄 여자친구는 제 절친과 눈이 맞아 더럽게 관계가 끝났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나는 다리를 사랑합니다. 아기의 다리는 뽀송뽀송해서 좋고, 노인의 다리는 가늘고 긴 나이테 같아서 좋습니다. 물론 여자의 매끈한 다리에 가장 끌리기는 합니다만, 헤헤.

 

그래서 나는 다리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대부분 플라스틱이나 스펀지로 만들어진 모형 다리지만 다른 수가 없으니까요. 장난감 가게나 선물 가게에 가서 진열된 인형의 다리만 똑, 분리해 가져오면 걸릴 일도 없고 간단합니다. 가끔은 대담하게 마네킹 다리를 빼오기도 합니다. 어제도 백화점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마네킹 다리가 보여 몰래 그것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점원이 자리를 비울 때를 기다려 직원인척 들어가서 빼오면 그만이지요. 아무도 마네킹 다리를 훔쳐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수집된 다리들은 혼자 사는 나의 반지하 방과 거실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게 한데 모여 있으면 그것들은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우연히 저희 집에 온 회사 동료가 저를 보고 변태라고 놀렸지만 저는 당당히 말했습니다.

 

‘나 다리 컬렉터야.’

 

우표나 피규어만 모으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오늘도 나는 다리를 구하러 갑니다. 얼마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좀 더 특별한 다리를 수집하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쓰레기처럼 버려져 누구에게도 관심 받지 못하는, 불쌍한 다리를 구제하러 가는 것이지요. 제가 향하는 곳은 바로, 공동묘지입니다. 모두에게 잊힌 채 흙속에서 썩어갈 다리를 수거해 정성스레 방부 처리를 하면 다리는 다시 생명을 부여받게 됩니다. 다리의 주인도 분명 좋아할 테지요.

 

오늘은 달이 흐릿합니다. 다행이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있으나 마나 한 묘지 관리인마저 이미 퇴근하지 오래입니다.

 

‘흠…오늘은 어느 묘가 좋을까?’

 

나는 손전등으로 면밀히 묘를 관찰합니다. 풀이 많이 자랐거나 흙이 단단해 보이는 묘는 피합니다. 풀이 별로 없고 흙이 듬성듬성 뭉쳐있는 묘가 새로 형성된 묘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 이게 좋겠네.’

 

나는 공동묘지 끄트머리에 자리한 묘를 선택하고는 삽으로 파헤치기 시작했습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