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모탈리스 엑스 마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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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음은 필연이 아닙니다! 죽음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영원을 살 수 있습니다! 지금 불멸 시술을 받으십시오! 당신에게 완벽히 맞춰진 기계 몸체로 영생을 누리십시오! 고기 몸에서 탈출하십시오! 죽음의 공포에서 탈출하십시오! 질병의 위협에서 벗어나십시오! 영원한 삶을 상상하십시오! 무한한 가능성을 탐닉하십시오! 지금 단돈 99,900,000 코로나에…

법관이 엄숙하게 재판의 개시를 선언했다. 방청객들 사이에는 긴장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돌고 있었다. 세간의 이목을 단번에 끌어당긴 미치광이 연쇄살인마, 사람들의 기계 몸체를 수리하고 개조해준다고 유인해 부품을 해체해 뜯어가고 고기 몸도 암시장에 신선한 고기 장기로 팔아버린다는 잔악무도한 살인마. 그의 모습을 눈앞에서 똑똑히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그가 자신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타자화하며 만들어내는 공포. 그런 감정들이 모두 섞인 분위기 속에 사람들은 침묵을 일관했다. 하지만 그가 법정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함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기계 몸체를 뜯어내고 고가에 팔아넘긴, 고기 몸을 가진 흉악한 연쇄살인마. 류이연의 모습은 그들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들을 생각하면 전혀 연상할 수 없는, ‘특이하지’ 않은, 오히려 평범함에 아주 가까운 모습임에 놀랐다.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에, 검고 긴 생머리는 관리가 잘 된 것으로 보였고, 안경도 과학에 능통한 미치광이 과학자가 쓸 법한 고글이나 다른 것이 아닌, 일반 시민도 5만 코로나만 준비하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 보통의 플라스틱 테 안경이었다. 그가 온몸에 두르고 있는 흰 가운 역시, 세심하게 잘 관리된 듯 얼룩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런 이연의 모습은 그가 자신들과 명백히 다르다는, 어떤 별개의 종이라는 법정 사람들의 암묵적인 전제를 깨뜨리는 것이었다. 법관들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가장 먼저 가운데의 법관이 헛기침을 하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경위들이 정숙을 명령하자 소란이 잦아들었다.

“지금부터 피고 류이연의 연쇄살인죄에 대한 재판을 개정하겠습니다. 검찰측, 모두진술 하십시오.”

법관이 낮은 목소리로, 단어 하나하나마다 힘을 주어가며 명령하자 검사는 한 발짝 앞으로 걸어나와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네, 이번 사건은 ‘불멸 시술’의 발명을 기점으로 나타난 신종 사기와 살해 수법으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입니다. 불멸 시술은 익히 아시다시피, 인간의 몸을 기계 몸으로 대체함으로써 노화 및 불구가 될 일 없이 영구적으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수술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체된 기계 몸을 수리해주거나 더욱 강하고 편리하게 개조해주겠다고 속여, 기계 부품을 뜯어내거나 남아있는 육체 부분을 해체해 장기 밀매상에게 팔아넘기는 범죄가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최초에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단순 실종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우연히 피고인 류이연에게 수리를 의뢰했던 한 피해자가 실종 직전에 의뢰 사실을 자신의 SNS에 남겼던 것이 발견되어, 그의 실종에 의심을 품은 지인이 신고해 수사가 개시되었습니다. 이후 함정수사에 빠진 피고가 체포되고, 서에서 자신이 저지른 열두 건의 범죄를 모두 자백했기에 연쇄살인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피고인,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

검사가 자리에 앉자 판사가 물었다.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의 시선이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류이연에게 향했다.

“네, 인정합니다.”

류이연이 의외로 순순히 인정을 하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지능적인 사람이라면 수사 과정에서 인정한 사실들은 얼마든지 부인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러지 않자 의외인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은연중에 암시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피고인, 피고인의 이름과 직업을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름은 아시다시피 류이연입니다. 직업은, 이전에는 ‘불멸 시술’에 사용되는 부품 공장의 제조공이었고, 지금은 기계 몸체 수리공입니다. 나이는 스물여덟, 성별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연은 그렇게 말하며 흰 가운 너머로 자신의 배 근처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묘한 만족감과 처연함이 뒤섞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법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는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앞으로 나와 심문을 시작했다.

“피고. 피고는 기계 몸체 수리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규상으로는 불멸 시술자들의 편의를 위한 기계 몸체 수리는 수리공 면허를 소지한 자만이 시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고의 기록 어디를 보아도 수리공 면허를 취득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수리공 면허를 취득하려면 교육에만 200만 코로나에 육박하는 거금이 필요합니다. 이는 학원 등에서의 실습 교육만 포함한 것으로, 수험료는 계산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수리공 면허를 취득하면 엄격한 국가의 감시 하에 들어가게 되지요. 그리고 고객 대부분은 전신을 기계 몸체로 대체한 사람들입니다. 비싼 기계 몸체로 전신을 교체하고, 그 유지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 말이지요.”

