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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올라탄 인섭과 진철은 긴장감에 얼굴이 굳어있었다.

 

시동을 걸고는, 길을 따라 차고지를 벗어나던 인섭은 진철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니, 창신동쪽에 무슨 일이 터졌길래?”

 

서류를 다시 펼쳐 세세하게 읽고 있던 진철은 열이 받는지 모자를 벗어서는 뒷좌석으로 휙 던졌다.

 

“창신동 쪽에 산사태가 터져서 동네 하나가 매몰이 됐는데, 거기서 감염자 몇명이 발견 됐나봐. 묻힌데서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어서 창신동 대응팀이 갔다고 하네.”

 

서류를 한장 넘긴 그는 눈으로 휙휙 줄을 거쳐가고 있었다.

 

“근데 이게 지금… 그 감염자들이 흘러나온 위치도 모르고, 매몰가정들이랑 섞인 상태라 상당히 상황이 힘들다고 보고가 올라왔어. 일단 경찰 도움으로 사람들은 전부 지역에서 뺀 상황이고.”

 

인섭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상황이 그러면 우리가 아니라 사후관리 애들이랑 격리계 애들한테 연락하는게 맞지 않나?”

 

“음… 그게 지금 좀 복잡한게…”

 

진철은 다시 서류 한장을 넘겼다. 사진이 가득한 페이지들이 보고서의 뒤를 따랐다.

 

“일단 드러난 두셋만 죽인 상황이고, 매몰된 집이 많아서 감염자가 있는 곳을 특정하지 못한다네. 그리고 주민 몇명이 경찰한테 이야기를 했다는데, 감염자 숨겨둔 집이 몇집 더되는거 같아.”

 

“하… 씨…”

 

“그리고 창신동 얘네도 완벽 처리를 한게 아니라 그냥 시체를 한시간정도 방치해뒀다고 하더라고. 감염자 은닉 장소 수색하면서 땅만 푹푹 쑤시다가, 한시간 뒤에 수습을 했다네.”

 

신호에 걸린 잠깐의 시간, 인섭은 뒤쪽 트렁크쪽을 돌아봤다. 충분한 기구가 있나 대충 눈으로 훑어 본 인섭은, 신호를 따라 차를 서서히 몰아갔다.

 

“가면 바쁘겠네. 지금쯤이면 한둘 더 기어 올라왔겠는데?”

 

“그렇지.”

 

인섭은 불안감에 핸들을 툭툭 치기만 했다. 힐끗 옆으로 흘겨본 보고서 사진속 시체들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어 팔다리가 반쯤 떨어진 시체들도 보였고, 산탄총에 머리가 없어진 시체도 보였다.

 

또다시, 그의 머리속에서 팔에 새겨진 자해의 흔적이 떠오르고 있었다.

 

 

 

 

 

 

길가를 따라 운전하며 동쪽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건물들의 높이가 낮아지고 있었다.

 

마천루들로 가득한 시내를 지나, 두세층 정도 높이의 상가들을 거치고 나니, 점점 단층 건물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벽에 낀 이끼들은 길을 따라가며 점점 그 넓이가 넓어지고 있었고, 빨간 벽돌들이 많이 보이고 있었다.

 

코너를 돌아 약간 경사진 곳을 따라 차를 몰아가자, 예전에 없어진 줄 알았던 파란 슬레이트 지붕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백미터정도 앞,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인섭은 천천히 차를 세웠다.

 

“선생님, 현재 위기지역으로 현장 통제중입니다.”

 

경찰이 경광봉을 들고 다가오며 말했다. 인섭과 진철은 목에 걸어뒀던 공무원증을 꺼내어서는 창밖으로 내밀었다.

 

다가오던 순경은 창밖으로 흔들거리는 플라스틱 신분증을 보고는 창가로 다가왔다.

 

“긴급대응계 1팀입니다. 연락 받으셨죠?”

 

인섭은 신분증을 경찰 앞으로 살짝 밀어주고는 다시 옷속으로 집어넣었다.

 

경례를 건넨 순경은 경광봉을 흔들어 두 사람의 차를 유도했다.

 

수많은 경찰차들 사이에 정차한 두 사람은, 내리자마자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순경을 지나쳐 트렁크로 향했다.

 

트렁크 문을 열고 방호복을 챙겨입기 시작한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사내들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멀쩡하게 보기도 힘든지 두 사람은 얼굴을 살짝 구겼다.

 

“긴급대응팀 맞죠?”

