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ath The Black V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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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얘 왜 숨을 안쉬어…?”

비키는 싸늘한 느낌이 들어 몸이 점점 굳어왔다.

입가에 피를 한줄기 흘리고 있는 여성은 이미 세상과 등을 지었는지, 흐리멍텅한 채 방 어딘가를 응시하며 미동이 없었다. 그녀의 동공은 활짝 열린 채 세상의 모든 빛을 어두운 구멍속으로 빨아 들이고만 있다.

비키의 옆에 서있던 라이언은 바닥의 여성을 살짝 발끝으로 밀어 보았다.

그녀의 몸은 힘없이 밀려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고, 입안에 고여있던 피는 주르륵 쏟아져 바닥에 작은 피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녀를 둘러싼 세 인물은 당황한 듯 몸이 얼어붙은 채로 바닥에 누워 미동없는 여성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얘 왜 죽은척하냐? 야, 눈떠 미친년아.”

라이언은 발끝으로 여성을 툭툭 건드리고는 살짝 뒷걸음질 쳤다.

“아 또 엄살피네 이 년. 야!”

버려진 소파에서 몸을 누이고 있던 딕슨은 벌떡 몸을 일으켜 바닥의 여자에게 다가갔다.

귀찮은 걸음을 했다는 것 자체에 열이 받았는지 그는 그녀의 배를 콱 짓밟았다. 혹은 불안감일까, 그는 이를 살짝 악물고는 배를 짓누르고 있었다.

“또 이러네 또. 야, 그냥 노리개에 장난감정도 밖에 안되면 좀 제대로 하라고. 빳떼리 부족하냐?”

딕슨의 발길질에 또다른 웅덩이가 하나 생기기 시작했다.

배설물이 바닥으로 쏟아져 나오고, 방 안에서는 구린 악취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씨발…”

딕슨은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야. 야!”

방 안에서 살을 찢는 듯한 소리가 연거푸 울려퍼졌다. 버려진 공사장의 지하실 속을 울리는 뺨소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찢는 듯 했다.

“야, 미친새끼야, 너 그러다 사람 죽으면 어떡할라 그러냐? 그만 때려 병신아.”

계단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틱 소리를 내며 담배 꽁초를 튕긴 두 남성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여성의 뺨을 후려갈기는 딕슨을 쳐다봤다.

딕슨은 바닥의 여성 위에 올라타서는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미동없는 여성의 모습에, 딕슨은 이를 악물고는 뺨을 다시 후려갈겼다.

“야, 미친 새끼가 진짜… 살살 하라고!”

담배 꽁초를 튕긴 마이크는 딕슨을 말려보려 황급히 계단을 내려왔다.

시신에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자, 그는 서늘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그의 머리로 올라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딕슨의 어깨를 잡으려던 손은 허공에 우뚝 멈추었고, 바닥에 퍼져 있는 노란 갈색의 배설물과 핏덩이를 보고는 소름이 올라왔다.

“잠깐만 이거 왜이래…”

마이크는 딕슨을 확 밀쳐내고는 여성의 목 언저리에 손가락을 살짝 얹었다.

넋을 잃은 채로 시신만을 보고 있는 딕슨은 몸이 덜덜 떨리는 지 팔 부분을 살짝 어루만졌다.

마이크는 시신의 가슴에 손을 포개놓고는 힘을 실어 누르기 시작했다.

심폐소생술을 해보려는 마이크의 힘에 맞춰 시신은 힘없이 흔들거리기만 했다.

시신의 발은 앞뒤로 까닥거리며 마이크의 압박에 맞추려는 듯 하늘거리기만 했다.

마이크는 갈비뼈가 부서지도록 시신의 가슴팍을 눌러댔다. 하지만, 마이크의 힘에 맞춰 입에서 피가 조금씩 더 새어나올 뿐이었다.

수십 수백번을 눌러도 돌아오지 않는 혈색에 마이크는 손을 슬며시 떼어냈다.

그는 나지막히 욕을 내뱉었다. “씨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존스는 마이크의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커윽!”

“야이 병신같은 새끼야.”

수많은 압정으로 옆구리를 쑤시는 것 같은 고통에 마이크는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몇걸음 정도 떨어질만한 거리를 밀려나간 마이크는 바닥에서 나뒹굴고만 있었고, 존스는 여성의 코 아래쪽에 살짝 손가락을 대 보았다.

당연스레 나오고 있어야 할 미세한 콧바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존스는 입으로 나지막히 ‘좆됐네’ 라고 말을 내뱉고는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그는 발로 여성을 이리저리 건드리고, 귀 뒤쪽에도 손가락을 얹어보았다.

당연스레 느껴져야 할 맥동도, 꿈틀거리는 반응조차 없었다.