“피고, 무의미하게 말을 돌리지 마십시오.”

“무의미하게 말을 돌리는 게 아닙니다.” 검사의 말에 반박한 이연은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세상에는 그 외의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전신을 의체로 교체하지 못해도, 미약한 영생의 꿈을 이루고자 일부의 몸만이라도 ‘불멸 시술’을 통해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비싼 기계 몸체를 한 푼 두 푼 모아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라도 의체로 교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전신 의체 가격은 하한가로 잡아도 1억 코로나이고, 최상위급 의체는 20억, 심하게는 100억까지도 든다고 추측됩니다. 거기에 유지비용을 합하면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죠. 그 정도 되면 손발가락 하나를 바꾸는 데에도 족히 50만 코로나는 드는 것입니다. 그것도 제일 질이 떨어지는 하등품으로요. 그런 사람들을 ‘수리’해주기 위해서는, 면허라는 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법규를 어겼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그건 이미 수 건의 – 그러니까 당신들이 말하는 – ‘연쇄살인’에 비하면 한없이 가벼운 죄 아닙니까?”

군중이 잠시 술렁였다. 분명히 이연은 이 자리에 피고인으로 서 있는 것임에도, 마치 자신은 떳떳하다는 양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의 말은 자신에게 변명거리를 만드는 말이나 다름없는데 꽤나 그럴듯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방청객들도 불멸 시술의 가격이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무면허 수리 그 자체의 죄를 물으려는 게 아닙니다.” 검사가 반박했다.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말하려는 겁니다.”

“위험이요?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걸로 따지면 불멸 피시술자가 더 위험하지 않나요? 영원히 ‘죽지’ 않고 남들을-”

“피고. 검사의 말을 끊지 마십시오.”

법관은 이연의 말을 제지했다. 이연은 잠시 항의하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검사는 법관에게 잠시 고개를 숙이고는 말을 이었다.

“앞서 피고인이 말했다시피 기계 몸체 수리공은 국가의 엄중한 감시 하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불멸 피시술자에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수리공이라 한들, 안전하게 수리가 끝나리란 보장이 없다면 위험 부담이 그만큼 크지 않겠습니까? 가령, 기계 몸체를 떼어다 팔고 더 값싼 몸체로 교체한다든가, 더 심한 경우에는 완전한 해체로 살해까지 당한다든가요.”

검사는 간결하고 차갑게 말을 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연을 향한 적의, 나아가 원초적인 경멸 어린 시선이 담겨 있었다. 이연도 그걸 모르지 않았는지 검사를 한 번 째려보고는 답을 이어나갔다.

“글쎄요, 그건 제가 앞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시험을 치러 국가에 등록된 수리공이 되면, 오직 돈 있는 사람, 이미 전신을 기계로 바꾼 사람들만 상대하게 될 뿐입니다. 그런 사람들만 상대한다는 것은 공인된 수리공에게 의뢰할 만한 자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제 대의를 위해 선택한 것일 뿐입니다.”

변호사가 그 때 한 걸음 걸어 나왔다. “이처럼 피고인은 비록 기계 몸으로 된 사람을 해체해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긴 해도, 처음에는 이렇게 순수하고 올바른 의도로 일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목숨을 뺏은 것은 용서될 수 없지만, 피고인의 첫 의도를 감안하여 부디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검사는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렇지만 피고인은 명백히 살인자입니다. 피고인은 처음 꼬리가 잡힌 후에 자신이 벌인 범행 열두 건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고인,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아마 열두 건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이름들을 모두 읊을 수 있습니다. 패싸움에서 당한 부상으로 몸통 전체와 양 팔을 기계로 바꾼 조직폭력배 두목 강원상, 유해물질을 허가 없이 청계천에 방류하던 방직 공장장 김성조, 입주민들에게 어마어마한 월세를 매기며 주거 공간으로 압박을 하던 악덕 건물주 조운형, 조호 부자, 사채업자 최준동, 부패한 지역 정치인 장윤수, 김평… 아마 그 둘을 건드려서 발각된 거였죠. 더 필요합니까?”

“그 정도면 됐습니다. 아무튼 전부 다 본인이 저지른 범행이라는 걸 인정하시는 거군요.”

“그걸 범행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렇습니다.” 이연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범행이 아니라는 이유라도 있다는 겁니까?” 검사는 기가 차서 되물었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