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담 :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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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왔다. 가을이 들어서는 기슭을 빠져나가는 그 바람에는 희미하게나마 여름의 마지막 기운이 담겨있었다. 그동안 내린 비가 마지막 여름의 열기를 잠재웠고 미약한 여름의 흔적을 바람이 지나가며 흩어버린다.

그는 바람을 맞기 위해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왔다. 여름을 마지막으로 품고 있는 바람이 그의 몸에 와 닿는다.

맑게 개인 하늘에는 별이 떴고 수많은 별빛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귀에는 바람이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에게 바람은 자신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나지막이 털어놓았다. 별빛을 충분히 담았다 싶은 그는 눈을 감고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람은 조곤조곤 많은 이야기를 그에게 속삭이다가 이야기를 마치고 그 몸을 부드럽게 휩쓸며 별이 가득 찬 하늘로 날아간다.

홀로 남은 자리에서 그는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를 다시 음미했다.

*

1. 뱃고동

‘다시 한번 그 바다로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방금 그는 또 들었다.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그는 살면서 이상한 걸 보거나 그런 것에 시달린 적은 결코 없었다. 애초에 영감(靈感)이 둔하다고 해야 알맞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도 귀신이나 유령 따위를 목격한 적이 없는, 또 가위에 눌렸던 적도 없는 그가 아무도 없는 방에서 그런 소리를 들은 것은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무료한 오후 아직 무더위가 찾아오진 않았지만 초여름의 이른 열기가 거슬린 그는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놓았다. 잠시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는 동안 그는 꿈이라도 꾼 걸까? 그렇지만 이사를 오고 난 뒤, 그는 방에서 틀림없이 그 소리를 들었다. 마치 바다에서 들려와야 자연스러울 법한 소리를.

처음엔 환청이거나 부산스럽게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혹은 가끔 마을 상공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를 잘못 들은 것이려니 했다. 혹시나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넌지시 물어봤지만 그들은 그가 실없는 소리를 한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그들은 그가 잘못 들은 게 확실하다고 멋대로 결론지었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