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 위험한 심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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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부모님 집에 얹혀 지내는 그는 오늘 밤도 드라이브에 나섰다. 부모님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할 때마다 잔소리를 피해 집을 나와 하는 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에이 씨, 왜 이렇게 안 가!”

 

그는 조금이라도 앞 차가 느리게 간다 싶으면 경적을 울려대며 앞지르기, 칼치기 등을 밥 먹듯이 했고 그러다 시비가 붙으면 트렁크에 늘 구비하고 다니는 야구방망이로 상대를 위협하곤 했다. 오늘밤도 그의 일상은 다르지 않았다.

 

‘빌어먹을 자식이, 감히 나를 추월해?’

 

그는 자신을 앞서 휑하니 달려 나간 검은색 경차를 뒤쫓았다.

 

“어? 이 놈 봐라, 제법인데? 하지만 나한테는 안 되지!”

 

그는 자신이 모는 구형 스포츠카의 스피드를 최대로 높여 따라갔다.

 

“위휘이!”

 

괴성을 지르며 스피드에 도취된 그는 어느새 검은색 경차 옆으로 붙어 창문을 내렸다.

 

“야, 인마! 차 안 세워?! 차 세워!”

 

그는 창문 밖으로 팔을 휘저으며 차를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검은색 경차는 멈추지 않고 달렸고 급기야 그는 경차 앞을 막으며 브레이크를 밟아 진로 방해를 시도했다. 위협적인 그의 태도에 결국 검은색 경차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는 먹잇감을 잡은 사냥꾼처럼 트렁크의 야구방망이까지 챙겨 경차를 향해 다가갔다.

 

“운전 똑바로 해야 될 것 아냐!”

 

그는 야구방망이로 까맣게 썬팅 된 창문을 툭툭 치며 내리라는 시늉을 했다. 잠시 후,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서 사람이 내렸다.

 

‘아, 뭐야!’

 

작디작은 경차에서 족히 190은 될 만한 거구의 사내가 내렸고, 그가 주춤하는 사이, 운전석에서도 비슷한 덩치의 사내가 내렸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되지.’

 

그는 야구방망이를 든 손에 힘을 주고는 눈을 부릅떴다.

 

“꼬마야, 설마 그걸 휘두르려고?”

 

운전석에서 내린 거구의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씨익,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으, 왜 이렇게 소름끼치지.’

 

웬만한 것에 겁을 내지 않는 그는 조폭 여럿과 시비가 붙었을 때도 밀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덩치에 상관없이, 이들이 풍기는 무언가가 이미 그의 약호를 꺾어놓았다. 그는 두려움을 느끼며 두 명의 거구를 훑어보았다.

 

‘이 사람들 도대체 정체가 뭐야…’

 

한 명은 깎아지른 짧은 머리, 다른 한 명은 길게 기른 머리를 뒤로 묶은 꽁지머리, 두 명 모두 검은색 생활한복에 흰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조폭은 분명 아니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오싹하지?’

 

그는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강한 어조로 내질렀다.

 

“너희들, 오늘 다 죽었어!”

 

그는 닥치는 대로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방망이는 허공만 휘저을 뿐,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고 오히려 방망이를 뺏긴 채 바닥에 꿇어앉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굴욕적인 자세로 그들의 주먹과 발길질이 그에게 내리꽂혔다. 속수무책 두들겨 맞은 그의 입과 코에서는 어느새 흥건히 피가 흘렀다.

 

“기세도 없는 놈이 성질만 있어 가지고.”

 

짧은 머리의 거구가 그의 뺨을 툭툭 치며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왜 이렇게 오금이 저리지? 도저히 대항을 못 하겠어, 젠장.’

 

가진 거라고는 오기와 깡뿐인 그가 이렇게 깨지고 나서도 두려움만 들자, 그는 전의를 상실한 채 고개를 숙였다.

 

“꼬마야,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심부름 좀 해야겠다.”

 

“네, 심부름이요?”

 

“그래, 우리가 너랑 이렇게 노닥거리는 사이에 시간을 많이 뺏겼어. 그러니까 네가 그 값을 해야지.”

 

그는 어리둥절했지만 빨리 이들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순순히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좋아. 그럼 너, 이거 봉천동 박사장한테 전해라.”

 

그들은 비단으로 꽁꽁 싸인 액자를 하나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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