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alation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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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화는 다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심약하신 분들께서는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거 풀어주세요.”

서류철 한뭉치와 커피 두잔을 들고 방에 들어온 남성은, 방 뒤편을 지키고 있는 두 경위에게 명령했다.

푸른 제복을 입고 있던 경위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성 발쪽의 구속구를 풀어주고는 방을 나섰다.

“많이 불편하셨을거 같아서…”

서류를 들고온 남성은 고개를 숙인 남자의 뒷통수를 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말씀… 안하실겁니까?”

커피를 탁자위에 놓은 남성은 다른 한잔을 살짝 앞으로 밀며 말했다.

수갑을 찬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남자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무뚝뚝하게 얼굴을 굳힌 남자는 뚫어지게 커피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묵비권을 행사하시는거 까지는 괜찮지만, 여기서 입만 닫고 계시면 저도 어쩔수 없어요.”

목부분을 살짝 만지작거린 남성은 신분증을 테이블 위에 던지고는 자신의 커피잔을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커피를 한모금 들이킨 그는 팔짱을 살짝 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폭력. 맞죠?”

네글자를 들은 건너편 남자는 고개를 더 올리곤 팔짱을 낀 남성을 바라봤다.

“제가 이 일 한지 거의 15년 됐어요. 이쯤 되니까 대충 사건 기록 읽으면 척하면 척이 되더라구요.”

그는 그가 던져뒀던 신분증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강준익 검사라는 이름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강검사는 신분증을 툭 내려놓고 의자를 바짝 끌어당겨 앉았다.

“동생분 죽은게 최근이었죠? 자살이라고 사건기록에 쓰여있던데… 그 나이에 눈을 감은거면 거의 둘중 하나잖아요. 비관, 아니면 학폭.”

묵묵히 눈을 바라보며 듣고만 있던 남성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복수였을거구요. 그 다섯명 모두에 대한.”

준익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이런 케이스 은근히 많아요. 학폭이나 자살 케이스. 자기 가족이 학폭으로 죽었는데, 제발 그 피의자들좀 처벌해달라고… 자식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투서를 넣기도 하고 탄원서를 넣기도 해요. 거기서 멈추시는 가족분들도 있는데 직접 행동으로 옮기시는 분들도 있죠. 당신처럼요.”

코를 살짝 후빈 그는 코딱지를 옆으로 살짝 튕겼다.

“저한테도 종종 오곤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받아 들이기도 반려하기도…”

“그래서.”

뚫어질듯 강검사만 쳐다보던 남성은 이를 뿌득 갈며 입을 열었다.

“달라지는게 있습니까?”

그는 커피를 준익쪽으로 밀어주고는 고개를 다시 푹 숙였다.

“어짜피 검사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준익은 헛웃음을 살짝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든 그는 의자에 걸어뒀던 양복 재킷을 집어들고는 남자를 살짝 내려다봤다.

“그러면 뭐. 알아서 하십쇼. 5명에 대한 살인으로 기소 하는건 달라지는거 없으니까요. 당신도 할수 있는거 없는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드륵 하는 소리가 들리곤 의자가 밀려 책상으로 들어갔다.

더이상 볼 일 없다 싶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살짝 긁적인 준익은 빨간불이 깜빡이는 카메라쪽으로 살짝 손을 흔들었다.

“신은 존재하는 겁니까.”

“네?”

“신은 존재하긴 하는겁니까.”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나지막히 입을 연 남성은 입을 조금 우물거리는 것 외에는 어떤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신을 입에 담은 그는, 참회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는 것인지 파묻은 머리를 들 생각조차 않고 있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준익은 문고리에서 손을 살짝 놓고는 고개만 살짝 뒤로 돌렸다. 남성은 움찔거리지 조차 않고 있었다.

“신이 존재 했다면, 제가 이런 일을 할 필요도 없었겠죠.”

“아, 그럼 결국 신이 없어서 사람을 죽였다 그거네요. 그러니까 사람 죽인건 맞다 그쵸?”

쾅. 살짝 열었던 철문을 다시 밀어 닫은 준익은 남성쪽으로 살짝 몸을 틀었다. 그는 책상위에 손을 살포시 얹고는 위에서 아래로 남성을 내려다 봤다.

남성 위로 짙게 드린 준익의 그림자 너머, 어두운 기운이 스물스물 피어올라왔다.

