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괴물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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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은 이름 그대로 소시민다운 성격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되든 뭔가 영화에 나올 법한 극적인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 이름답게 그는 평범하게, 남들만큼 선량하게, 나름의 큰일이 나타나도 큰 굴곡이 없이 바로 일상으로 회복하는 그런 삶을 살아갈 것이며 또 그런 삶을 살기를 바랐다.

그는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며 또한 특별하게 되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어차피 남들만큼만 살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이고 행복이라며, 가끔 주위 어른들이 젊은 놈이 패기가 없다고 한심스럽게 쳐다보더라도 지금 이만큼 살 수만 있다면 다행 아니냐고 생각하는 인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백수로 전전하며 부모님한테 신세를 지던 그가 친구의 도움으로 마트 알바에 취직을 한 것만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알바 자리이니만큼 그 자리가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고 벌어들이는 수익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지만 당장의 어려움만 해결되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내 목숨을 걸고 특이한 일에 도전을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타고난 만큼만 살면 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때가 되면 적당한 곳에 취직할 수 있겠지. 도대체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느냐며 앞날에 대한 대비도 없냐며 한심해하는 주변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어딘가 달관한 마음가짐으로 소시민은 마트 알바를 하고 또 남는 시간에 그나마 취미였던 영화를 찾아 다운로드하여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소시민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도 잘 나가는 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소시민은 조용한 식물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일어난 일은 그런 소시민의 사고방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해변에서 ‘그것’이 올라올 줄이야.

소시민은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 마트의 진열장에 있는 물건이 흔들릴 때만 하더라도 소시민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것’이 올라온 게 아니라 지진이 일어난 게 아닐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여기는 지진이 흔한 지역이 아니다. 소시민은 가끔 한국에서도 지진이 일어나는 곳이 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시민이 사는 지역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은 결코 아니었다.

소시민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은 도로를 지나면 금세 탁 트인 바다가 나오며 여름이면 해수욕장이 열려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해지는 곳이다. 사람이 많다 한들 그것 또한 관광지인 이상 있을 수 있는 일이었으며, 가끔 관광객이 늘어나면 소시민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마트 또한 사람으로 엄청 붐비게 된다. 그리고 그 시기가 소시민을 비롯하여 마트 사람들이 가장 바쁜 시기였다.

하지만 최근 바이러스 유행 때문인지 관광객들이 줄어서 여름임에도 바닷가는 한적한 편이었다. 다른 때보다 한적했기에 알바로 일하던 소시민은 마트의 수입은 줄어들지언정 자신의 몸은 조금 편해졌다고 느꼈을 즘이었다. 그때 마트의 물건이 울리고 도로가 울리고 건물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소시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 울림이 지진의 전조라며, 대다수의 사람은 어쩔 줄 몰라하며 두려움에 질리고 어떤 인간들은 어디서 주워들은 대로 테이블 아래로 숨는다거나 하는 행동을 했다. 지진은 영구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소시민이 사는 마을에 지진을 겪은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은 대다수 사람들은 결국 지진은 멈출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다들 어딘가로 숨고 기둥에 매달리면서 버티도 있었다.

하지만 울림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울림소리는 더욱 커졌고 마치 규칙적인 박동 소리처럼 시간을 두고 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와장창-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꺄악- 꺄악-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폭격이라도 쏟아진 것처럼 거대한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건물이 흔들리고 마트 안의 물건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트 안의 얼마 안 되는 손님들과 직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소시민의 얼굴도 새파랗게 질린다.

– 대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마트의 사장과 손님 몇 명이 견디다 못해 마트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시민 역시 쭈뼛쭈뼛 거리며 그들의 뒤를 쫓아갔다.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소시민과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깥의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저기 원룸 주변에 주차되었던 자동차 한 대가 뒤집힌다. 마치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집어던진 것처럼 무언가가 자동차를 싫증 내듯 옆의 봉고차에 박아버렸다.

하필이면 그 봉고차는 근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태울 때 쓰는 자동차였지만 다행히 주말이라 어린이집엔 사람이 없었다. 봉고차가 찌그러졌어도 그 안에 사람이 없어 사상자가 없다는 것은 천운이었다. 하지만 그 외엔 천운이랄 것은 없었다. 저기 빌라의 유리창은 다 박살이 나고 어떤 집은 대문이 찌그러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것’의 소행이었다.

몸에서 축축한 물기를 흘리고 다니는 거대한 놈, 갓 바닷가에서 올라온 해산물처럼 소금기 짙은 냄새를 온몸으로 풍기고 다니는 놈이 그다지 좁지도 않은 길가를 한데 차지하고 있다. 놈의 몸은 마치 해초인지 털인지 구분이 안 가는 녹색의 줄기가 수북하게 달려있었고 그 얼굴은… 아쉽게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는 거대했고 다리도 거대하고 몸뚱이도 거대했다는 것만 사람들은 기억을 했을 뿐이다. 놈이 화를 내는 것인지 아니면 신이 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채 놈은 자기 주변에 보이는 것을 있는 대로 부수고 있었다. 이윽고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 몇 대가 더 찌그러지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가까운 건물의 유리창이 박살 나고 근처 횡단보도 신호등이 찌그러졌다. 신호등이 고꾸라지고 연결된 전봇대가 쓰러지면 파바박 스파크가 튀는 꼴이 눈앞에 선명하다.

