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모든 것은 절대자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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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이 모래 먼지를 폴폴 이는 운동장을 가로 질렀다.

 

“칼마! 쫓아가!”

 

양떼 구름을 쫓던 소년은 시선을 땅으로 끌어내렸다. 자신을 향해 굴러오는 공을 발견한 소년은 다른 아이들처럼 그것을 쫓았다. 오프로드에 뛰어든 트럭처럼 세계가 사방으로 흔들렸다. 경주에서 승리한 축구공은 스탠드에 부딪쳐 운동장 안으로 들어왔다.

 

“마! 너한테로 갔잖아!”

 

가장 먼저 공을 쫓아온 소년이 ‘칼마’(가끔 ‘마’라고 불렀다)라 불린 소년을 나무랐다. 뒤따라온 또다른 소년이 갈 길 잃은 축구공을 잡고 운동장 안으로 스로인 했다.

 

“야! 제대로 던져야지! 반칙이야!”

 

소년은 필드로 복귀했다. 칼마도 친구를 따라 운동장으로 돌아와 정해준 위치에 섰다. 뜨거운 볕에 목이며 팔이며 따끔거렸다. 아이는 짜증이 났지만 부정한 마음을 다잡았다.

 

“업보 쌓지 말자.”

 

칼마는 중얼거렸다. 아무 일도 없는데 부탁을 거절하면 업보가 쌓인다. 머릿수가 부족해 억지로 뛰는 축구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다. 칼마는 종료 휘슬이 빨리 불리길 바랬지만 애들 축구에 휘슬을 불어줄 심판은 없다.

 

별안간 돌풍이 칼마를 덮쳤다. 돌풍과 함께 모래가 입안으로 들이닥쳤다. 소년은 마른 침을 퉤 뱉었다. 그 행동에 화라도 난 듯 돌풍이 다시 칼마를 덮쳤다.

 

“눈에 모래 들어갔어! 잠깐만!”

 

칼마는 눈을 비비며 식수대로 달려갔다. 수도꼭지를 끝까지 열고 폭포수 같이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눈꺼풀에 남은 따끔거리는 통증이 눈가를 따라 빠져나갔다. 칼마는 눈을 깜빡이다 가만히 뒤통수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기 싫다는 마음도 씻겨 내려가면 좋을 텐데. 칼마는 수도꼭지를 잠갔다. 칼마는 왼쪽 오른쪽 어깨를 번갈아서 들썩이며 턱을 따라 흐르는 물을 옷에 닦았다.

 

“마! 언제까지 쉴 건데!”

 

칼마는 허둥대며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또다시 돌풍이 일었다. 전보다 세기가 강했다. 운동장에 있는 모든 소년들이 멈추었다. 칼마의 앞이 깜깜해졌다. 탑승자의 앞도 깜깜해졌다. 호스트의 시야는 탑승자의 시야와 같기 때문에 가끔 있는 일이다. 기다리면 원상태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탑승자는 당황했다. 실험하면서 맺고 끊음 없이 갑자기 시야를 잃은 적이 없었다. 다진은 살면서 기절해본 경험이 없다. 기면증도 없다. 그렇다면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게 틀림없었다. 변수 조정이 가져온 오류거나 외부에서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 사고…. T! 어쩌면 T가 성공했을 지도 모른다.

 

다진은 어둠 속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섣불리 움직여 T의 성공에 악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정신만이 깨어 있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두어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을 즈음 어스름한 불빛이 어둠을 헤쳤다. 탑승자는 그 빛을 향했다. 빛을 헤치고 나온 끝에 다진을 기다린 건 그의 기다란 얼굴이었다. 물이 가득 담긴 욕조의 마개를 뺀 것처럼 컥컥 소릴 내며 윤활제는 빠르게 수위를 낮추었다.

 

“태구야!”

 

“T!”

 

바깥이 시끄러웠다. 호칭은 달랐지만 멤버들은 한 사람을 애타게 울부짖었다. 다진은 개폐 스위치를 빠르게 연타했다. 거울관에서 미처 배출되지 못한 윤활제가 거품을 토하며 실험실로 쏟아졌다. 다진은 관뚜껑을 좌우로 열고 밖으로 나왔다. T의 ‘MIRROR-ONE’이 노랗고 빨간 경고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닥터! 어떻게 좀 해보세요!!”