“씨발. 뒤졌네.”

존스는 이빨을 살짝 악물었다. 뿌득 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폐공사장 터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

“이 병신 같은 새끼들이… 담배피고 오는 그 잠깐 시간에 애를 죽여?”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친 존스의 목소리에 바닥에 누워있는 마이크는 몸을 살짝 움츠렸다.

“아니야 미친새끼야! 우리 아무것도 안했어!”

딕슨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는 간신히 말을 뱉었다. 그는 존스와 마이크를 번갈아 바라봤지만, 그와 크게 다른 상태는 아닌 듯 했다.

“씨발… 씨발… 미치겠네…”

비키는 머리를 살짝 쓸어넘기며 말했다. 그녀는 손톱을 이리 저리 깨물며 바닥에 누워있는 시신을 위 아래로 살폈다.

시신의 몸 이곳저곳에는 멍이 들어있었다.

옷은 이미 벗겨져서는 불타 없어졌고, 시신을 가려줄만한 그 어떤 무엇도 없었다.

딕슨은 ‘설마 설마’ 라고 말하며 시신쪽으로 기어갔다. 혹시나 싶어 시신의 손을 살짝 들었지만, 허공에 잠깐이라도 들려있어야 할 손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존스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고민하다 이를 살짝 갈며 고개를 들었다.

“나 없던 사이에 니네 셋 뭐했어?”

존스는 라이언과 비키, 딕슨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당장이라도 세 사람을 찔러 죽일 것마냥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씨발 하기는 뭘…”

“그럼 얘가 왜 쳐뒤지는데? 뭐 먹였냐?”

“아, 씨발 먹이긴 뭘 먹였다 그래!”

딕슨은 뒤쪽을 살짝 흘겨봤다. 양주 몇병이 바닥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그는 분명히 기억할 수 있었다.

존스와 마이크가 담배를 피러 올라갔을 그 땐 분명히 살아있었다. 그 두 사람이 밖을 나가고 나서도 숨을 간신히 몰아쉬고 있는걸 보았었다.

두 사람이 사라진 후를 곰곰히 생각해봐도 세사람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딕슨은 버려진 소파에 누워서 폰만 보고 있었고, 남은 두 사람은 애정 행각만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아까… 아까 숨을 꺼어억… 하면서 들이마시는거야… 그래서…”

비키는 헝클어진 머리를 살짝 정리하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숨을… 꺼억 하면서 들이마쉬길래… 미친년이 또 엄살부리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눈에 독기가 서린 채로 존스가 되물었다. 그는 잡히는 사람을 하나라도 찾고 싶은지 눈만 부라리고 있었다.

“후려 갈길라고 와봤는데… 저거… 저랬…”

“걸레같은 년아, 그래서 뭐 어떻게됐냐고?”

존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벽 여기저기에 부딪혀 메아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말이 심하다?”

라이언이 비키를 살짝 감싸고는 나지막히 말을 내뱉었다. 존스의 살기에 눌려 쉽게 말을 뱉기 어려웠는지, 그는 말 끝을 살며시 흐렸다.

“담배 피러 올라간 시간이 3분도 채 안되는데 그 사이시간에 쳐 뒤져있잖아, 머저리 새끼들아. 그건 니들이 뭔가를 했다는거로 밖에 안보여. 그래서 썅년아, 뭐했냐고?”

“아무것도 안했단말야!”

“근데 뒤진다고?”

존스는 교복에 달린 넥타이를 살짝 풀어 헤치며 말했다. 그조차도 심장이 두근 대고 있는지, 넥타이를 잡은 손의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 와서 보니까 저대로였다고!”

존스는 미치겠다는 듯 머리를 살짝 헝클고는 딕슨쪽으로 눈을 돌렸다.

“니가 술멕였냐, 새끼야?”

“뭔 소리야 미친놈아!”

딕슨은 화들짝 놀라서는 소리쳤다. 혹시나 자기에게 눈길이 올까 싶어 조용히 술병을 뒤로 밀어뒀지만, 이미 바닥에 누워있는 망자에게 한 일이 있었기에 그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아까 시작할때도 깔대기 꼽고 술 쳐부은건 너 아냐?”

존스는 딕슨이 앉은 소파 주변을 훑어보았다. 분명히 보여야 할 술병들이 보이지 않아 열이 받았는지, 그는 딕슨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

“술병 어디있어?”

“무슨 소리야 개새…”

“술병 어디있냐고 개새꺄!”

몇걸음 되지 않아 딕슨의 앞에 선 존스는 딕슨의 멱살을 확 채어잡고는 위로 들어올렸다. 분노에 찬 그의 힘에 딸려올라간 딕슨은 허공에 살짝 매달린 듯 대롱거리고 있었다.