“으꺄아악!!”

길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주차되었던 차가 뒤집히는 꼴을 보고도 사장과 손님들과 직원들이 지금의 상황을 당장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엔 지진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저 거대한 놈이 나타났을 때는 황당하게도 무슨 영화라도 촬영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영화는 대개 CG 처리를 한다고 소시민이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는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이 현실에 있을 법한 것이 아니지만 실제로 나타났다는 것을 어렵지만 두뇌로 받아들였다.
이윽고 놈이 마트로 돌진한다. 마치 덤프트럭이 질주하는 꼴과 흡사했다.

“으꺄악!! 괴물이다!!”
“모두 피해요!!”

소시민을 비롯한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도망을 쳤다. 와장창 어마어마하게 깨지고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마트의 입구가 부서진다. 아니 뭉개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안에는 미처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의 절규가 터져 나온다. 마트 입구 부근에 진열된 물건이 부서지고 찌그러지고 망가지고 뭉개지는 모습은 현실성이 없었다. 입구가 붕괴하면서 동시에 마트의 천정에 균열이 갔고 전등이 깜빡깜빡거리다 팍 소리를 내면서 터지고 만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이윽고 놈은 마트 입구를 부순 게 신이 난 건지 화가 더 난 건지 거대한 몸뚱이를 쳐들고 쿵쿵 발소리를 내며 날뛰고 있었다. 마치 정신없는 새끼 강아지가 신나서 날뛰는 꼬락서니 같았다.

그어어어억- 그리고 그것이 알아듣기 어려운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흥분이라도 한 건지 이번엔 주변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을 쫓아갔다. 놈이 그런 행동을 보이자 사람들은 더 큰 비명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흩어지는 인간들 중엔 소시민도 있었다. 사방에 먼지가 날리고 파편이 튀고 있었다. 알바가 끝나려면 아직 몇 시간은 남았지만 소시민은 이제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마트 내부에 자신의 핸드폰과 가방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걸 꺼내려 다시 마트 안으로 들어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이 뛰는 방향으로 자신도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꼭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 같잖아!

급박한 와중에도 소시민은 이건 꼭 자신이 학생 시절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에서 괴물은 한강에서 태어났고 한강 부지에서 깽판을 쳤다. 자신을 구경하던 사람들을 습격하고 주인공의 딸을 납치하여 자기 서식지로 끌고 갔다. 그리고 주인공의 가족은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소시민은 똑똑하게 기억했다.

하지만 소시민은 영화 속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지금 괴물이 소시민의 가족을 납치한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저 괴물의 몸에서 강물의 냄새보단 바닷물의 냄새가 더 나는 것 같다고 소시민은 그 와중에 생각했다. 영화 속 괴물은 한강에서 태어났지만 지금 마을에서 날뛰고 있는 저놈은 도로 저편에 있는 바닷가에서 건너온 것이 틀림없다고 달려 나가면서 생각했다.

소시민의 예상대로 놈은 바다에서 넘어왔다.

바이러스 여파로 해수욕장도 문을 닫고 소수의 관광객만이 남은 그 해변가에서 사람들은 목격했던 것이다. 저 멀리 파란 물길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던 녀석을.

– 세상에 저게 뭐람?

처음 놈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저 신기한 자연 현상 내지 돌고래 같은 거겠거니 생각하며 태연하게 핸드폰으로 그 모습을 촬영하던 인간들은 이윽고 놈이 물길을 헤치고 근처에 있던 고깃배 몇 선을 뒤집어엎으며 난리를 치는 순간에도 뭐가 위험한 건지를 눈치채지 못했다. 갑자기 나타나는 이질적인 생김새에 코끼리보다 커다란 덩치를 가진 놈이 물을 가르며 나타난 것은 어딘가 현실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머리로 당장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이 어리석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모래사장으로 발을 디딘 놈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핸드폰 라이트를 반짝이던 인간들 앞으로 돌진하면서였다. 놈은 자신을 구경거리로 삼는 인간들에게 화가 난 건지 아니면 그저 철없는 장난이었던 건지 그 자리에 있던 인간들을 자기 몸뚱이로 날려버렸다.

누가 멀리서 보면 마치 만화 속에 나오는 동물 캐릭터가 악당들을 날려버리는 모습 같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렇게 당장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인간들은 진심 만화처럼 공중에 솟았다가 이윽고 해변 바닥으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나마 모래사장 위로 떨어진 인간들은 운이 좋았을 것이다. 해변가 바위 위로 떨어진 인간들은 즉사를 면치 못했다. 그날 바이러스가 유행함에도 바닷가로 용감하게 놀러 나온 남녀 연인은 그렇게 같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