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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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2월 7일. 일본국 도쿄 부 신주쿠 구, ‘통합막료감부’.

 

일본 최대의 무력 집단, 자위대의 최상위 결정 기구.  통합막료감부에서 일본의 운명을 건 ‘통합막료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통합막료회의는 통합막료의장, 육상막료의장, 해상막료의장, 항공막료의장을 비롯한 자위대 3군의 최고참이 모였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사정은 매우 좋지 않소. 대한민국에 무역 전쟁을 걸었다가 참패하는 바람에, 내각은 박살났고. 내수 경제도 파탄 직전이오.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하오.”

통합막료의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가 하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지금 전쟁을 일으키시자는 말씀이십니까?”

항공막료의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물었다. 공막은 대한민국과 전면전을 일으키면 굉장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육군의 지대지 유도탄 전력은 아시아에서 손 꼽힐 정도로 막강합니다. 그 치들이 개전하자마자 유도탄을 발사해 우리 항공자위대의 주요 공군기지를 쓸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은 뻔할 뻔자 입니다. 만약 공자대가 없다면, 한국군의 일본 본토 상륙을 누가 막는단 말입니까?”

“공막, 그건 전혀 걱정할 필요 없소. 우리 해자대가 놈들의 상륙군을 전부 쓸어버릴테니 말이오.”

해상막료의장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과연 아시아 2위 해군 전력의 수장 다운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공막은 해막의 호언장담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글쎄요? 항공모함으로 증편된 제7기동함대가 그리 호락호락 당해주리라 생각하십니까? 해막은 항공 전력을 너무 얕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막은 탁자를 주먹으로 쾅 치며 일어섰다.

“우리 해상자위대도 공모가 3척이나 있소. 무려 한국 해군의 3배나 된단 말이오!”

공막도 지지 않았다.

“한국 공군이 공중급유기를 이용해 본토 코앞까지 들이닥칠 때도 계속 잘난 척 할 수 있나 봅시다!”

“그만!”

최선임자 통막이 일갈해 공막과 해막의 싸움을 중지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공막과 해막은 고개를 돌려 통막을 바라보았다.

“지금 모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같은 편끼리 서로 싸워서야 되겠소?”

통막은 고개를 돌려 홀로 조용히 앉아 있는 육상막료의장에게 물었다.

“육막은 무슨 의견 없소?”

통막이 묻자, 육막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습니다.”

좌중의 시선이 모두 육막에게 집중되었다. 육막은 차기 통합막료의장이 내정된 자 답게 3군의 역할을 읊으며 유창하게 주장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단기 결전의 망상을 버리도록 하죠.

한국 육군은 강력하지만, 우리 해자대 함대가 상륙군을 틀어막기만 하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테지요. 유도탄 세례로 인해 망가진 활주로도 장기적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곧 공자대도 본토 수비에 가세할 겁니다. 한국은 북쪽이 북한으로 막혀 있으니 섬이나 다름 없죠. 우리 해자대 잠수함대가 총출동해서 해상 봉쇄를 시행하면 경제를 말려 죽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육막은 레이저 포인터로 탁자 위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바로 대한민국 해군 주력 제7기동함대의 주둔지, 제주특별자치도였다.

“한국 해군의 전략 기동부대인 제7기동함대. 제7기동함대를 공략하면 됩니다. 그들만 없애면 대한민국 국군은 손도 못 쓰고 당할 겁니다.”

육막은 씨익 웃었다.

“진주만 공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도록 하죠. 저한테 맡겨만 주십시오. 제7기동함대를 무력화, 아니. 전멸시켜 보이겠습니다.”

 

 

 

 

 

3개월 뒤. 20XX년 5월 5일.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시.

 

서귀포 시내. 한 사내가 쓸쓸히 거리를 걷고 있었다.  철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

“나는 왜 히키코모리가 되었을까?”

철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오래 된 기억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

 

“저 새끼 일본 애니 쳐보는 거 알맨? 저새끼 걍 씹덕 새끼 아님?”

“헐 이 킹시국에 쪽바리 짓 하는거 실화?”

“개찐따 새끼.”

 

*

 

“철수야 미안하다. 지금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워. 너희 아버지가 신종 바이러스에 걸리고 나서 사방팔방 돌아다니시는 바람에… 미안하다. 등록금은 엄마가 나중에 꼭 갚을게? 알았지?”

