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탐정, 나진남 – 2부 : 첫 사건을 해결하다!

고양이 탐정, 나진남 – 2부 : 첫 사건을 해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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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었어. 탐정님이 흥분하는 게 눈에 띄더군. 아무리 포커페이스인 탐정님이라도 그 눈동자에 번지는 기대 가득한 오로라를 캐치 못 할 내가 아니었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저, 실은 제 집사람이…….”

 

“살해당했나요?”

 

남자의 두 눈이 커졌어.

 

“네? 아, 아뇨. 아녜요. 전혀.”

 

탐정님은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어. 사람이 안 죽었다는데 웬 한숨? 하여간 살인 사건을 해결해 보고 싶다는 저 근성 못 말려.

 

“그렇다면, 실종됐나요?”

 

“아뇨. 그것도 아니에요.”

 

“네. 뭐,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서 풍겨 오는 40대 여성의 냄새를……. 부인이 설화수를 쓰시는군요.”

 

또 남자의 두 눈이 커졌지.

 

“맞아요. 집사람이 쓰는 화장품인데 그걸 어떻게…….”

 

남자의 눈동자에 공포와 의심의 기운이 어른거렸어. 내가 나섰지.

 

“저희 탐정님이 냄새를 기막히게 잘 맡으세요.”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우리 집사람이 40대인지 그건 어떻게 아셨죠?”

 

탐정님이 대답했어.

 

“구범진 씨 행색을 보아하니 연수입이 3천만 원 초반대로 보이는군요. 어린이 샴푸나 과자 냄새가 안 나는 걸로 보아 아이는 없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그 연봉으로 부부 두 분이 산다는 얘긴데 그래도 빠듯할 겁니다. 맞벌이시라면 그렇게 밑단이 다 닳은 바지를 입고 계시진 않겠죠.”

 

자기 바지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어. 내가 막 몸 둘 바를 모르고 미안해졌단다. 탐정님, 굳이 그렇게까지 하셔야 하나요? 탐정님은 아랑곳하지 않았어.

 

“부인이 사치가 좀 심하시죠? 이런 계절에는 고급 밍크코트와 캐시미어 스웨터가 아니면 입지 않고요. 화장품도 SKII 같은 걸 쓰고 싶어 했겠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니니 설화수 정도로 타협을 봤겠죠. 보통의 2, 30대 여성들은 설화수를 잘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40대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 그건 또 다 어떻게 아신 거죠?”

 

“구범진 씨가 입고 계신 파카에 코트와 스웨터에서 떨어져 나온 털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SKII의 냄새도 미세하게 나고요. 그 말인즉슨 부인이 샘플을 얻어서 쓰고 계시다는 거죠.”

 

남자는 시쳇말로 영혼이 탈탈 털린 것 같은 얼굴이 돼 버렸어. 물론 내 얼굴도 마찬가지였지. 나진남, 이 남자 도대체 정체가 뭐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탐정님이 다시 말했어.

 

“부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계신가 보군요.”

 

남자의 입이 쩍 벌어졌지.

 

“맞아요! 제가 여기 온 게 그것 때문이에요. 집사람이 정말 다른 놈을 만나고 있는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놈을 만나고 있는지. 근데 그건 또 어떻게 아셨나요?”

 

“여기에 와서 아내 이야기 꺼내시는 분들, 열에 아홉은 불륜남을 찾아달라고 하죠. 게다가 구범진 씨가 아닌 다른 성인 남성의 냄새가 납니다.”

 

남자는 서글퍼진 표정으로 말이 없었어.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게 확실해진 순간이었지.

 

“그것만 알아내면 되는 겁니까?”

 

“네. 그 다음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그 때 탐정님이 나를 돌아봤어.

 

“조사 의뢰 접수하고 비용 설명해 드려.”

 

그런 다음 느릿느릿 창가로 걸어가 밖을 내다보더군. 캬아, 저 카리스마 하고는.

