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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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상황

햇빛이 눈가를 비추자 잿빛 하늘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서 메마른 숨을 거칠게 내쉬던 그가 겨우 눈을 떴다.

주변을 살핀다. 군데군데 형광등이 박힌 천장은 새하얗다. 눈을 옆으로 돌리자, 커튼이 침대를 감싸듯, 가려져 있다. 커튼 밖에선 TV 연속극 소리가 났다. 박자에 맞춰 삑- 삑- 소리를 내는 산소 호흡기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주사기가 꼽힌 팔엔 약이 들어가고 있었고, 이마와 심장 근처엔 붕대를 하고 있었다. 환자용 테이블 위에는 십자가와 성경, 그리고 작은 액자가 있었다. 흐릿한 눈으론 그 액자 속 인물이 누군지 알 수 없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곳이 병원이란 사실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한데 이상했다. 몸을 대자로 벌린 채, 손과 발이 꽁꽁 묶여있다.

그는 도대체 왜 이곳에 누워 묶여있는지, 그리고 얼마 만에 깨어난 건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생각해내지 못했다. 이 상황 자체가 단순히 알 수 없는 것뿐이다.

그 사이에 목에선 가래 끓는 소리가 몇 번 났다. 약에 마취제가 섞여 있던 걸까? 아픈 곳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자꾸 기울었다.

순간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을 작은 망치로 강약 조절하며 때리는 고통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