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를 줍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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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를 줍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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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병아리를 발견한 것은 막 동이 틀 때였다.

 

그러니까 한낮의 햇볕이 쨍쨍 내리쬘 때도 아니고,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기울어갈 때도 아닌, 동녘 하늘에서 해가 막 떠오를 때였다는 뜻이다.

 

이렇게 동이 틀 때란 억지로 트여야 한다는 점에서 늘 가혹했다. 적어도 아이의 부모를 보면 그랬다.

 

매일 자정, 그러니까 시침과 분침이 나란히 정렬되는 열두 시가 되면 아이의 부모는 헌솜처럼 물을 잔뜩 먹은 육신을 비로소 자리에 누일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들은 머리맡에 놓인 시계의 초침이 더 이상 나아가지 않기를 바랐다.

불면과는 인연이 없었던 아이의 부모는 이렇다 할 대기 절차 없이 곧바로 수면 아래로 잠수해들기 마련이었는데, 그때마다 몽상의 희미한 가닥과 육신이 뱉어내는 구정물 속을 헤엄치며 이러한 안식이 영원토록 계속되기를 꿈꾸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초침은 재깍재깍, 눈을 붙이고 있을 때에 유독 빠르게 전진했다. 그리하여 밤은 굴렁쇠를 넘듯 눈 깜짝할 새에 통과해 버리고, 어느덧 해가 꼬끼오 수탉의 울음소리를 내며 기운차게 솟구치는 때가 어김없이 임박해 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아이의 부모는 햇님의 그 눈치 없음을, 그 배려 없음을, 그 가차 없음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약동하는 햇님의 그 지나친 의욕을 원망하며 게슴츠레 눈을 떠야만 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원시의 양수 속을 헤엄치던 그들 부부였다. 하지만 블라인드 틈으로 칼날과도 같은 빛이 스며들어왔고, 그 불청객은 깊은 수심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부부는 이제 이불에 서린 그늘 속에서 눈을 희번덕대며 벽에 걸려있는 달력의 또 하나의 빈칸에 내던져졌음을 한탄해야 했다. 그들은 사람의 온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불을 가까스로 걷어내며 그 옛날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다가 별안간 추운 세상에 끄집어내어졌을 때 느꼈던 충격을 되새겨야 했다.

 

또다시 현실로 내몰려야 할 시간이었다. 수직 하강하는 체온 탓인지 이불을 갤 때마다 아이의 부모는 저기압이었다.

단잠에서 막 두드려 깨워진 고막은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아이의 소곤거림은 물론이고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조차 신경에 거슬리는 듯, 모든 사소한 소음에 사사건건 거부반응을 보였고, 미간에 잡힌 주름으로는 차츰 밝아오는 시야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너절한 가구와 집기들을 일일이 증오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더욱이 아이의 부모는 일출이 마무리될 즈음 태양이 내뿜는 붉은 광조차 충혈이 된 안구 내벽에 번진 피멍이라 여겼다. 그만큼 가지가지 것에 피해 의식이 대단해지곤 했다. 아이는 부모의 그러한 표정을 볼 때마다 내장에 찰랑거리는 맹독을 감당하지 못한 나머지 뾰족하게 부풀어 오른 복어의 얼굴과 똑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연 때문에 아이는 꼭두새벽부터 길거리로 피신한 것이었다. 적어도 동이 틀 때만큼은 부모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세상만사가 유난히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 시간 때에는 집보다는 길바닥이 차라리 더 안전하고 아늑했다.

 

마침 개교기념일이었다. 아이는 오늘 하루 동안 누구를 불러 놀까,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고 놀까 고민하며 보도블록 위를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도 시시각각 먼동은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의 거리는 계절 특유의 건조와 추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른편의 2차선 도로에서는 하품을 하는 기사들이 텅 빈 버스를 이끌며 지나갔다. 인도에서는 야광 조끼를 착용한 환경미화원들이 부지런히 비질을 하며 심야가 토해내고 간 찌꺼기와 취기를 한데 쓸어버리고 있었다.

 

아이는 길을 걷는 내내 왼편에 늘어서 있는 상점들을 힐끔거렸다. 상점들은 아직 깨어나기 전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저 상점 내부마다 어릿광대와도 같은 활력이 깨어나며 진열대 아래, 판매 상품의 포장지 내부, 그리고 매장 구석구석에 시럽처럼 고이고 맺혀있던 침묵과 고요를 증발시킬 것이었다.

 

그때였다.

발밑에서 무언가 바스러졌다. 방심한 채 걷고 있던 아이는 난데없는 그 파열음에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아이는 급히 왼발을 들어올렸다.