 

진경의 닦달에도 닥터는 한 발자국 뒤에 서서 ‘MIRROR-ONE’의 이상 증세를 지켜보았다. 마치 자신은 무관한 사람이라는 듯 팔짱을 꼈다. 진경은 발광하는 ‘MIRRORN-ONE’에 달라붙어 강제 종료 버튼과 개폐 스위치를 마구잡이로 눌렀다.

 

“닥터! 이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은 없어? 뭐라도 해봐!”

 

진경은 닥터를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닥터는 표정 변화 없이 그녀를 내려볼 뿐이었다.

 

‘MIRROR-ONE’의 경고등이 점멸하더니 작은 폭발음이 났다. 실린더가 헐떡이며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났다. ’MIRROR-ONE’은 굳게 닫힌 문틈으로 물에서 건진 익수자처럼 간헐적으로 윤활제를 뱉었다. 투명한 액체가 점점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액체는 둔하게 바닥을 밀며 영역을 넓혔다. 멤버들은 액체의 진행 경로에서 물러났다.

 

“이게 무슨 냄새야?”

 

재익은 코를 틀어막았다. 멤버들은 재익의 말에 코를 벌름거렸다. 윤활제 냄새는 아니었다. 금속내가 섞인 짙은 비린내에 멤버들은 하나 둘 코를 막았다.

 

“이거 피, 피 아니에요?”

 

화련은 유심히 빨갛게 물든 액체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코를 막았던 손이 입으로 내려왔다. 다들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둘 실험실에서 뛰쳐나갔다. 진경은 옷이 붉게 젖는지도 모르고 ‘MIRROR-ONE’에 달라붙어 그것을 열기 위해 이것 저것 버튼을 마구잡이로 눌렀다.

 

“비키십시오.”

 

한 발 물러서 있던 닥터가 입을 열었다. 진경은 원망을 담아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닥터는 괘념치 않았다. 닥터는 ‘MIRROR-ONE’ 뒤로 돌아가 정비 커버를 열고 두꺼운 호스를 뽑았다. 발광하던 경고등은 빛을 잃었다.

 

“나가주시죠.”

 

닥터는 윤활유가 묻은 손바닥을 비볐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겠어요.”

 

“내일 실험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약속하면 여기 계셔도 상관없습니다.”

 

다진과 진경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습니다. 출동하라고 해.”

 

닥터는 실험실 별실에 명령을 내리고 입을 굳게 다문 채 T의 ‘MIRROR-ONE’ 앞에 섰다.

 

“뒤로 물러서십시오.”

 

두 사람은 닥터의 지시에 따라 장치의 정면에서 비켜섰다. 닥터는 두 사람이 ‘MIRROR-ONE’과 충분히 떨어진 걸 확인하고 정비 커버를 열었다. 닥터는 복잡하게 얽힌 전선을 좌우로 헤치고 가장 밑에 숨겨져 있는 레버를 돌렸다. ‘MIRROR-ONE’의 앞면이 절반으로 나뉘어 앞으로 떨어졌다. 강렬한 금속 맛이 입 안을 헤집고 혀를 잡아당겼다.

 

“아…, 웁.”

 

‘MIRROR-ONE’ 안을 확인한 진경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연구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진은 침을 삼키며 간신히 구토기를 억제했다. 닥터는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마찬가지로 주머니에서 실리콘 장갑을 꺼내 끼고 뚜껑이 사라진 ‘MIRROR-ONE’으로 다가갔다.

 

‘MIRROR-ONE’ 안을 본 다진은 아찔했다. 그 안에는 세로로 반토막난 고등어처럼 잘린 T의 상하체가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칼로 예리하게 잘라낸 모양이 아니라 위아래로 잡아당겨 찢어진 모양이었다는 점이었다.

 

“완전히 안되겠네요.”

 

닥터는 실리콘 장갑을 벗었다.

 

하얀색 상하의가 붙은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연구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반으로 두 동강난 T를 그들이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