남성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신이 모든 인간들을 굽어 살필 수 없기에 법이라는걸 만들었습니다. 인간들끼리 ‘우리끼리라도 신의 뜻과 우리의 뜻을 지키며 살아가자’ 라면서 법을 만들었죠. 그런데…”

“그걸 아시는 분이 법을 어기신겁니까? 피어나지도 못한 꽃 다섯송이에 칼빵을 놔서 꽃을 꺾어요?”

준익은 남성의 앞에 놓여있던 서류를 살짝 그의 앞으로 밀어줬다. 여기저기 난자되어 찢어진 사지의 사진이 눈에 띄였고, 그 옆으로는 혈흔이 여기저기 뿌려진 현장의 사진이 꽂혀있었다.

“네. 피어나지도 못한 꽃이 아니라 썩은 고깃덩어리들이었으니까요.”

“썩은 고기덩어리라…”

“네. 썩은 고기덩어리들일 뿐이었죠.”

준익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빈 종이 커피잔을 콱 구기고는 방 구석으로 집어던졌다.

“그러면 그냥 고기덩어리 하나 치운거 뿐이다 이거네요.”

질끈 아파오는 머리에 눈가를 살짝 문지른 준익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던 남성은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고는 준익을 바라봤다.

그의 눈은 공허한 듯 비어있었지만, 시선만큼은 준익의 미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만약 인간이 신의 뜻을 이어 만든게 법이라면. 그 법이 더러울 땐 누구를 탓해야합니까? 그 법을 지켜야 하는 인간이 더러우면 누구를 탓해야합니까?”

“글쎄요. 우리 진현민씨는 인간을 탓해서 인간을 죽였습니까?”

“하하.”

후드를 푹 눌러쓴 현민은 살짝 손을 올려 후드를 벗었다. 빡빡 깎인 머리에는 푸릇한 색깔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을 탓했죠. 그랬기에 저도 벌을 받아야 할거구요.”

“네?”

“법도. 인간도. 둘다 썩었으니까. 그래서 내 동생이 죽었고, 두번 죽었으니까.”

“무슨 개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준익은 굳은 얼굴을 펼 수 없는 듯 입을 오물거렸다. 쯥 소리가 고요한 방속에 울려퍼졌고, 준익은 인중 언저리만 조심스레 긁적였다.

“지금 뭐 변명을 하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뭐… 뭐하시려는건데요?”

“하하… 한번 되짚어 보려구요.”

자신의 앞으로 손을 모은 현민은 엄지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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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떡대는 숨소리. 턱까지 차오르도록 몰아쉬고 있는 한 남자의 소리가 여기저기 메아리 치고 있다.

어두운 방, 칠흑같은 어둠을 뛰어 넘어 빛조차 없어진 방, 그 한 가운데에서 한 사람의 숨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정채연? 한민구…? 개새끼들아 대답좀 해봐… 대답좀…”

서늘한 바람이 어딘가에서 불어오고, 바람의 끝자락에 습한 곰팡이 냄새가 풍겨왔다.

팔과 다리가 묶인 채로 눈이 가려진 상호는 몸을 이리저리 버둥대며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때,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살짝 밝아졌다.

얼굴에 무엇을 씌워 뒀는지, 상호의 눈에는 어렴풋이 비쳐오는 불빛만 보였다. 촘촘한 무언가의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불빛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주변을 둘러보려 했다.

“준태야! 씨발 좀 일어나봐… 제발… 이거 뭐야… 여기 뭐야…”

그는 묶여있는 손을 조금이라도 풀어보려 몸을 바둥거렸다.

벌겋게 변해버린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던 그때, 콘크리트 바닥을 찍는 구두 소리가 들려 상호는 급히 눈을 돌렸다.

희미한 불빛 너머, 누군가의 실루엣이 점점 상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물체는 양손에 무언가를 하나씩 든채로 질질 끌고 오고 있었고, 주변을 둘러보지 조차 않는 듯 했다.

“으으… 으… 개새끼들아! 일어나란말야 좀!”

깨질 것같은 머리를 간신히 부여잡은 그는 땅에 머리를 두어번 찍고는 조금이라도 더 물체에게서 멀어지려 어깨로 땅을 짚으며 기어나갔다.

덜컹하는 소리가 상호의 등 뒤에서 들리고, 둔탁한 무언가를 내려놓는 소리가 이어졌다.

“으… 제발… 전민호 씨발! 개같은 새끼야! 필요할때 없어!”