 

아이의 운동화 밑창에 으스러져 있는 것은 계란껍데기였다. 퍽 당황한 아이는 저 앞에서 비질 삼매경에 빠져 있는 환경미화원의 눈치를 한번 살핀 뒤, 주변에 이 계란껍데기를 버린 자가 있지 않나, 그게 아니면 자신이 계란껍데기를 파손하는 것을 목격한 행인이 있지는 않나 해서 주위를 한 바퀴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에 갓 알을 까고 나온 병아리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노르스름하게 익은 은행나무 아래에는 그보다도 더 노란 빛의 병아리가 삐약대고 있었다. 아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누르스름한 은행잎 더미 쪽으로 걸어갔다.

 

은행나무 아래에 접근하자마자 아이는 병아리를 얼른 집어 올렸다. 배고픈 도둑고양이가 이 병아리를 도둑질해가지는 않을까, 수면부족 탓에 관자놀이에 쥐가 난 양복쟁이 어른이 성큼성큼 걷다가 무심코 구둣발로 이 병아리를 밟아버리지는 않을까, 이처럼 별의별 노파심이 앞섰기에 아이는 병아리를 낚아채듯 집어서 얼른 품에 넣었다.

 

 

 

병아리는 난로에 묻어두었던 옥수수 토막처럼 따뜻했다. 뜨끈뜨끈한 솜털 아래서 콩콩대는 병아리의 심장 박동이 아이의 손금을 따라 전해져왔다. 기껏해야 강낭콩 크기일 게 분명할 심장이 그래도 심장이라고 콩닥콩닥 뛰는 것이 제법 신통하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많이도 불안했던지 한동안 주변을 톡톡 둘러보던 병아리는 이제 아이의 손에서 안정을 찾았는지 후르르- 힘을 빼고서 부는 호루라기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넌 어디서 왔니? 친구들은 어디 있고, 너 혼자 있는 거니?”

 

아이의 질문에 반짝 눈을 뜬 병아리는 앙증맞게 삐약거리며 불과 십오 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계란이었다고 말해주었다. 함께 있던 또래 친구들에 비해 유독 활달했던 병아리는 석고알처럼 가만히 있자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30구짜리 계란판에서 빠져나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급기야는 트럭 운전수가 잠시 한눈을 판 틈을 타서 화물칸에 기대놓은 널빤지의 빗면을 타고 땅으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왔단다. 그렇게 계란 한 알이 인도 위로 탈출하게 된 것이라고.

 

처음에는 즐겁기만 했단다. 하지만 이내 굴러다니는 것에도 싫증이 났단다. 몸을 옹송그린 채로 좌우전후 구르니 슬슬 멀미도 나고, 알 내벽에 자꾸만 연한 몸이 부딪히는 것도 아프고 (특히 돌출된 부리 쪽이 아팠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 비좁은 세상에 혼자 있어야 하는 것이 지긋지긋해졌단다.

 

그 둥그렇게 막힌 공간에 자신의 체취, 자신의 체열, 자신의 울음소리만 가득하다는 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해졌다고 했다. 마침 험한 보도블록 위를 굴러다녔던 터라 알껍데기에 실낱같이 금도 가 있었다.

병아리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껍데기를 부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내벽을 부리로 쪼고, 툭툭 발길질을 하고 해서 더 큰 세상으로 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나오고 보니 큰 세상은 너무나도 추웠고, 병아리의 앞에는 너무나도 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병아리는 너무나도 막막하고 또 무서운 심정에 삐약삐약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의 눈에 띄게 된 것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건 당연해. 너는 아직 애기니까.”

 

아이는 병아리를 품에 안고서 근처 화단으로 걸어갔다.

 

“원래대로라면 너 같은 애기는 이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있어야 해. 농장 아저씨가 마련해두신 닭장에 친구들이 많이 있을 거 아냐. 너와 같은 또래의 애기들이.”

 

병아리가 뺙뺙거렸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조금 큰 애기이기는 하지만 나도 애기야. 원래대로라면 나도 지금 교장선생님이 장만을 해두신 학교에 있어야 해. 거기서 나이가 같은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놀이도 하고, 급식도 먹고 그래.”

 

그러자 병아리가 급식이 무어냐고 물었다.

 

“선생님들께서 우리에게 밥과 반찬을 주시는 거야. 원래대로라면 너한테도 농장 아저씨가 모이를 주셨을 텐데.”

 

아이는 병아리를 화단에 내려놓았다. 냉기를 풍기며 꽁꽁 굳어있는 흙 위에는 참새들이 먹다 남긴 과자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병아리는 좋아하며 부스러기를 쪼아 먹었다.

