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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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마을 공원 옆 횡단보도 근처에서 인형을 팔았다. 아이들과 아이들의 보호자가 볼 수 있게 수레 앞에 늘어놓은 인형은 틀림없이 깨끗한 신품이었지만 지나치게 가격이 쌌고, 생김새들은 어딘가 조악했다. 마치 인형을 제작하는 공장에서 폐기한 불량품을 싼 값에 처리하는 것 같았다. 가끔 인형에 흥미를 느낀 어린아이들이나 젊은 여자가 그 앞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대부분은 인형을 잠깐 살펴보다가 그 조악한 생김새에 실망을 했는지 직접 돈을 주고 인형을 사는 이들은 드물었지만 가끔 인형을 팔러 나온 노인을 동정한 나머지 싼 인형 여러 개를 한꺼번에 결제하는 사람도 없진 않았다. 혹은 조악한 인형이라도 인형은 맞는지라 시선이 끌린 아이가 자기 부모를 졸라 인형을 사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집에 가져가 봤자 금방 질릴 쓰레기에 불과하겠지만 푼돈에 가까운 가격이니까 하는 심정으로 애를 달래려고 인형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노인의 인형은 어떻게든 팔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묘한 일이었다.

며칠, 아니 몇 주 동안 노인은 공원 앞에서 인형을 팔았고, 자주 그 공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그 모습에 익숙해졌을 무렵 노인이 사라졌다. 그리고 미묘하게도 공원을 찾아가던 사람들은 몇 번 노인의 모습을 보았음에도 이제는 노인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본래 사람들이 노점상에 그렇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겠지만은 보통 자주 보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인상이 남는 편이었을 테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은 대강 노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자세하게 떠올릴 법도 하건마는 사람들은 노인이 인형을 팔았었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노인의 연령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어떤 옷을 입고 나왔는지, 끌고 나왔던 게 수레였는지 아니면 트럭이었는지 심지어 노인이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기억을 하지 못했다.

공원이 오래 지속된 것과 다르게 노인의 등장이 지나치게 짧아서였을까? 그렇게 노인의 존재는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 버렸다. 그 노인에게서 인형을 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노인에게서 인형을 샀던 몇몇 사람이 이 인형은 틀림없이 뭔가 이상하다고, 자신들이 흔히 생각하는 인형과 다르다며 견디다 못해 노인을 만나 연유라도 따져보려 했을 때 이미 노인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돈은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인형은 도로 가져가 달라고 청하러 온 몇 명의 고객들은 노인의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매우 허탈해했다.

그리고 그들은 노인이 사라진 곳에서 손에 들린 이 인형을 어찌해야 하는가 고민하다가 몇 사람은 종량제 봉투에 꽁꽁 묶어서 타는 쓰레기로 인형을 배출했고 다른 누군가는 조금 양심 없는 짓이지만 공원 벤치에 아무나 주워가라고 인형을 몰래 놓고 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형은 틀림없이 사라졌는데 그 인형을 누가 대신 버린 건지 아니면 자신이 집까지 가져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노인에게서 산 인형들이 그 주인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것은 확실하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