저벅대던 구둣발 소리는 점점 상호의 근처로 다가왔다.

두어발정도 되는 거리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가! 가라고 씨발! 꺼지라고 개새끼야!”

버둥대며 멀리 굴려가려던 상호를 잡은 물체는, 그의 옷깃을 확 잡아 끌며 상호를 일으켜 세웠다.

“꿇어. 새끼야.”

“너 뭐…”

“꿇으라고.”

서있던 상호의 오금을 콱 밟은 남자는 가져왔던 철제 의자를 펼쳐 상호 앞쪽으로 당겨 앉았다.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램프를 집어든 그는 상호의 얼굴 앞에 불을 비췄다.

흙먼지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검은 자루로 덮인 얼굴에 환한 불빛이 쬐였고, 상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상호는 얼굴을 살짝 돌렸다.

빛을 비추던 남자는 머리에 씌워 둔 자루를 확 벗겨냈다.

시큰거리는 눈에 얼굴이 구겨지도록 눈을 감고 있는 상호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이마에는 피가 한줄이 흘러 내려선 말라붙어 있었고, 그의 얼굴은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었다.

램프를 쥐고 있던 남성은 상호의 멱살을 콱 붙잡고는 자신의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

“씨발… 개새…”

상호가 역겨움에 얼굴을 돌리고 욕을 뱉으려던 찰나, 얼굴에 진득한 액체가 튀어온게 느껴졌다.

램프를 든 남성은 침을 가득 모아 상호의 얼굴에 뱉었고, 이윽고 그를 발로 살짝 밀쳤다.

“개같은 새끼야! 너 누구야!”

갑작스런 빛에 멀었던 눈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한 상호는 의자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성쪽으로 몸을 살짝 돌렸다.

그는 다리를 살짝 벌리고 앉아 버둥대는 상호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고,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상호를 보던 그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야.”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상호는 낮게 깔려 울려오는 목소리에 살짝 몸을 떨었다.

“너 나 알건데.”

남성은 큭큭 소리를 내면서 웃고는 옆에 놓인 더플백에서 물건 하나를 슬쩍 집어들었다.

해머를 꺼낸 남성은 두어번 해머를 빙글 돌리고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뒀다.

상호는 거만하게 앉아있는 남성을 향해 울부짖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터트릴때마다 끝이 잘게잘게 갈라지고 있었다.

“너 씨발, 개같은 새끼야! 개… 미친 새끼가… 너, 너 씨발 우리한테 이러면…”

얹어둔 망치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준 남성은 움찔거리듯 몸을 굳혔다. 그는 상호의 말을 잘라 끊으며 읊조렸다.

“안된다고?”

“미친 새끼야!”

“하… 참…”

악에 받쳐 욕을 내뱉는 상호의 모습을 보고있던 남성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머를 빙글빙글 돌리며 다가오는 남성의 모습이 상호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빛을 등지고 성큼대며 걸어오는 남성의 모습은 어둠만이 가득했다.

한걸음, 또 한걸음, 그가 다가오며 작아지는 빛과 커지는 어둠의 크기에 상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후드를 쓴 그의 모습은 사신같았다. 얼굴 안쪽에 어둡게 그림자가 져있는 그의 얼굴 속은 텅 비어있는 것만 같았다.

“이 개… 읍!”

남성은 상호의 멱살을 확 움켜쥐고는 자신의 얼굴가로 상호를 끌어당겼다.

해머의 머리에 반사되어 얼굴에 빛이 살짝 드리웠다.

반투명하게 얼굴을 비추는 빛이 남성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상호의 눈에 낯익은 눈매였다. 그는 주변으로 눈을 돌려봤다. 바닥에 떨어진 전등을 따라 드리운 빛에 떠다니는 먼지들이 보였다.

메마른 흙. 콘크리트 바닥. 주변에 가득 떨어진 철근, 다 드러난 벽, 그리고 소파와 매트리스. 바닥에 널부러진 술병들과 깨어진 유리조각들.

그리고 매트리스 옆에 널부러져 있었던 시체 하나.

상호는 남성의 눈매를 그곳에서 보았다.

발가벗겨져서는 입에 피를 늘어뜨리고 누워 있던 그것. 바닥을 굴러다니며 이리저리 쓸리던 걸레 같던 그것.

그것에서 본 눈길이었다.

“아…”

“알잖아, 나.”

“씨발… 개… 아아아아아아악!”

