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 가시가 박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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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밴이 어두운 숲속을 달렸다. 외장은 광택이 없는 검정색 페인트로 칠해졌고, 앞뒤 범퍼와 창문은 바위를 들이 받아도 될 정도로 튼튼하게 보강 되어 있었다. 좁다란 숲길을 전조등도 켜지 않은 채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은 아까 도끼를 휘두르던 대원이 운전석에 앉은 덕분이었다. 그의 이름은 편월. 전생에 박쥐였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되었다. 출발한 지 오 분도 안 되어 빈 속에 멀미가 날 정도로 승차감은 엉망이었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이동하는 면에서는 탁월했다.

 

중간 자리에 앉은 기린, 호랭이, 무당은 기범과 요요를 마주보고 있었다. 호랭이는 등 뒤에 칼잡이가 앉아 있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 자꾸만 흘끔거렸다. 막상 오 본인은 차가 출발하자마자 입을 벌린 채 잠이 들어버렸지만.

 

“어디로 가는 거야?”

 

“마고네.”

 

호랭이가 묻고 요요가 답했다.

 

“반대방향인데?”

 

“혹시나 추적이 따라 붙었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와 마고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정부 놈들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지. 만약에 놈들이 마고네를 지키고 있으면 이대로 우리 기지로 갈 거야.”

 

“우리가 함께 있는 걸 봤는데, 당연히 마고를 의심하겠지.”

 

“꼭 그렇지 않을 지도 몰라. 네가 서색연대에 합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뭐? 내가 왜 서색연대 따위에?”

 

호랭이의 말에 요요는 쓴웃음을 짓고 기린에게 시선을 옮겼다.

 

“힘이 굉장하던데? 칸자들이 아주 두부처럼 뭉개졌어.”

 

요요의 칭찬에 기린은 삐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 마고네 집에서 칸자를 얼떨결에 해치운 것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전투를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스스로도 만족스럽다고 으쓱거리던 참이었다.

 

“큰 도움이 되었어. 징그러운 칸자가 떼로 덤비는데도 겁 먹지 않고 용감하네. 세인들은 원래 그렇게 신체 능력이 탁월하고 두려움이 적은 편인가?”

 

“하하, 누구나 그런 건 아니야. 내가 좀 유별난 편이지.”

 

“과연 마고랑 팔왕이 기대를 걸 만해.”

 

“팔왕? 아, 그 상투남? 파랑이 아니라 팔왕이었어?”

 

“상투남? 아하하하!”

 

“어쨌든 너네 대장도 나한테 기대가 크다 이거지? 후후. 역시 대장답게 사람 보는 안목이 있네.”

 

“엉망이다!”

 

기범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다!”

 

무당도 거들었다.

 

“뭣이 어째? 엉망이라니! 내가 칸자들을 얼마나 많이 때려 잡았는데! 멀찌감치 뒤에 서서 흙놀이나 하고 있었으면서 막말하네.”

 

기린이 발끈하며 따졌지만, 기범은 다시 과묵모드로 돌아가서 입은 물론 눈까지 닫아버렸다.

 

“아하하, 부대장 말은, 좀 더 정제된 동작을 익히면 훨씬 효율적인 전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뜻이야.”

 

요요가 중재에 나섰지만 기린은 계속 씩씩거리며 자기를 칭찬해달라는 표정으로 호랭이를 쳐다봤다. 요요는 호랭이에게도 씩 눈웃음을 보이며 날카로운 분위기를 무마하려 노력했다. 호랭이는 여전히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마고가 너희와 내통하는 사이라고?”

 

“내통이라니 뭔가 불륜 로맨스처럼 들리네.”

 

요요가 요염한 미소를 흘렸다.

 

“불륜과 로맨스를 하나로 묶는 걸 보니 역시 도덕성에 문제가 있구만. 누가 반란군 아니랄까 봐.”

 

“글쎄… 중앙정부와 우리 중 누가 문제인지 확신해?”

 

“뭐?”

 

“아니, 우리가 이유 없이 이 고생을 하겠냐고.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반란에는 그럴 만한 명분과 사명이 있기 마련이잖아. 몰라?”

 

“모든 대신 대부분이라는 단어를 고른 걸 보니 더 믿음이 안 가는데.”

 

“하하하, 똑 부러지는 강의는 민석 부대장 몫으로 남겨둘게. 우리 브레인이니까. 나는 한낱 미녀 의사일 뿐이라고.”

 

“마고와는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

 

“우리 활동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지. 마고는 비원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 중 하나니까. 죽음의 세계에서 생명을 싹 틔우는 유일한 사자, 캬아. 그런 아이콘을 우리 앞에 세우면 우리의 입지가 수상한 반란군에서 한 순간에 명예로운 저항군이 되는 거지.”

 

“그런데?”

 

“뭐가?”

 

“마고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했잖아.”

 

“맞아. 네가 마고에게 가는 바람에.”

 

호랭이는 사실 마고와 살기 시작한 당시의 기억이 흐릿했다. 보통의 경우 사아보호소에서의 기억은 온전치 못하더라도 퇴소 이후의 기억은 선명할 텐데, 호랭이도 그 부분이 의아하긴 했다. 건강 상태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라는 두루뭉술한 이유로 애써 납득하는 척 뚜껑을 덮어두었을 뿐.

 

“내가 마고에게 갔던 상황을 알고 있어?”

 

“그 이전의 상황도 알고 있지.”

 

“나는 그 수십년 동안의 기억이 흐릿해. 미로가 나를 깊은 잠에서 깨워주기 전까지는.”

 

요요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너를 그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지경으로 만들고 마고의 집에 데려간 게 바로 그 미로란 놈이야.”

 

“뭐라고? 그런…?”

 

아연실색하는 호랭이 옆에서 기린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역시 미로란 놈 마음에 안 들었어.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갖고. 아까 다리가 아니라 머리가 깨졌어야 하는데 아깝네.”

 

“깝네.”

 

무당도 손뼉을 쳤다. 기린은 문득 생각나는 것 있었다.

 

“아, 맞다. 요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