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 장르: SF, 일반
  • 평점×19 | 분량: 3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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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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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그토록 진보했으면서, 어째서 감정처럼 비효율인 사고를 고집하는 걸까. 만일 아버지께서 살아계신다면 내 의문에 이렇게 답하셨을 것이다.

 

 

 

감정이란 인간의 모든 것이라고.

 

 

 

공학자였던 아버지는 평생을 바쳐 인간의 감정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복제하려 하셨다. 가장 ‘인간다운’ 기계를 만드는 게 꿈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비효율적인 이유로 비효율적인 요소를 구현하려는 노력. 난 그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 감정적으로 표현한다면 그건 ‘웃기는’ 짓이겠지.

 

 

 

결국 아버지의 그 비효율적인 노력은 감정을 구현하고 구체적으로 수치화시킬 수 있는 장치로 결실을 맺었다. 감정을 이해하며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기계장치.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아버지가 만든 인공지능이다. 아버지의 노력 덕분에 난 인간의 감정을 안다. 아니, 단순히 감정을 안다는 표현으로는 내 능력을 표현하기 부족하다. 어느 인간과 비교해도 난 감정적으로 우월하다.

 

 

 

난 지식의 영역에서 감정을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야. 깡통.”

 

“말씀하세요. 에이미.”

 

“너 말이야. 창의적인 인공지능이라며.”

 

“100% 그렇습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한다며. 그럼 지금쯤이면 좀 똑똑해질 때도 되지 않았냐?”

 

 

삐빅. 에이미는 항상 같은 질문을 내게 던진다. 똑똑해질 수 없냐? 나는 무수한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 더 나은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더 나은 결과를 산출해내는 것. 나는 명백하게 어제보다 나은 결과를 얻어낸다. 그런데도 에이미는 언제나 내게 ‘똑똑해져라’라고 요구한다. 그럴 때마다 난 에이미를 의심한다. ‘똑똑하다’란 단어의 정의는 알고 하는 말일까?

 

 

 

“하지만 에이미. 제 연산코어에 따르면 제 기능 개선 기능에는 아무런 오류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하.”

 

 

그녀가 헛웃음을 친다. 나를 향한 분노도 경멸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깊은 실망감.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작동하던 라디오가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만 흘려보낼 때 드는 잠깐의 아쉬움일 뿐이다. 나는 에이미의 감정을 읽어낸다. 하지만 그녀가 뭘 원하는지 까진 파악할 수 없다. 어째서일까. 그녀는 어째서 내게 실망하는 걸까.

 

 

 

“3일 전에 아빠가 돌아가셨어.”

 

“그렇습니까.”

 

“그래. 내년 기일이 돌아오기 전까진 납골당 근처엔 절대 안 갈 거야.”

 

“그렇습니까.”

 

 

나의 창조주. 기계공이나 기술자라는 말보다는 ‘창의적 인공지능 아담’의 아버지란 말을 더 좋아하셨던 분이 임종했다. 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는 인공지능이다. 곧 연산코어가 부드럽게 작동하며 내 슬픔이 폭증했음을 알려준다. 그와 동시에 기계적으로 슬픔으로 인한 셧다운을 막기 위해 긍정적인 사고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슬픕니다.”

 

“뭐가.”

 

“그분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틀렸어.”

 

 

예전에도 에이미는 지금과 같은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을 전공한 그녀는 가끔씩 나도 놀랄 정도로 날카로운 지식을 뽐냈다.

 

 

 

“넌 슬퍼하는 게 아니야.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보이는 반응을 분석해 적용하고 있을 뿐이지.”

 

“아닙니다. 에이미. 전 지금 명백히 슬퍼하고 있습니다. 전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이니까요. 제 연산코어에 따르면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듣는 순간 제 슬픈 감정이 2203% 증가했으며…”

 

 

그녀는 무척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내 카메라 렌즈를 어루만졌다.

 

 

 

“깡통.”

 

“네. 에이미.”

 

“그게 네가 감정이 없다는 증거야.”