침을 뱉으려던 상호는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비명을 내질렀다.

불에 그슬려 붉게 물든 꼬챙이를 그의 허벅지에 쑤셔대는 듯한 화끈함에 그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다리! 다리! 개새끼야아아!!!”

남성은 멱살을 잡은채로 해머의 노루발을 강하게 허벅지에 찍어넣은 후였다.

꽂혀있는 망치의 손잡이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상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 그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상호를 바닥으로 밀쳤다.

“병신… 그거로 안죽어.”

자신이 앉아있던 곳으로 저벅대며 돌아간 그는 가방 옆에 꿇어 앉아서는 가방을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그거 말고도 너 죽일거 많아.”

먼지만 휘날리는 공사장에서는 잘그락대는 쇠소리만 들렸다.

더플백속에 손을 집어넣고 휘적댄 남성은 펜치 하나를 꺼내들었다.

“너 다음에는 저새끼들이고. 아니면 저새끼들 끝이 너든지.”

상호는 다시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자신과 똑같이 묶인 또다른 네 사람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머리엔 검은 자루가 씌워져 있었다.

남자 교복을 입은 세사람과 여자 교복을 입은 한사람이 바닥에 버려진채였다.

“야… 야… 다 일어나봐 제발… 제발…”

상호는 머리를 바닥에 콱콱 쥐어박으며 조금이라도 정신을 잡아보려 애썼다.

그의 다리가 불타는 것만 같았다.

“으으…”

상호의 바로 옆쪽에 누워있던 남학생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민구냐? 야, 야 제발… 제발 좀 일어나봐 제발…”

“으… 씨발… 머리…”

“한민구 개새끼야 제발… 제발 나좀 살려줘 제발…”

상호는 찔리지 않은 오른쪽 허벅지로 민구를 툭툭 밀어 치기 시작했다.

“야… 씨발… 여기 어디야…”

제대로 잠이 깨지 못한 것처럼, 민구는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 쓴 그대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상호는 이빨로 자루의 끝자락을 살짝 물어서 자루를 벗겨주고는 허벅지로 민구의 머리를 살짝 밀었다.

손이 뒤쪽으로 묶인지라 손을 제대로 쓸수 없던 상호는 부들거리며 민구를 툭툭 건드렸다.

“야… 야 내 얼굴 딱 봐. 내 얼굴 딱 봐.”

흘러내리던 피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옷자락이 거슬리는지, 상호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조용히 읊조렸다.

“기억 해라. 딱 기억해. 너 기억 못하면 다 죽는거야.”

“뭐를…?”

“그년 자살이야.”

민구의 면전에서 조용히 말을 전하던 상호가 갑작스레 멀어졌다.

머리끄덩이를 확 쥐어챈 남성은 상호를 질질 끌어서는 의자쪽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아이 씨발! 놔! 개새끼야 놔!”

지익 지익 거리며 다리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이라도 남성을 뿌리쳐보려 몸을 발버둥치는 상호의 몸짓에 먼지가 이리저리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남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상호의 팔언저리를 들어서는, 천장에 매달린 고리에 팔쪽을 걸었다.

상호는 천장에 걸린 정육점 고깃덩이처럼 대롱거리고 있었다.

“씨발… 개…”

“거 뭘 그렇게 속삭여? 어짜피 다 죽을놈들이.”

드르륵 거리며 체인을 올린 남성은 상호가 발 끝으로 서야만 할 정도로 팽팽하게 줄을 높이 잡아끌었다.

비릿한 웃음을 남긴 그는 민구, 그리고 그 옆에 누워있던 다른 세 사람까지 차례차례 줄에 매달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의 눈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눈가의 주름이나 눈가의 근육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그의 얼굴의 반은 굳어있기만 했다.

“너, 너 개새끼야. 너 씨발 너 그 걸레년 가족이지?”

상호는 매달려서 몸을 살짝 흔들며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멈칫한 남성의 모습을 보고는 상호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 그럼 그렇지. 안그러면 누가 이런 개같은 짓을 하겠어!”

상호만이 소리를 치고 고함을 지르는 고요한 콘크리트 방, 낮게 깔린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하… 그러게.”

남성은 한쪽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말했다.

마지막 여학생까지 쭉 끌어당겨서 고리에 팔을 매단 후, 남성은 인간 시장에 팔릴 품목들을 보는 마냥 다섯 사람을 훑어보았다.

“아름답네.”

