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 이것 좀 밀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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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밀어주시겠어요?”

눈이 맑은 아이가 힘겹게 휠체어를 밀며 주희에게 다가왔다.

“너 혼자 있는 거니?”

“네, 답답해서 혼자 나왔다가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길을 잃었어요. 팔에 힘도 빠졌고요.”

주희는 도움을 청하는 아이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집이 어딘데?”

“저기 언덕 위에 있는 집인데, 방향을 잘 못 찾겠어요.”

주희는 휠체어 옆에 앉아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아, 저기. 내가 길을 알아. 걱정 마, 데려다줄게.”

주희는 얼마 전까지 그 마을에 과외 수업을 다녔기 때문에 길을 잘 알았다. 부촌이 형성된 마을로, 대학생인 그녀로서는 꽤 넉넉한 수업료를 받으며 과외를 했었고 사람들 매너도 좋았다. 주희는 기꺼이 휠체어 뒤로 돌아가서 소년을 밀었다.

“고맙습니다.”

‘흠, 역시 요즘에는 있는 집 애들이 더 예의바르다니까.’

주희는 마음속으로 소년을 칭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누나는 어디 살아요?”

“나? 나는 영천동.”

“영천동? 엄마가 거기는 거지들만 사는 곳이라고 했는데.”

소년의 거리낌 없는 말에 주희는 순간,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렇지는 않아. 단지 가난할 뿐이지, 남한테 구걸하는 거지들이 사는 곳은 아니란다.”

교육학을 전공하는 주희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친절하게 설명하려 애썼다. 아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부모의 잘못된 교육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왜 가난해요?”

꼬치꼬치 캐묻는 소년을 보며 주희는 골치 아픈 녀석을 상대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게을러서겠죠.”

주희의 말을 툭, 끊은 소년은 단정적인 말투로 얘기했다. 아마 이 얘기도 엄마한테 들었을 거라 생각한 주희는 더는 녀석과 말을 섞을 필요가 없겠다고 느꼈다.

“어디쯤이니?”

주희는 언덕으로 올라가 주위를 살폈다. 어느새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저기 빨간 지붕이요.”

소년이 가리킨 집은 그녀가 과외 수업을 했던 집보다도 훨씬 컸다. 높다란 담벼락 너머로 거대한 나무들이 치솟아 있고 웅장한 저택의 빨간 지붕이 빼곡한 나무 사이로 보였다.

“엄청나구나, 너희 집.”

주희는 자기도 모르게 툭,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네, 게으르지는 않거든요.”

‘어휴, 진짜 요놈이.’

주희는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아이를 빨간 지붕의 집 앞까지 데려갔다.

 

“이제 다 왔으니까 혼자 들어갈 수 있지? 난 이만 가볼게.”

돌아서는 그녀의 팔목을 소년의 연약한 손이 붙잡았다.

“이렇게 고생하며 도와줬는데, 그냥 보내면 전 나쁜 아이가 되잖아요.”

소년이 맑은 눈을 굴리며 공손히 말하자 좀 전의 얄미운 말로 상했던 마음이 녹아 내렸다.

“엄마가 그러는데 도움을 받았으면 꼭 보답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소년의 보답이란 말에 그녀는 못 이기는 척, 아이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거대한 저택을 구경할 기회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음, 정원에 꽃이 많구나.”

“엄마가 꽃을 좋아하시거든요. 큭큭.”

갑작스런 소년의 웃음에 주희는 꽃을 바라보며 무심코 물었다.

“왜? 뭐가 그렇게 재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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