“미친 새끼야 이거좀 놔봐!”

“나 없는 사이에 술 먹인거 아니냐고!”

존스는 멱살을 살짝 움켜잡고는 딕슨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으윽 거리는 소리를 내며 딕슨은 힘겹게 버티고 있었고, 존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숨겨진 술병을 찾으려 했다.

“아, 씨발 잠깐만…!”

마이크는 황급히 두 사람 사이에 서며 두 사람을 말리려 했다. 존스가 힘을 강하게 주고 있었던 건지, 멱살을 풀려 당길때 마이크조차도 손을 부들부들 떨며 꽉 잡힌 손을 풀어냈다.

목이 살짝 졸려있던 딕슨은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살짝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가져온건 세병이 전부였고 그건 처음에 다 쳐멕였잖아…”

그는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려 와이셔츠의 윗단추를 몇개 더 풀었다. 안쪽의 하얀 티셔츠가 땀에 잔뜩 젖어있었다.

“병은 어디있는데?”

“소파 밑에 밀어뒀지…”

존스는 멱살을 쥐었던 손을 놓고는, 하늘거리는 소파 레이스를 들춰봤다.

소파 아래쪽에는, 파란 라벨이 붙은 양주 병 세개가 뒹굴거리고 있었다. 세 병 모두 깔끔하게 비어 있었고, 쓴 알콜의 향과 희미한 오크통의 냄새가 뭉근하게 풍겨오고 있었다.

“하…”

존스는 힘없이 레이스를 내려놓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래된 소파인지 끼익 거리는 소리가 나고는 크게 한번 출렁였다.

“좆됐네…”

그는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시신을 바라봤다.

“씨팔… 진짜… 오늘은 시작부터 재수가 없더라니…”

이미 가슴팍에 손을 댄지라 여기저기 눌린 자국이 한가득이었다. 시신의 입에서 흘러내린 한줄기의 피는 정자세로 눕혀지고 나서는 입 양쪽으로 배어나오고 있었다.

“부모님이 사고치지 말라 했는데…”

딕슨은 바닥에 누워있는 시신을 살짝 찔러봤다. 아무 생기없이 푹 들어가는 살갗에 화들짝 놀라 손을 떼었다. 아무리 찌르고 눌러봐도 이미 바닥의 시신은 차갑게 식어만 가고 있었다.

“너 지금… 안되지 않냐…?”

딕슨은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 톡톡 건드리고 있는 존스를 살짝 곁눈질로 흘겨봤다.

“당연히 안되지. 막은지 얼마나 됐다고…”

존스는 고개를 살짝 들고 시신과 주변을 쳐다봤다. 텅빈 지하에 깔린 매트리스와 소파 밑에 굴러다니는 술병, 그리고 네 사람. 존스의 눈속에는 어중이 떠중이 네명이 어떡하냐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만 보였다.

“하… 씨발 진짜…”

존스는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떡하지?”

그는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시신을 이리저리 살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수도 없이 많은 폭행이 있었기에 몸 여기저기가 멍 투성이었다.

이대로 시신을 내버리거나, 어디 묻어버리거나 한다면 분명히 들킬게 뻔했다.

“씨팔… 진짜… 돌아버리겠네…”

존스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려는 듯 화면을 급하게 터치하기 시작했다.

“야, 자… 잠깐만!”

존스가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시작하려 하자, 마이크는 황급히 존스의 폰을 빼앗아 전화를 종료시켰다.

“미친 새끼가… 무슨 짓이야?”

또다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존스는 마이크의 멱살을 잡으려 손을 쭉 뻗었지만, 옆에 있던 딕슨이 두 사람을 말리며 끼어들어왔다.

“야… 잠깐만, 우리 잠깐만…”

딕슨이 살짝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그의 손끝도 잘게 떨리고 있었다.

“뭐. 그냥 깔끔하게 묻어버리고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 되는거 아냐?”

“미친놈아, 그러기엔 여기저기 피흐른거랑 저런건 어떡할건데?”

존스는 딕슨의 손을 확 뿌려치고는 그를 째려봤다.

“내 알 바 아니잖아.”

“왜 니 알 바가 아니야 미친 새끼야…”

“그러니까 지금 실장한테 따로 전화를 하려는 거잖아, 병신새끼야. 알고나 말해.”

존스는 마이크에게 살짝 손을 내밀었다.

“내놔.”

부우웅. 전화가 갑자기 끊긴 것에 당황했는지, 전화기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흥신소 실장’ 이란 글자가 찍혀있었다.

“하… 씨바…”

마이크는 머뭇머뭇거렸다. 차마 폰을 놓을 수 없었다.

“너 씨발 우리한테 다 뒤집어 씌우려는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