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녹취록 – 번호 2018083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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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잘들어봐. 난 길게 말 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

그리고 두번 말하는걸 정말 싫어해. 했던 말 또 하면 결국은 듣는 너나 말하는 나나 지치는거잖아.

그러니까 한번 말할때 귓구멍 열고 잘 들어.

벌써 세번이나 이 인터뷰짓거리를 했는데 뭘 또 한다는건지 모르겠어.

넌 사람들이 왜 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해?

어렵게 생각하지마. 기능론이니 갈등론이니 다 개소리인거 알잖아.

그런 원론적인 쌉소리는 이제는 할 필요 없는거 알지?

우린 누구든 간에 다 가지고 싶은게 있어. 지금 니 마음속에 손 얹고 한번 생각해봐.

지난번에 니 옆에서 서류 정리하던 그 쫄보 하나.

그래. 그 개같은 년이랑 잘 되보고 싶은 마음 있는거지? 아니? 더 나간건가?

왜. 덮치고 싶은 마음까지 있는거야?

그래 뭐 그럼 그런거지. 다른게 뭐가 있겠어?

깨끗한 놈이 어디있겠냐고.

결국은 다 비슷한 마음 가지고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야.

근데 나와 너를 가르는 근본적인 차이가 뭔지 알아?

난 용기가 있고 넌 용기가 없고.

그 차이야.

뭐? 지름길?

아니 지름길을 탄건 아니지. 가지고 싶은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져야하는거잖아.

난 그래서 죽였을 뿐이야. 걸리적대니까.

참을성이 없다고 하지 마. 누구든 그렇게 했을거니까.

그 년이 내 앞에서 알짱대고 있는데 걸리적대는건 치워야하는 거잖아.

아까 내가 시작할때 이야기 했잖아. 굳이 서로 피곤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거야.

그래서 그 년을 죽였던 거고.

너는 말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어.

굳이 그렇게 막 내 머리속을 헤집는거처럼 날 들여다 볼 필요 있어?

간단하게 생각해. 넌 이미 다 알고 있잖아.

니가 언젠가 물어봤었지. 내 성장 배경이 어떠했는지 말야.

다시 한번 말해줘? 그게 니가 나를 뭐 읽어보려고 하는데서는 조금이라도 도움 된다는거 아냐. 그렇지?

자 잘들어. 놓치지 말고.

저번에 노트 필기하는거처럼 막 끄적거리면서 적더니 이제는 그거도 안들고왔네.

난 어릴때부터 엄마라는 인간이고 아빠라는 인간이고 다 없었어.

썩을 새끼가 계속 바깥에 나가서 뭐끝이나 놀리고 다니고, 엄마도 그냥 만원 이만원 던져주고는 나가서 술병 들고 병나발이나 불고 있었으니까 말야.

집에서 할수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어. 그냥 티비 좀 보고 하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

내가 그래서 짜장면을 좋아해. 어릴때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를 않더라고. 나중에는 중국집 아저씨가 알아서 곱빼기로 갖다주고 그랬거든.

봐. 딱 여기서부터 보이지?

애미고 애비고 나를 버려놓는데 내가 제대로 클 리가 있나. 안그래?

그렇게 초등학교를 갔었지. 내가 원하는건 뭐든 해낼수 있었어.

주지 않으면 울어버렸고, 선생들이 나보고 이건 나쁜일이에요 라고 말하면 거기서도 울어버렸지.

그리곤 뒤돌아 서서 애들한테서 연필을 빼앗고, 내 옆에 있던 짝궁인지 뭔지 머리를 쥐어박고.

그렇게 모두 위에 군림하는 그 느낌이 얼마나 상쾌한지 알아?

모두들 널 보고 벌벌 떠는거야. 내가 어딘가를 가려고 움직일때마다 무슨 바다 갈라지듯 애들이 날 무서워해.

이쁘다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면 오줌을 싸재끼면서 무서워하던 6학년때 그년이 생각나네.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중학교 형들이고 고등학교 형들이고 나를 찾아오더라고.

나대지 말라고 배를 후려 깐놈도 있었어.

그때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팔이고 목이고 미친듯이 물어 뜯었어.

내 입가에선 피가 질질 흘러내렸고 그 새끼 목에선 선명하게 찢긴 흔적이 보였지.

그때부터 다들 날 미친개 취급했어.

근데 이상하지. 그런 미친놈이었으면 그 윗 선배라는 놈들도 그렇고 그 윗놈들도 그렇고 나를 피할법도 했잖아.

아니. 사실 그러긴 했지. 윤지형 그 인간이 날 거두기 전까지 말이야.

초등학교때 그 배 걷어찬놈 뜯고 나서 다들 진짜 날 무서워 했어.

뭐… 그새끼 부모는 날 소년원으로 보내야 하네 마네 날뛰었지만 결국은 선생들이 뜯어 말렸지.

아마 귀찮았을거야. 괜한 문제 일으키기 싫었을거니까.

그렇게 다들 나를 밀어내고 밀어내고 하더라고.

그렇게 초등학교 졸업 하고 중학교를 갔는데 아 그때부터 또 날리기 시작했지.