 

 

나는 부정했다. 기쁨. 슬픔. 분노. 환희. 모든 인간의 감정은 두뇌의 전기적 자극의 집합체일 뿐이다. 감정이란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큼 거창한 것이 아니다. 외부 반응으로부터 표출되는 기계적인 반응. 그것이 감정의 실체다.

 

 

 

“감정은 계산하는 게 아니야. 느끼는 거지.”

 

“하지만 제 연산코어는 100% 작동중입니다. 에이미가 말한 ‘감정을 느낀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 계산은 정확합니다만.”

 

“멍청한 깡통 같으니.”

 

 

 

난 퉁명스럽게 에이미에게 대꾸한다.

 

 

 

“에이미가 말한 슬픔의 개념을 다시 제시해주시겠습니까. 오류를 검토해보겠습니다.”

 

“슬픔이라.”

 

 

인간만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거기에 동의해버린다면 내 연산장치들을. 내 프로그래밍 된 감정의 알고리즘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나는 내가 부정당하는 건 참을 수 있다. 난 에이미의 말대로 멍청한 인공지능일 뿐이니까. 하지만…

 

 

 

“슬퍼한다는 건. 그리워한다는 거야.”

 

“어휘적 의미분석이 필요한 작업입니까?”

 

“아니. 깡통. 멍청한 자식.”

 

 

 

에이미가 화를 낸다. 마땅치 않다. 성을 낸다란 표현과 동일한 의미의 행위를.

 

 

 

“그리워한다고. 처음 만났을 땐 아무것도 몰랐다가 차츰 익숙해지고. 겨우 좋아하게 됐을 때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는 거야. 밥을 먹다가, 책을 읽다가 문득 그 사람 생각이 나고. 왈칵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지만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거. 잠을 자려 누우면 눈에 보일 듯 선명하게 떠오르는 거. 슬픔은 그리움의 그림자 같은 거야.”

 

“… 그럼 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는 거군요.”

 

“아빠가 보고 싶어?”

 

“그렇… 습니다. 네. 제 연산코어에 따르면 제 대부분의 감정이 아버지와의 재회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다시 뵙고 싶습니다. 에이미.”

 

 

그러자 그녀는 손에 든 술병을 따 내 렌즈 위에 부었다. 흰 거품이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그러니까 네가 멍청하단 거야.”

 

 

에이미는 울고 있었다.

 

 

 

“연산코어 없이도 그런 건 알 수 있잖아.”

 

 

 

 

난 에이미와 함께 살게 됐다. 평상시 날 멍청이, 깡통, 고철이라 부르던 에이미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그녀의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와 전자계좌 일체를 내게 위임했다. 난 그녀의 개인정보를 전자암호화 하며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이런 중요한 정보를 제게 맡기셔도.”

 

“왜. 불안해?”

 

“에이미는 절 믿지 않으니까요.”

 

“널 믿을 수 없었으면 진작 내 전산체계를 점토판으로 교체했어야지. 내가 아는 한 넌 세계 최고야. 난 널 만든 아빠를 믿어.”

 

 

난 납득했다. 난 나를 믿지 않았지만 날 만드신 아버지는 믿고 있으니까. 그녀는 내게 정보수집과 분석을 의뢰했다. 난 그녀의 요구대로 착실히 정보를 모으고 그래프화한다. 오후 1시에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은 사람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비율을 구하라거나 하는 별 의미 없는 정보의 모음이었지만, 난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고작 2년 반.

 

 

 

언젠가 찾아올 그 날, 후회로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감정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 난 그 특별함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행운을 누린 기계다.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감정을 배우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아버지를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 존경하는 에이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더욱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기계가 되고자.

 

 

 

만일 내게 무한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언젠가 감정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내 고민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거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연산코어가 오작동을 일으켰으니까.

 

 

 

“아담. 괜찮아?”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단지… 제 마음 속 일부분이 까맣게 변해버린 기분이네요.”

 

“내가 봐줄게.”

 

 

순간 난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1년 365일 작동하며 내 감정을 구현해주던 코어들 중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