 

*

 

[삼다 그룹에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모집에서는 귀하를 모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

 

“강 사장님, 우리 이러지 말게 마씨. 사장님 비트코인 한다고 돈 빌려준 게 얼마인지 알아 마씨?”

“사장님. 공구리 시켜주카?”

 

*

 

“사회불안장애입니다. 대인 공포 증상이 강하게 나타남으로써 광장공포증과는 다른…”

 

*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모른다. 자기를 이렇게까지 몰아넣은 원인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다. 세상이 나쁜 것이다.

“전부 끝이야.”

철수는 오늘 빌어먹을 세상을 멸망할 것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시작하자.”

철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호주머니에 넣은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자기는 이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였다.

 

 

 

 

 

같은 시각. 제주도 인근 해역 심해. 일본 해상자위대 특무 잠수함 ‘아카기’.

 

 

제주도 인근 해역 심해를 몰래 잠항 중이었던 잠수함 아카기는 신호를 수신했다.

“함장! ‘파우스트’로부터 신호입니다! ‘나,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다’.  이상입니다!”

통신관의 보고를 받은 아카기 함장은 씨익 음흉하게 웃었다.

“총원 제1종 전투배치!”

아카기의 승조원들이 각자 담당한 직별로 달려갔다. 전투배치가 끝나자 함장은 명령을 내렸다.

“함교탑 0번 발사관 개방. ‘발푸르기스’ 발진!”

아카기의 상부 함교탑 발사관에서 대형 미사일이 사출되었다. 목적지는 철수가 서 있는 곳이었다.

“‘아카기’라. 이런 운명적인 순간이 또 있을까?”

잠수함 ‘아카기’는 과거 태평양 전쟁 당시 진주만 공습을 가했던 제1기동함대의 기함 ‘아카기’의 함명을 이어받았다.

그런 아카기가 또다시 새로운 ‘진주만 습격’의 포문을 여는 것이다.

“우리 일본국의 영광을 위하여.”

아카기 함장은 철수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는 발푸르기스를 나타내는 광점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같은 시각. 통합막료본부 지하 작전실.

 

“도라, 도라, 도라. 우리, 기습에 성공하였음.”

발푸르기스가 발진한 것을 안 육상막료의장은 과거 진주만 공습 당시 기습 성공 암호를 읊으며 회심의 웃음을 지었다.

“김철수. 나이 33세. 무직. 대한민국 육군 2기갑여단 전차 승무원으로 만기 전역. 특틍 포수 겸 특등 조종수. 특징, 세상에 대한 강한 원한.

그야말로 우리 계획에 걸맞는 인물이 아닌가?”

육막은 방위성 산하 정보본부의 정보본부의 힘을 빌려서 김철수에게 주도면밀하게 접근했다. 그리고 김철수의 의중을 파악하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천천히 개조했다. 마침내, 굴복한 김철수는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한 ‘파우스트’가 되고 만 것이다.

육막은 양팔을 쫙 펼치며 선언했다.

“자! 진주만을 재현하도록 하자!”

 

 

 

 

같은 시각.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시 시내.

 

 

김철수는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강철 상자를 올려다보았다. 이 강철 상자가 바로 메피스토펠레스가 보낸 ‘악마의 무기’, 발푸르기스였다.

발푸르기스는 곳곳에서 김을 뿜어내더니, 상자에 금이 갈라지며,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재빠르게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타난 것은 1대의 ‘다각 전차’였다. 거미 다리처럼 생긴 짦뚱한 바퀴 다리 8개, 거북이 등딱지처럼 생긴 단단한 복합 장갑 몸통, 코끼리 머리와 코처럼 생긴 포탑과 포신.

일본 자위대의 차기 주력 전차 ‘펄하버’였다. 과거 일본의 영광을 상징하는 이름을 지닌 전차의 포탑 해치가 열렸다.

철수는 감탄하며 펄하버의 포탑 속으로 들어갔다. 펄하버의 몸통 속 좁은 콕핏에는 각종 첨단 장비가 어지럽게 얽혀 있었지만.

“그립구만.”

철수는 에이스 전차 승무원 출신 예비역. 전차 다루는 것은 자기 몸 다루는 것 만큼이나 익숙했다. 설령 기존 전차와 다른 1인승 전차라 할지라도, 조종수와 포수를 두루 거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