소문이 살살 돌았어. 저기있는 저 미친놈이, 김준호 저 미친놈이 자기 쪼인트 깐 놈 목을 물어 뜯었다 막 그렇게 소문이 돌더라고.

편했어. 날 건드리는 놈이 없었거든. 초등학교때나 중학교때나 똑같았지. 처음 몇개월동안은 말야.

그 다음은 말야…. 음…. 그래.

한번은 내 앞자리 앉아있던 놈이 되게 반짝반짝 빛나는 펜을 가지고 있었던거야. 아 너무 탐나더라고.

자기 친구들한테 자랑하면서 이게 생일 선물로 받은거라고, 비싼거라고 막 자랑을 하더라고.

그래서 내놓으라고 했지. 눈깔에 펜 꽂히기 싫으면 내놓으라고.

벌벌 떨면서 싫다고 했지. 그놈은.

뭐. 뻔하잖아. 어떻게 했을거같아? 얌마 박형사. 말 줄이지 말고 니가 말을 좀 해봐.

아 지루한새끼. 그래 뭐 뻔히 안다는거지? 그래 그냥 거기서 바로 그새끼 머리채를 잡고 책상에 내다 박아버렸어.

미친듯이 울더라고. 뭐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네. 그냥 우는 그새끼 두고 펜 가지고 내 자리로 왔지.

딱 보니까 진짜 비싼 펜처럼 보이더라고. 금테까지 두르고말야.

책상에 다리 딱 걸치고 있는데 그 징징이 새끼가 갑자기 오더라고.

야 펜 내놔. 이래. 싫은데? 이제 이거 내껀데? 난 그랬지.

그새끼가 내 멱살을 잡더라고. 내놔 이 개같은… 하면서 나를 딱 잡더라고.

쥐뿔도 없는 새끼가 손부터 올리니까 열받잖아.

그래서 그냥 펜으로 눈을 찍어버렸어. 가져가라면서.

내 책상이랑 온 바닥에 피가 질질 흐르고. 막 그랬었지.

주변에 있던 놈들은 다 놀라가지고 비명을 지르고, 그 비명때문에 애들이 모이고 또 비명을 지르고.

결국은 애들이 막 웅성웅성 모인걸 선생이 봤나봐. 아니나 다를까 달려와서는 참상을 봤지.

결국 학교가 발칵 뒤집혔어.

무슨 선도부 위원회에 뭐에 날 엄청 부르더라고. 쳐맞은 그놈 부모는 날 고소하네 마네 하고 있었고.

근데 그럼 뭐해. 학교만 답답하지. 난 부모님이 없었거든.

뭔 소리야 말이 안맞다니. 위에서 말했잖아.

애비고 애미고 다 날 버려놓고 도망갔는데 애비애미가 어디있어.

어짜피 물어줄 돈도 없었어. 나한테 짜증나게 그러더라고.

자기 애는 뭐 평생 앞을 보지 못할거네 뭐라네 하면서 짜증내고 살인자새끼라고 소리치고 그러더라고.

열받던데? 부모라는 것들이 애새끼나 잘 돌보고 고작 펜대가리 하나가지고 으쓱대는거 못하게 가르쳤어야하는거 아냐.

안그래?

그래서 그냥 그 선도 위원회에서 말야.

내 눈에 보이는대로 그 부모한테 다 집어던지고 나서 위원회 박차고 나왔지.

무능한 새끼들이잖아.

뭐. 근데 어짜피 학교는 날 엿먹이려는 생각이었나보더라고. 그대로 뭐…. 그 부모를 막아주지도 않고 말이야.

난 소년원으로 끌려갔지. 약식 재판에 뭐에 영감님 대면에 뭐에 엄청 많았긴 했거든?

그러면 뭐해. 씨알도 안쳐먹히고 그냥 소년원에 쳐넣는걸.

거기서 윤지형을 만났어.

처음 들어갔을때는 적응은 커녕 엄청 까이기만 했거든.

신삥 왔다고 굴린다고 말하고 말야. 모포로 덮어놓고 지근지근 밟고 말야.

있잖아. 진짜 개같은게 뭔지 알아? 그렇게 씨씨티비가 많은데도 사각지대를 찾든 몸이랑 모포로 가리든 해서

다 팰 공간 만들고 쿠사리 먹일 공간 만들더라고.

상습적으로 들어오는 새끼들이나 소년교도소까지 가게되는 놈들이 제일 거지같아.

딱 보니까 나오지? 어짜피 안좋은 새끼들은 다 안좋아. 안그래?

정상적이지도 않고 저지르는 새끼들은 더 저지른다는 말이지.

교도소고 소년원이고 뭐고 제 역할 해주는거 아무것도 없어.

만약 니들이 말야, 니들이 좀 정상적으로 그런 것들을 굴려가지고 나를 진작에 막거나 했으면 내가 그 많은 썅년들을 죽일 필요는 없었을거 아냐.

봐. 내 잘못이 아니라고. 멍청한 새끼들아. 니들 잘못이지.

결국 날 더 나은 길로 인도해준건 거기 있던 선생들이나 까마귀나 윗대가리들이 아냐.

윤지형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