 

“봐. 농장 아저씨 말을 안 듣고 네 맘대로 돌아다니니 이런 과자 부스러기나 먹게 됐잖아. 원래대로라면 친구들과 함께 훨씬 더 좋은 걸 먹고 있었을 텐데. 어른들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 못 들어봤어?”

 

아이는 땅을 콕콕 찍고 있는 병아리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는 병아리의 모이주머니가 빵빵해질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여긴 너 같은 애기가 있을 곳이 아니야. 이런 길거리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어른들의 공간이나 마찬가지니까.”

 

병아리는 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따라 와. 내가 보여 줄게.”

 

아이는 병아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병아리가 방금 전에 비해 더 커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 움켜쥐었던 아이를 이젠 두 손으로 감싸서 잡아야 했다. 몸무게도 훨씬 불어난 것 같았다.

 

“희한하네, 너 그새 컸구나.”

 

 

 

횡단보도를 건너가니 곧바로 찾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봐, 저기 ‘치킨’이라는 글자 보여? 저기가 바로 닭들이 일을 하는 곳이야. 장차 너의 일터가 될 곳이기도 하고.”

 

그 부근에는 치킨 전문점이 한두 곳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의 앞에는 ㅇㅇ치킨, 저 앞으로 열 걸음 걸어가면 ㅁㅁ치킨, 거기서 또 다섯 걸음을 걸어가면 ㅂㅂ치킨. 거리를 따라 사방에 치킨이라는 글자가 휘황찬란하게 떠올라 있었다.

 

“맞아, 치킨집이 참 많지. 그만큼 닭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뜻이야. 너희 부모님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들도 분명 저기 어딘가에서 일하고 계실 거야.”

 

그러던 때 ㅇㅇ치킨 매장 앞에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한 청년은 트럭 뒤편으로 가서 냉장실 문을 열고는 그 안에서 플라스틱 바구니들을 꺼내 땅에 내렸다.

 

“저것 봐.”

 

아이는 병아리를 안고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는 창백한 생닭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본인들이 직접 깎고 뽑아낸 것인지, 아니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것인지, 닭들은 깃털 하나 없이 말끔히 다듬어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조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손질이 알맞게 되어 있었다.

 

“봐. 선배 닭들이 참 많이 있네.”

 

그 많은 수의 생닭들이 모두 똑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비닐 포장에 붙은 일련번호 딱지가 없었다면 아이로서는 생닭들을 따로따로 구분해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다들 기분이 별로인가 본데.”

 

아이의 말에 병아리가 삐약거리며 동의했다.

 

아닌 게 아니라 생닭들의 심기가 영 불편해보였던 것이다. 반나절을 저온 창고 속에 있었던 탓인지, 그게 아니라면 아이의 부모처럼 단순히 이른 시간이어서 저기압인 건지, 생닭들은 모두 싸늘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아니다. 그게 아니었다. 가만 듣자하니 생닭들이 긴장한 이유는 따로 있는 듯 했다.

 

“이제 우린 주방으로 가서 면접을 봐야 해. 주방장의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면 우린 치킨이 되겠지만, 만약 퇴짜를 맞는다면 뒷골목에 내팽개쳐지고 말 거야. 그렇게 되면 악랄한 길고양이들한테 요리조리 농락당하며 사지를 뜯어 먹히거나, 아니면 뚱뚱한 비둘기들처럼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날아라, 제발 좀 날아봐라. 너는 날개 달린 새로 태어난 놈이 허구한 날 땅바닥에만 붙어있으면 어쩌자는 거냐, 이런 구박에 시달리는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겠지. 내 여생이 그 지경에 빠지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어.”

 

바로 이것이 닭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이유인 듯했다. 생닭들은 가슴팍에 허옇게 돋은 닭살을 떨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난 내가 이렇게 보잘것없는 닭인지 미처 모르고 있었어. 어제 닭털을 뽑고, 닭머리와 닭발을 잘라내고, 거기다 간 쓸개 같은 내장까지도 빼내고 보니, 아, 그때서야 내가 이토록 왜소했구나 싶은 거야. 스스로의 꼴이 이토록 처량하게 느껴질 수가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몸을 열심히 만들어 둘걸.”

 

“동감이야. 나도 후회막심이야. 내가 이렇게 허름한 동네 치킨집에 오게 될 줄은 몰랐어. 요즘처럼 브랜드 치킨집이 널려 있는 때에, 세상에 이런 다 쓰러져가는 싸구려 치킨집이 뭐람.”

 

“아냐, 브랜드 치킨집에 들어가려면 처음부터 브랜드 양계장에서 태어났어야 해. 우리 같은 근교 촌구석의 삼류 닭장 출신한테는 이런 구멍가게 치킨집도 감지덕지라고.”

