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마주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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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헉….

숲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저 멀리서 확인할 수 없는, 새가 지저귀는지 울부짖는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아니 저게 새가 우는 건지 다른 게 우는 건지 사람의 귀로는 분간할 수 없다. 숲 속 어딘가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착각할 수 있을 법한 울음소리였다. 자박자박 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숲 속을 울리고 있었다. 소연은 걷고 또 걸었다. 이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막연하게 믿으며. 이런 숲 속에서 소연 같은 여자 하나만이 혼자 떨어져 있는 일은 이상한 일이다.

실제로 이 근방에서 오래 산 주민이라 하더라도 숲 속 길을 혼자 걸어가진 않을 것이다. 보통 숲 속의 길은 암만 사람의 손을 탄 곳이라 하더라도 밤중에 혼자서, 그것도 여자 혼자서 지나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러니 소연 혼자 숲 속을 걸어 다니는 일은 이례적인 것이다. 하지만 소연 입장에서 억울하다 할 만한 게 이렇게 숲 속에서 외따로 걸어가는 일은 소연이 바라서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희한할 정도로 숲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숲 특유의 풀벌레 소리, 비명이지 울음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짐승이나 새의 울음소리는 들려왔고 가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와 풀잎이 흔들렸지만 뭔가 살아있는 것의 기척이라 할 만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으레 이런 숲이라면 어딘가에 작은 산짐승이라도 숨어 살 것 같음에도 걸어가는 소연의 앞에 그런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다행이었다. 어두컴컴한 숲 길을 홀로 걸어가야 하는 소연의 앞에 뭐라도 하나 나타났다면 그때 소연은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아, 어떡해. 길 잃었나 봐!”

소연은 그저 손에 들린 작은 랜턴에 의지하며 계속 걸어 나갈 수밖에 없다. 랜턴의 불빛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소연이 믿을만한 것은 이것 하나뿐이다. 소연은 지금 자신이 가는 길이 맞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걸어가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 근방 어딘가에 캠핑장이 있으니 이 길을 계속 걷다 보면 그곳과 통할지도 모른다는 게 소연의 생각이었다. 어쩌면 다른 친구나 선배들이 자신이 사라진 것을 알고 근방에서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계속 걷다 보면 자신을 찾는 사람들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게 소연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제발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를 바라면서 소연은 계속 걸어갔다. 꽤 한동안 산책로를 걸어온 것 같건만 공포심과 조바심이 몸의 피로를 이긴 것 같았다.

소연은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 숲에서 멈춰서는 것은 정말 싫었기 때문이었다.

– 다들 나빠!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도 듣지도 않고 먼저들 가버리고…!

그렇게 하염없이 숲길을 걸어가다 보니 소연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두고 홀랑 가버린 다른 사람들이 원망스러워졌다. 소연은 되도록이면 옆을 보지 않으려 했다. 그녀가 보는 것은 눈 앞에 랜턴의 불빛이 비춘 자리뿐이다. 문득 저 랜턴의 불빛 아래에 이상한 그림자가 비치면 어떡하나 겁이 나기도 했지만 소연은 그런 상상을 멈추려 애썼다. 쓸데없는 무서운 생각은 왜 자꾸 이럴 때 떠오르는가. 정말 스스로가 원망스러웠을 정도로. 불필요한 상상이 가끔 앞길을 방해할 뿐이지, 그래도 랜턴이 비춘 자리가 길가에 늘어선 나무의 실루엣보다는 덜 무서웠다. 분명 낮에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싶은 나무와 풀들이 어둠이 내리깔린 지금에는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괴물들의 그림자 같았다. 무섭다고 옆을 흘끔흘끔 쳐다보다가는 괜히 공포심만 더 자극될 뿐이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이란 이상한 법이다. 위급한 상황임에도 굳이 도움이 되지도 않는 가장 필요 없는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소연은 오늘 낮에 같은 과의 선배가 떠벌린 이야기를 떠올렸다. 정말이지 현재의 상황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렇게 떠오르는 잡념을 어떻게 강제로 억누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니들 들었어? 여기 캠프장에 얽힌 이야기.”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