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리조트 작동 매뉴얼 서문

작가 코멘트

저는 어릴 때 내가 보고 듣고 맛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환상이 아닐까 상상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 모든 게 영화의 한 장면 아닐까.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서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과학을 배우면서 내 오감이 환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가 일부러 설계하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정교했으니까요. 아직 이 우주에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게 오히려 이 세상이 진짜라는 방증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점차 진짜 같은 가짜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네요.
요즘 김창규 작가님의 단편집 <삼사라>를 읽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페이스 오페라, 가상현실 등을 다룬 하드SF입니다. 관련 주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 이 작품은 저 단편집을 읽다가 영감이 떠올라 써 본 것입니다.
지구와 인류의 멸망에 대해서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노잉 knowing>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평론가들과 일반인들의 평 모두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오래 전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기 몇 달 전에, 지구에 거대한 폭풍이 몰아쳐 공기가 사라지고 인류가 멸망한다는 꿈을 꾼 뒤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당장 우리 앞에 닥친 문제에 정신이 쏠려 있지만, 지구의 멸망은 반드시 올 것이기에 (태양의 수명이 유한하므로) 제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그것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워낙 먼 미래의 일이라 제 눈으로 못 보리라는 걸 알면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