 

나는 내 소임을 다 했지. 남자한테서 자초지종을 듣고 서류에 입력을 하고 조사비용이 얼마가 드는지 차근차근 얘기를 해 드렸어. 기본조사비 50만원에 성공보수 50만원. 남자 얼굴이 창백해졌어.

 

“그렇게 비싼가요?”

 

“다른 데도 이 정도 한답니다. 저희 탐정님의 사건 해결 능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하지요.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시니까요.”

 

나는 나용석 씨한테서 전수받은 멘트를 술술 풀었단다.

 

남자는 한참을 고민했어. 그러다 마침내 결심했는지 계약서에 서명을 하더군. 그 때 다시 탐정님이 나섰어.

 

“일단 댁에 가서 부인에 대해 알아봐야겠군요. 지금 부인이 댁에 계신가요?”

 

“아뇨, 없어요. 아마도 그 놈을 만나러 간 거겠죠.”

 

의뢰인 구범진 씨의 얼굴이 분노와 결의로 굳건해졌어.

 

우리 셋은 의뢰인이 산다는 집으로 들어갔단다. 지은 지 오래된, 방 두 개짜리 작은 아파트였는데, 안에 온갖 최신 가전과 번쩍거리는 가구로 가득하더군.

 

옷장을 열어보니 탐정님 말대로 백화점 브랜드 의류가 즐비하고 말야. 물론 다 여자 옷이었어. 의뢰인의 옷은 모두 동네 시장 같은 곳에서 구입한 것들뿐이었지.

 

탐정님이 세탁물이 가득 담긴 빨래 바구니에 코를 처박고 킁킁거리니 의뢰인의 표정이 일그러졌어. 탐정님 코에 걸려 있는 게 의뢰인 아내의 팬티였거든.

 

“뭐 하시는 거에요?”

 

“부인의 냄새를 기억하려는 겁니다.”

 

“우리 마누라 냄새를 당신이 왜?”

 

씩씩거리는 의뢰인을 막아서며 내가 나섰지.

 

“저희 탐정님이 뭔가를 하시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에요. 믿어 주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었단다. 에휴…….

 

나는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 보기로 했어. 그래서 의뢰인한테 물었지.

 

“아내 분의 카드 사용 내역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그건 왜죠?”

 

“아내 분 동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의뢰인은 다른 방에 가서 무언가를 뒤지더니 몇 달치 카드 명세서를 갖다 줬어. 대충 훑어보니 역시나 대부분의 금액이 백화점에서 사용되고 있더라. 의뢰인이 불쌍해졌지. 그래서 내가 슬며시 물어봤어.

 

“아내 분의 불륜 상대를 찾으시면 이혼하실 건가요?”

 

의뢰인의 표정이 어두워졌어.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전 여전히 집사람을 사랑하거든요.”

 

그 때 탐정님이 나왔어.

 

“가자.”

 

“뭐에요, 그게 다에요?”

 

“그럼 뭐가 더 필요한데? 손에 그건 뭐야?”

 

“아내 분이 사용하는 카드 명세서요.”

 

탐정님이 코웃음을 쳤어.

 

“그런 거 필요 없어.”

 

“왜요? 이 넓은 서울 시내 어디에 있는 줄 알고요?”

 

내 말에 탐정님이 미간을 찡그렸어.

 

“윤이나.”

 

헉, 나는 탐정님의 매서운 눈초리에 입을 다물고 말았어. 아저씨가 신신당부한 걸 잊은 거야. 나진남 탐정 보좌 수칙 제5번, 의뢰인 앞에서 탐정님 말에 토 달지 말 것.

 

여하간 그렇게 사건 조사가 시작됐단다. 일단은 의뢰인의 집근처에서 잠복을 하고 있다가 아내가 집을 나서면 몰래 뒤를 따라갔어.

 

아, 근데 이 여자가 어찌나 조심성이 많은지 매번 우릴 따돌리는 거야. 항상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미꾸라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