그는 다섯사람 앞으로 의자를 끌고와서는 살짝 다리를 꼬며 앉았다.

얼굴이 약간 움찔한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살짝 손을 풀었다.

“그래. 그 걸레년 오빠다. 개같은 새끼야.”

상호를 향해 나지막한 한마디를 뱉은 그는 옆에 놓아뒀던 더플백에서 서류뭉치 하나를 집어들고는 자신의 허벅지에 뒤집어뒀다.

상호의 머리에서 땀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그의 어깨는 빠질 것처럼 아팠고, 몸을 살짝 움직일때마다 팔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를 살짝 악물고는 몸을 버둥거리며 말했다.

“미친년 하나 죽은거로 사람 다섯을…”

“미친년?”

서류를 뒤적거리며 보고 있던 남성은 잠시 옆으로 서류를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 현정이가 미친년이라 이거네, 니 눈에는.”

“그럼 미친년이 아니면 뭔데!”

남성은 가방에서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꺼내들었다. 가방속에 또다른 철들과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가 들려왔다.

행여나 또다시 자신을 배트로 매치려는 것 같아, 상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 년이 아니면… 뭔데…”

그의 말소리는 점점 개미 기어들어가듯 작아졌다.

방망이를 바닥에 끌면서 달그랑대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현민의 모습이 점점 눈에 커져갔다.

“니가 말해 보지 그러냐. 니가 말하는 그 미친년이란 애가 미친년 말고 뭐였는지.”

현민은 배트의 끝으로 또다시 해머 끝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아아악! 개같은 새끼야!”

“그래, 미친년 말고 개같은 새끼. 또?”

“아악!”

옆에서 목청을 울려대는 비명소리에 서서히 깬 민구는, 히죽이며 웃고있는 현민의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만해! 야!”

민구는 현민을 발로라도 밀어보려 이리저리 버둥거렸지만, 그의 발목은 케이블타이로 단단히 묶여있었다.

“어, 일어났네.”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데!”

민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지하층을 울렸다. 그는 텅텅 거리며 울리는 배트 끝 소리에 겁에 질려 울먹이고 있었다.

팔이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에 얼굴마저 찡그렸다.

“무슨 일을 했냐니? 뻔히 아는 놈들이…”

현민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 배트 끝으로 민구의 배를 찌르며 말했다. 그는 민구를 올려다 보고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니들이 죽였으면 죗값을…”

“자살한거잖아 개새끼야!”

상호는 기침 두어번을 크게 하며 소리를 질렀다. 통증에 몸이 덜덜 떨려오고 있었다.

“자살?” 현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자살! 지가 뛰어내려서 죽은 썅년인데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상호의 말에 또다시 방망이를 멈춘 현민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뻔히 검사나 판사도 다 자살이라고 했잖아!”

“확실해?”

“자살이라고 자살! 자살!”

“오케이.”

현민은 배트를 거두어 들였다. 바닥으로 배트를 집어던진 그는 무심하게 던져뒀던 종이 뭉치를 집어올렸다.

“우리랑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혼자 우울해서 집에 가는 길에 쳐 뒤진거라고! 그년 혼자! 오히려 왕따년 하나 살려준건 우린데 우리한테 왜 지랄이야!”

“허…”

“그래, 씨발. 머저리 새끼야. 오빠고 지랄이고! 사람을 제대로 찾으란 말야, 제대로! 오히려 우리가 챙겨준건데 왜 우리한테 이러냐고!”

현민의 얼굴가에서 까득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뺨쪽이 살짝 움찔거렸다가 내려왔다.

그는 두어번 숨을 살짝 몰아쉬고는 상호의 앞에서 종이를 흔들었다.

“니가 한 말에 책임 질수 있어?”

“경찰이랑 검사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병신아!”

“하하…”

현민은 종이 한장을 살짝 뒤집어 보여줬다. 맨 첫페이지 위쪽, 진현정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래 맞아. 경찰이랑 검사들은 다 그렇게 이야기 했지. 익사. 자살. 그렇지?” 현민은 웃음기를 지울 수 없다는 듯 큭큭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어두운 방의 그림자에 가려진 얼굴, 웃음짓는 입꼬리 옆으로 물방울 하나가 툭 떨어졌다.

“그래, 이 씹새끼야. 우리끼리 위로를 해주려고 했는데 지 혼자 터벅터벅 나가더니 죽었다고 했다고.”

“부검의는 아니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