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禁記

금기禁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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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말아야 할 것. 민형이의 영정 사진은 내게 그렇게 느껴졌다. 그의 말쑥한 얼굴이, 짧게 자른 머리가, 제법 다부진 체격과 하다못해 목에 매달린 넥타이마저 – 나는 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건 가능하지 않았다.

우린 이미 봤으니까.

그 날에.

 

*

뱀.

뱀이었다. 다른 무엇도 아니고 그저 ‘뱀’이라 했다. 현대 사회에 얼마 남지도 않은 우리 고장 전통의 괴담은 그저 그 짧고 간결한 한 단어로 축약될 수 있었다. 뱀. 어릴 때에는 오히려 그게 서러울 때도 있었다. 빨간 마스크를 쓰고 뛰어다니는 괴인도 있는데 독창성 없는 뱀이라니. 좀 창의적이면 어디 덧나는가. 끔찍하게 무서운 독이 있는 것도, 몇 백살 묵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뱀이었다.

그뿐이었다.

 

용한 무당이 와서 여럿 피를 토하고 죽었다, 같은 시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조금 더 현실적이었다. 부모님은 밤 늦게 깨 있을 때마다 속삭였다. 뱀이 잡아간다. 마을의 어른들은 버려진 사당 주변에 금줄을 둘러쳤다. 뱀이 사는 곳이다. 이따금씩 길 위에 나뒹굴던 물건을 집어오면 혼이 났다. 뱀의 물건이다. 나의 부모님과 그 부모님과 그 부모님의 때 부터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뱀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심해라. 조심하거라. 조심하지 않으면 뱀이 우리 아가를 잡아가서 삼킨다. 아가의 몸을 조이고 조이고 조이다 한 입에 삼켜버릴 거야. 어머니의 표정은 진지했고 순진하고 겁 없는 어린아이를 금기에서 떼어놓기 충분했다. 나는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위스키를 딴 적은 있어도 단 한번도 그 빌어먹을 금기를 범하지 않았다.

 

민형이도 혹은 다른 많은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민형이는 겁이 없었다. 또한 기가 셌다. 하지만 민형이는 나와 같은 고향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사당에 들어가지 않았다. 버려진 물건을 함부로 줍지도 않았다. 밤에 오랫동안 깨어 있지도 않았다. 이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뱀에게 조여져 먹힐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곳의 아이들은 그랬다.

다른 곳에서 흘러들어온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뜻이다.

 

있지 않은가, 그러한 사람들이. 깨어 있는 부모와 깨어 있는 아이가.

한 젊은 기업인의 아내 역시 그러했다. 남편은 근처 도시에 새롭게 입주한 공장의 공장주였다. 다른 곳 다 놓아두고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이유는 공기가 좋아서라고 했던 것 같다. 아내의 이름은 서연. 아이의 이름은 지호. 지호는 우리와 같은 학년이었다. 같은 반이었다. 그러나 같은 인생을 목표로 두지는 않았다. 지호는 중학생 주제에 매일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했다. 그들이 당연한 듯이 반복하는 금기의 어긋남을 사람들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가장 놀랐던 것은 학교에서 제재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지호를 학교에 남기지 않았다. 강제로 우리들과 같은 시간에 학교를 나와야만 했고 또 그것이 당연시되었다. 서연이 아무리 항의를 해도 바뀌지 않았다. 학교와 마을 사람과 지방 자치 단제들은 끈끈하게 연결되어 그러한 일을 가능하게 했다. 지호는 가끔, 자신의 어머니가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것 같다며 투덜대곤 했다. 늦게까지 공부 안 해도 상관 없는데. 우리는 그를 위로했다. 그래도 뱀이 잡아가는 것 보다는 낫잖아.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지호에게 위로했던 그 말이 모든 일의 시발점인 것 같았다.

서연이 뱀의 존재를 알게 된 게.

 

그 ‘웃기지도 않는 미신’을 알게 된 게 우리 책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그래서 서연을 그 ‘웃기지도 않는 미신’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비과학적인 소설에 불과하다는 증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한 원인이 우리일지도 모른다고. 뱀은 성인을 노리지 않았다. 뱀이 노리는 건 아이였다. 그러니 증명도 아이로 할 수 밖에. 어느 날, 서연이 마을 회관의 사람들과 심하게 싸웠던 내가 알지 못하는 날에, 마을 안에서 외제차의 조용한 엔진 소리가 사당을 향해 출발했다. 아마 이러한 대화가 차 안에서 오갔을 것이다.

 

아들. 할 수 있지?

네.

들어가서 딱 10초만 있으면 돼. 엄마가 사진만 찍으면 나오는 거야. 안 무섭지?

 

그리고 지호는 몸을 살짝 떨다가, 마음을 다잡고 말했을 것이다. 안 무서워요. 나는 그 날의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달도 나오지 않는 어두운 밤. 사당 앞의 비포장 도로에 외제차가 한 대 선다. 검은 외제차에서 아이와 그 엄마가 내린다. 서연은 핸드폰 카메라를 신중하게 사당으로 겨눈다. 지호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며 털레털레 사당으로 걸어간다. 원인 모를 적막감이 흐르고 여름의 밤을 채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아이의 발이 문지방을 넘는다.

 

문지방을 넘은 아이는 어머니를 돌아본다. 손을 흔들어서 자신이 무사하다는 신호도 보낸다. 아이의 어머니는 사당 전체가 잘 나오는 각도에서 아이를 찍는다. 아이는 문지방 안에서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고, 웃고, 그렇게 사진에 찍힌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손을 흔든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귀뚜라미 소리가 여름의 밤을 채우고 원인 모를 적막감이 둘 사이를 흐른다.

그리고 아이의 발이 문지방을 넘는다.

 

실제로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이러한 그림이 있다. 그 어두운 밤에 검은 외제차를 타고 갔다는 아이와 어미의 행동은 내게 이렇게 비춰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이미지로. 놀랍게도 – 혹은 놀랍지 않게도 – 아이는 그 다음날에 잡혀가지 않았다. 그 다음날 밤에도 잡혀가지 않았다. 아이는 멀쩡하게 숨을 쉬었고 학교에 나왔고 공부를 했고 또 우리들과 놀았다.

 

어미는 마을 회관에 찾아가 사진을 자랑스럽게 흔들며 외쳤다. 내가 말했죠. 사당에 아무것도 없다니까. 이제 우리 아이를 그냥 공부하게 내버려 두라는 말이에요. 상황은 명백했다. 아이는 사당의 안에서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을 회관의 사람들이 서연의 핸드폰을 확인했던 그 순간에,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정리되었다. 어른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포기했다.

 

서연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 단지 하나만 빼고. 서연은 더 이상 이 마을에 살 수 없게 되었다. 배척의 정도는 도를 넘어서 어린아이인 내가 보기에도 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서연은 맨 처음에 발버둥치다 이내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포기했고 금세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부모님의 괴롭힘이라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전염되기 쉬운 것이라 우리는 아이랑 노는 것을 그만두었다. 불호령은 무서웠으니까.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