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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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하던 장례식장을 떠올린다. 부조금만 내고 서둘러 나온 게 잘못이었을까. 걸음을 늦춘다. 우산을 얼굴 가까이 바짝 붙여 든다. 쇠 냄새가 난다. 옷깃을 여민다. 담요를 사고 갓 구운 빵을 조금씩 뜯어먹겠다고 결심한다. 주머니에 한쪽 손을 넣는다. 동전을 만지작거린다. 동전은 둥글다. 둥근 동전을 만지는 것만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듬성듬성 털이 빠진 야윈 개가 전봇대 밑에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다.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넌다. 신물이 올라온다. 허기가 진다.

앞에 보이는 해장국집 안으로 불쑥 들어간다. 순댓국 하나를 시킨다. 식당 안에는 사람이 몇 없지만 텔레비전 소리가 커서 북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혼자만의 느낌일지도 모른다. 순댓국을 기다리는 동안, 무릎을 마주대고 앉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다가 손등에 패인 흉터를 쓸어내려본다. 그 흉터에 살살 연고를 펴 발라 주던 사람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쓴다. 아주머니가 순댓국을 내려놓자 퍼뜩 허리를 곧추 세운다. 청량고추를 듬뿍 넣는다. 맵고 짠 냄새를 맡으며 뜨거운 물에 밥을 말아 천천히 먹는다. 간간이 창가를 내다본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이른 봄비에 무너질 흙더미와 드러날 식물의 뿌리와 뭉개진 얼굴을 생각한다. 구더기 떼, 썩어가는 것들의 냄새, 흰 뼈나 한 줌 재 같은 것들을 생각한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