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회 – 너의 목소리를 원해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나는 레이싱 모델 해미를 좋아합니다. 해미는 23세, 경력 1년의 모델로 코리아 스트리트 모터쇼에서 데뷔했지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저는 그녀에게 빠져들었습니다. 168에 50킬로,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특히 좋았어요. 게다가 얼굴까지 동안으로, 소녀의 얼굴에 여인의 몸매를 가진 셈입니다.

 

모든 게 완벽한 그녀 해미, 저와는 정반대입니다. 노안에 작고 어글리한 몸뚱이,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외모의 저는, 그래도 주제파악은 잘 하는지라 차마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그녀를 흠모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저도 유일하게 남들에게 인정받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저의 풍성하고 중저음인 목소리지요. 저의 목소리만 들은 사람들은 모두 저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저의 외모를 본 순간, 모두 끔찍한 표정을 지으며 떠나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외모를 감추는 데 아주 능숙합니다. 특히 SNS에서 주로 활동하는 저로서는 실제 제 외모를 드러낼 일이 없습니다. 해미에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해미씨와 관련해 이상한 점을 파악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는 겁니다. 맙소사, 3년 가까이 그녀를 흠모하고 모든 현장을 따라다니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했던 저로서는,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다는 점에 심히 불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떠올려보니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모델을 설 때에도 멘트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팬클럽 사이에선 그녀가 말을 못한다, 목소리가 너무 끔찍해서 그렇다, 극도의 신비주의 전략이다, 등의 괴소문을 퍼뜨리는 사람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마 전 결심했습니다. 기필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야 말겠다, 나의 중저음 보이스와 어우러지는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증명해 내고야 말겠다, 라고 말입니다.

 

“해미씨! 안녕하세요?”

 

나는 그녀의 모터쇼에 찾아갔습니다. 물론 전에도 자주 찾아갔지만 항상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았는데 이번엔 꽁꽁 온몸을 감싼 채 기자들 틈에 끼어 그녀의 앞에 나섰습니다. 뭐라고 대답을 하겠지, 생각한 저의 기대와 달리 그녀는 희미한 미소로 고개만 끄덕이고 저의 앞을 지나갔습니다.

 

‘젠장, 인사도 받아주지 않다니.’

 

화가 좀 났지만 그녀의 입장을 이해는 합니다.

 

‘내가 똥파리처럼 꼬여드는 기자인줄 알았을 거야. 기자는 늘, 귀찮은 존재니까.’

 

그래서 나는 좀 더 개인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 우리 둘 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어야겠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도통 그녀는 혼자서 다니는 일이 없었지요. 늘 매니저나 인상 더러운 한 덩치 녀석과 다녔습니다. 그 녀석은 사람들의 시선이 뜸한 곳에서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부여잡고 키스를 퍼붓기도 했습니다. 나는 키스 후 그녀가 녀석에게 귓속말을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젠장, 말을 하긴 하네.’

 

묘한 배신감이 느껴지면서 반드시 내게도 말을 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한참을 고심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 그녀가 가장 편히 말을 할 장소는, 자신의 집이었습니다.

 

‘친구랑 전화도 하고, TV 보며 웃기도 하고, 집에서는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내겠지.’

 

그 후로 나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그녀의 집을 알아냈습니다. 그 다음은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야 했는데 그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아파트 계단에서 며칠이고 대기했지만 그녀는 번번이 카드키를 사용해 집에 들어갔습니다.

 

‘할 수 없지. 이 방법밖에.’

 

결전의 그날 밤, 나는 그녀의 아파트 계단에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온몸을 꽁꽁 감싼 채 새벽까지 기다린 덕에 드디어 기회가 왔습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