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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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사랑해, 페넬로페. 언제나 너만을.

난 사람들로부터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어. 내가 언제부터 눈을 뜨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나를 몇 번 스쳐갔던 걸 기억해. 처음 내 안에 들어왔던 이들은 왠지 품위 있었던 노부부였어. 그들이 내 안에 들어와서 몇 년을 사는 동안 노부부의 자식들이 몇 번 나를 찾아왔지. 얼마 안 지나 노부부 중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떴어. 난 되도록이면 남편이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지. 다른 노인들에 비하면 좀 이른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남편은 내 안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았던 것 같아.

그리고 그가 죽자 홀로 남은 부인은 내 안의 세간살이를 정리하고 나를 떠났지. 내 생각엔 그녀의 막내딸이 그녀를 모셔간 거 같아. 그 뒤로 노부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어.

그리고 잠시 동안 젊은 남자가 내 안에 들어왔지. 남자는 내 안에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여기저기 장식하는 걸 좋아했어. 하지만 그것도 곧 싫증이 났는지 이내 발걸음이 뜸해지더니 나중에는 차차 그 물건들을 빼내기 시작했어. 남자의 물건이 남은 하나마저 사라지고 남자는 두 번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았지.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해.

그리고 다시 몇 년이 흘렀어. 세 번째로 내 안에 머물 사람들이 찾아왔지. 그들은 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이들이었어.

난 그들이 내 안에 발을 들인 날을 결코 잊을 수 없어. 설령 내가 무너져 사라지는 날이 찾아오더라도. 그 날은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게 된 인간, 나의 페넬로페가 처음으로 날 찾아온 날이니까.

“여보, 이 집 어때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이런 집에서 살게 되다니 꿈만 같아….”

“…….”

그날 페넬로페를 내가 처음 봤을 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어. 그녀는 어떤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고 살아갈 집을 구했던 거야. 바로 나를 말이지.

“여보, 이 창문 좀 봐봐요. 너무 이뻐! 난 예전부터 이런 집에서 사는 게 소원이었어요. 이런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 여보 당신도 기쁘죠?”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던 여자. 그녀가 바로 페넬로페였어. 난 나를 칭찬하는 인간들의 말은 많이 들어왔어. 하지만 왜일까? 페넬로페는 처음부터 달랐다고 생각해. 나를 볼 때 그녀는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으니까. 나를 칭찬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나를 보고 진정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럴까 난 나를 보며 행복해하는 그녀의 다정한 말과 미소에 사랑에 빠져버렸어. 하지만….

“여보?”

“그만 좀 떠들 수 없어?! 난 생각할 게 많단 말이야! 너처럼 정신 놓고 집 구경이나 할 때가 아니란 말이지!!”

“아… 미, 미안해요.”

페넬로페와 같이 찾아온 남자는 문제였지. 그는 페넬로페의 남편이었어. 이젠 그 남자의 이름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그럼에도 그때의 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곤 해. 그들이 나를 처음 찾아왔던 날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 페넬로페의 남편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내게 첫발을 들였을 때부터 그들 사이의 금은 확실해 보였지.

“아버지 부탁만 아니었더라면, 애초에 여기에 너랑 올 일도 없었을 거다.”

아아… 그렇다 해도 무슨 말을 저렇게 할까.

“넌 말이지, 너 때문에 밀려난 마리샤한테 미안한 마음은 없지.”

페넬로페의 남편은 얼어붙을 것 같은 얼굴과 목소리로 페넬로페를 몰아붙였지. 보는 내가 마음이 다 상할 정도였어. 남편의 입에서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와서인지 아니면 남편의 말투가 매서워서였는지 그때 페넬로페가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어.

“그 징징거리는 얼굴 좀 그만해! 꼭 내가 나쁜 놈이 된 거 같잖아!!”

난 확신할 수 있었어. 남편에겐 이미 맘에 둔 여자가 따로 있었던 거야. 페넬로페 그녀는 남편을 사랑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페넬로페와 결혼하고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거야. 어쩌면 정략결혼이었을지도 몰라.

아아… 가엾은 페넬로페.

그래서 난 그날부터 결심했어. 페넬로페가 내 안에 머무는 동안은 내가 그녀를 지켜주기로.

그러니까 울지 마 페넬로페. 나의 사랑스러운 페넬로페.

어찌 됐든 두 사람은 내 안에서 살기로 결정했어. 남편은 내가 보기에 불쾌할 정도로 내켜하지 않았지만 계약은 성립됐고 그들은 내 안에서 살게 된 세 번째 인간들이 되었지. 일단 나는 내 안에 들어온 이상 그들이 어떤 인간이든 품어주려고 노력했어.

그들이 내 안에 들어오고 세간을 정리한 뒤 사람들을 내 안에 초대했던 날이었어. 이미 결혼식을 올렸으면 과거를 향한 미련은 접고 지금 현재를 잘 살아보려고 노력해봐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남편은 전혀 그런 기미가 없어 보였어. 내 안에 있는 내내 자기 분노를 어딘가에 터뜨릴 생각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

그리고 그렇게 남편이 자기감정을 터뜨릴 때마다 당황하는 건 페넬로페였어. 다른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말이지. 그래서 보다 못한 초대받은 이들이 남편에게 한 마디씩 하는 게 보였어.

“이봐 너무하지 않아? 그래도 결혼한 여잔데.”

“솔직히 자네가 마리샤랑 깨진 건 페넬로페 탓이 아니잖아. 자네 부모님이 반대했던 거지.”

그때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건 분명 나뿐만이 아니었어. 하지만 남편은 그런 충고가 마땅치 않았던 걸까? 오히려 더 페넬로페를 미워하게 된 것 같았어.

쨍그랑- 파악!

남편이 패악을 부리면 반드시 뭔가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났어. 이 무슨 난폭한 짓이란 말일까. 저 남편이란 작자는 대체 내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다 나가! 전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눈에 띄는 물건을 부수고 집어던지고 집에 초대된 사람들에게 소리 지르는 게 남편의 일상이었지. 초대된 사람들은 그런 남편의 태도에 질려하며 내 안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나가버리기 일쑤였어.

“저 미친 자식! 성질머리 하고는…!”

“그러니까 여자가 떠났지. 페넬로페 쟤도 고생길이 훤해!!”

그렇게 소동 끝에 사람들이 사라지고 내 안엔 두 사람만이 남았어. 페넬로페는 깨어진 잔해를 울면서 치웠지. 아아 가엾은 페넬로페. 가능하면 난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었어. 그때 남편이 분을 못 참는다는 듯 페넬로페를 노려봤어. 난 그자가 페넬로페를 해코지할까 봐 긴장을 했지. 그때 분명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

“그만 좀 징징거려! 네가 그러는 꼴만 보면 화가 치밀어!! 너만 보면 짜증이 솟구친다고!!”

페넬로페의 남편은 페넬로페를 향해 그렇게 소리를 지른 뒤 내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지. 페넬로페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 하지만 페넬로페가 해코지를 당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지. 그리고 그렇게 나간 남편은 다음 날에도 돌아오지 않았지.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어.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남편이란 작자가 영영 날 떠나버린 줄로만 알았지.

그래도 일단은 난 남편에게 작별을 고했어. 적어도 내 안에 머물었던 자들에 대한 예우였지. 어쨌거나 잘 가, 반갑지 않았던 남자. 그리고 두 번 다시 나에게 돌아오지 말아 줘. 당신과는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 남겨진 페넬로페는 반드시 내가 행복하게 해 줄 거야.

그날 난 그렇게 결심했어. 페넬로페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해내겠다고.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