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 – 손 좀 빌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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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화장실이 급할 때가 있다. 보통은 휴게소에 들려 해결하지만 명절이나 주말에는 막힌 도로 탓에 휴게소도 임시화장실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늘 그는 그런 상황에 처했다. 지방의 선산에서 벌초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같이 가기로 했던 동생 녀석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약속을 펑크 내고, 하루 종일 혼자서 쫄쫄 굶으며 벌초를 했다. 벌초 중엔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면서 무릎까지 까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마저 꽉꽉 막혀있었다.

 

‘아, 젠장 화장실 가야 되는데…’

 

그것도 큰 놈이, 뱃속에서 요동을 치며 신호를 보냈다. 그는 참고, 또 참았지만 참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었다.

 

‘어디 없나…’

 

그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 안에서 주위를 살폈다.

 

‘아, 저기다!’

 

그의 눈에 쏙 들어오는 장소가 보였다. 갓길 옆, 수풀이 우거진 곳인데 풀의 높이가 꽤 높아 다른 운전자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어 보였다. 그는 서둘러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날듯이 뛰어내려 수풀로 향했다. 급한 마음에 차키를 뽑을 여유도 없이, 번개처럼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잽싸게 수풀 안으로 들어갔다.

 

‘아, 너무 경사가 져서 앉아 있기가 힘든데…’

 

막상 수풀 안으로 들어가니 땅이 기울어져 두 발을 딛고 자세를 잡을 수가 없었다.

 

‘급해 죽겠는데…그냥 할까? 아니야, 이런 자세로는 구를 지도 몰라.’

 

그는 점점 창백해지는 얼굴로 평평한 땅을 찾아 헤맸다. 기울어진 땅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니 비로소 평지가 나왔다.

 

‘여기가 명당이네!’

 

그는 잽싸게 쪼그리고 앉아 볼 일을 봤다. 이보다 더 이상 시원할 수는 없었다. 머릿속에서 맑은 공기방울이 터지는 듯 했다.

 

‘휴우, 이제야 살겠네.’

 

그는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 어느 쪽이었지?’

 

그가 왔던 방향, 고속도로 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이쪽 같은데…’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헤매었고 이리저리 짚이는 대로 가보았지만 길은 나오지 않았다. 어딜 가도 수풀뿐이었고 계속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만 같았다. 시간만 자꾸 흐르자 그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차키도 꽂아두고 나왔는데…’

 

수풀에 들어온 지 한 시간은 족히 지난 듯했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털썩 수풀에 주저앉았다.

 

‘뭐가 잘못된 거지?’

 

그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일어나려는데 스스슥, 수풀을 헤치고 사람이 나타났다. 농사를 짓다 왔는지 손에 흙이 묻은 낫을 든 할머니였다.

 

“길 잃었어?”

 

“네, 할머니.”

 

“내가 알려주랴?”

 

“아, 감사합니다.”

 

그는 마치 천사를 만난 기분이었다.

 

“근데 자넨 나한테 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