 

똑같은 방호복과 산탄총을 들고있는 세 남성은, 비에 쫄딱 젖어있었다.

 

“네. 창신동 대응팀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진철은 짜증이 섞인 채로 산탄총을 집어들고 장탄량을 확인했다.

 

“상황 설명 해주세요!”

 

인섭은 산탄총 앞쪽에 라이트를 달고는 이리저리 껐다 키며 확인했다. 날이 흐려 빛마저 없으면 수색조차 힘들듯 보였다.

 

서로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일단 아침부터 하나 둘씩 스물스물 기어 올라는 오는데, 보이는 족족 다 따고는 있습니다! 근데 매몰된 집들이 너무 많아가지고! 경찰분들 도움 받아서 추정지역은 일단 파보고 깃발 꽂아놓고 있습니다!”

 

진철은 신경질적으로 산탄총 탄환을 홀더에 꽂아넣기 시작했다. 그는 인섭과 자신을 멀뚱멀뚱하게 바라보는 지역 대응팀에게 물었다.

 

“시체 방역이나 격리는 안하십니까?”

 

인섭은 가늠쇠에 낀 흙덩어리를 살짝 닦아냈다. 습한 날씨에 쇠에 녹이 슬었는지 빨간 먼지가 손에 같이 묻어나왔다.

 

“지금 인원도 인원인지라 무리가 있습니…”

 

“확산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지금!”

 

진철은 버럭 화를 냈다. 감염자의 피가 바닥으로 흐르는 것 만으로도 위험요소가 상당했다.

 

섭취를 통한 경구감염이나 소화기를 통한 감염은 없는 것이 판명이 났다고 하더라도 어떤 위험조차 남길 수 없었다.

 

“아니, 그럼 당장 감염자 서넛이 손들고 같이 나오는데 뭐 어쩌란말입니까?”

 

“죽이자마자 바로 백에 넣어야 하는걸 모르시는거 아니잖습니까!”

 

“아이씨… 그걸 어떻게 이 인원으로 전부 합니까? 그래도 저희 나름대로 빨리 하려고 노력 한겁니다!”

 

세 사람중 앞에 서있던 남성이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의 바짓단은 이미 진흙에 잔뜩 절어 황토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긴급팀 하나밖에 안오신겁니까? 이거로 뭐 어떡하시려구요?”

 

그는 얼굴로 마구 흘러내리는 빗물을 닦으며 말했다.

 

“가용팀이 우리밖에 없는걸 어떡하란 말입니까 그럼!”

 

진철은 열이 받쳐 멱살을 잡으려는 듯 확 다가갔다.

 

세 사람은 살짝 뒷걸음질 쳤다. 산탄총을 들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진철의 모습에 당황한 셋은 몸을 살짝 움츠렸다.

 

“일단 사태 확산부터 막고, 그렇게 합시다. 그렇게 좀. 거 같은 일 하는 사람들 끼리 뭘 시작부터 으르렁대고 그래요.”

 

인섭은 얼굴을 구기지 않으려 최대한 무표정하게 답을 했다. 하지만 산탄총을 메만지고 있는 그의 손에는 힘줄이 불거져 있었다.

 

트렁크를 힘주어 닫은 그는 모자를 대충 눌러쓰고 무전기를 진철에게 건넸다.

 

“이거 좀 받아주십쇼.”

 

시체를 담을 더플백을 창신동 팀에 건네준 인섭은 같은 더플백이 들어있는 배낭을 짊어졌다.

 

우의조차 입을 시간이 없었다. 오히려 걸리적댄다면서 방호복만 갖춰 입은 대응팀들은 토사가 잔뜩 무너진 동네로 조심스레 걸어들어갔다.

 

산탄총을 꽉 붙잡은 인섭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방아쇠를 당장이라도 당길 것처럼 손가락을 움찔움찔 거리고 있다.

 

 

 

 

 

 

발 하나 떼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진흙들이 비와 잔뜩 섞여 뻘바닥이 되어 있었다.

 

”아… 미치겠네 진짜…”

 

발을 힘겹게 뽑아내는 진철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쯔억쯔억 소리를 내며 걸어오던 그는 신발 밑창을 살짝 들어봤다.

 

신발은 진흙이 엉겨붙어 황토색으로 변해있었고, 한발짝 한발짝 내딛을때마다 발등까지 푹푹 빠져들어간다. 군화와 비슷한 방호용 신발이라 흙이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걸음 하나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