 

생닭들이 옥신각신하는 틈을 타서 아이는 어른들 쪽을 슬쩍 보았다. 치킨집 사장과 트럭 청년은 계산서에 서명을 하고, 단말기에서 나온 영수증을 찢고, 그것을 서로 주고받고 하느라 바빴다.

 

“치킨집 주인의 심사를 무사히 통과한다는 전제 하에, 이제 우리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 뿐이지. 후라이드냐 양념이냐.”

 

그러자 아이의 품에 안겨있던 병아리가 삐삐거리며 자신은 이다음에 양념 치킨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까부터 가게 안에 걸려있는 메뉴판을 유심히 보았는데, 작업복처럼 투박한 황색 점퍼보다는 윤기가 자르르 도는 적색 슈트가 더 멋있어 보인다는 거였다.

 

그 당돌하다면 당돌하다고 할 수 있는 발언에 생닭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 덩치로? 그렇게 볼품없는 몸뚱이로는 치킨이 되는 것도 무리일 텐데.”

 

그 핀잔 한 방에 병아리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 모습을 본 생닭 한 마리가 묘하게 우쭐거리는 태도로 병아리에게 한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양념치킨이 되고자 한다면 말이지. 지금부터 죽기 살기로 노력을 해야 해. 병아리 때부터 남들의 세 배, 아니 다섯 배씩 모이를 섭취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야. 딴 병아리들이 횃대에서 노닥거릴 시간에 너는 흙과 자갈을 파헤쳐서 지렁이를 파내란 말이야. 알겠나?”

 

선배의 호기로운 호통에 꿀 먹은 병아리가 된 병아리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닭들은 다시금 조리사들의 품질 심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몇몇 생닭들은 공기를 흡입하여 조금이라도 우람하게 보이는 연습을 하고, 또 몇몇 생닭들은 퍼석퍼석한 가슴살을 두드려 찰기를 내려 했다. 아이는 생닭들의 면접 준비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확실하다. 이 병아리는 부쩍부쩍 자라고 있다.

 

이제 아이는 자신의 어깨를 꽉 틀어쥐는 병아리의 발톱도 느낄 수가 있었다. 노란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곳에는 노처럼 생긴 거무스름한 깃털들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어느덧 부리 위에는 톱니 같은 벼슬까지도 삐져나와 있었다.

 

아침에 보았던 그 귀여운 햇병아리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아이는 병아리가 쑥쑥, 너무나도 재빠르게 자라나는 것만 같아서 섭섭했다.

 

“급할 거 하나도 없어. 천천히 커도 된단 말이야.”

 

아이의 퉁명스러운 말에 병아리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홰를 쳤다. 자신은 한시라도 빨리 이 무능하고 무력한 병아리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자라서 닭이 되면 넌 일을 해야 해. 그러면 아침마다 고단하게, 일어나기 싫어 죽겠는데 억지로 일어나야만 한단 말이야.”

 

물론 이것은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한 말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항상 당신들은 어른이기에 뼈 빠지게 일해 밥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고, 그를 위해 아침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을 하지 않고 탱자탱자 놀고먹을 수 있는 건 애기 때의 특권이라고.”

 

이 탱자탱자 놀고먹는다는 말은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가리켜 노상, 아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내뱉는 말이었다. 다만 아이는 그 탱자탱자란 말보단 띵가띵가라는 말이 더 좋았다. 띵가띵가란 말에는 기타 줄을 튕기는 것 같은 유쾌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려운 말이 하나 더 있었는데. 뭐였더라? 무이도식?

 

“아무튼 지금 같은 ‘상팔자’가 허락될 때 마음껏 놀고먹어야 해. 이담에 자라고 나면 이렇게 하고 싶어도 못한다니까.”

 

하지만 병아리는 아이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가만 보니 조금 전의 일로 병아리의 마음에 욕심 하나가 움튼 모양이었다. 저 황홀해하는 표정으로 보아 미래의 자신이 붉은 양념을 뚝뚝 떨어뜨리며 은박지 위에 폼을 잡고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난 후라이드도 좋던데.”

 

하지만 병아리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머릿속에는 양념치킨이 될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았다. 병아리에게 후라이드는 일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병아리는 반드시 고광택의 적색 양념치킨이 되어서 아까 자신을 무시했던 ㅇㅇ치킨 생닭들의 콧대를 보란 듯이 눌러주겠다며 삑삑댔다.

 

아이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여나 이다음에 후라이드 치킨 용도로 팔려가게 되었을 때 병아리가 느낄 실망감과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