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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인섭은 멍하니 숟가락을 들고는 밥을 푹푹 찌르고만 있었다.

 

사무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왔지만, 몸에서는 아직 썩은 철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야, 왜 안먹어. 왜이리 넋이 나갔냐?”

 

진철은 인섭의 앞접시에 고기를 한점 놔주며 말했다.

 

진철의 젓가락이 쑥 들어왔다 빠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던 인섭은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뒀다.

 

그는 물을 한모금 하고는 가글가글거리기만 했다.

 

“야, 윤인섭 왜그래. 밥이라도 먹어야 힘이 나지.”

 

불백을 크게 한쌈 입에 넣고 씹던 진철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인섭을 바라봤다.

 

“그냥.”

 

“그냥은 무슨… 야, 그래도 큰맘 먹고 사주는건데 니가 그렇게 깨작깨작하면 내가 더 미안하잖아.”

 

진철은 밥 한숟가락을 푹 떠서는 인섭쪽으로 내밀었다.

 

앞에서 흔들흔들 거리는 밥 한술을 본 인섭은 피식 웃음 짓고는 다시 숟가락을 집어들었다.

 

“그래… 그래, 먹어야 살지…”

 

그는 옆에 상추 하나를 집어들곤 밥을 한움큼 떠 얹었다. 갓 구워 나온 연탄 불고기를 얹고 쌈장을 조금 끼얹어서는 바로 입으로 우겨넣었다. 인섭의 볼이 불뚝 튀어나와 보였다.

 

진철은 흡족한듯, 살짝 미소를 짓고는 다시 젓가락을 부딪혔다.

 

“야, 얼굴 좀 펴. 그런 모습 본게 뭐 한두번이야?”

 

“아냐 그런거…”

 

“아니긴 뭐가 아냐 등신아, 지금 밥도 제대로 못넘기고 있구만.”

 

씹는것조차 힘겨워보이는 인섭의 모습에 진철은 밥 위에 무 말랭이 하나를 얹어 줬다. 조금이라도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에 반찬을 올려줬지만, 각진 말랭이는 퍼먹은 밥 사이로 굴러 떨어지기만 했다.

 

“그냥 역겨워서.”

 

인섭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떤게?”

 

“돈 이야기 하는거.”

 

“아효…”

 

진철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냐, 그냥 그런거 다 들어줘야지 뭐…”

 

“야, 그래도 사람이 죽었잖아. 사람이 죽었는데…”

 

인섭의 한마디에 진철은 머리를 긁고는 젓가락을 내려놨다. 그는 안주머니를 살짝 뒤지고는 담배를 하나 꺼내물려고 했다.

 

“금연구역이다.”

 

“아, 맞다…”

 

그는 황급히 담배를 안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듯 테이블 위를 둘러보다 물잔을 집어든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지… 사람이 죽었지… 근데 뭐 어떡해.”

 

물을 한모금 마신 진철은 컵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봤다. 웃음을 짓고 서로 떠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도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 머리속에는 그런거밖에 없는건데 뭐. 우리가 그 사람들 머리까지 뜯어 고칠수 있는건 아니잖아.”

 

진철은 멍한 눈으로 밥상만 바라봤다.

 

“어쩔수 없지… 어쩔수 없어…”

 

눈을 살짝 감고 고개를 이리저리 저은 그는 다시 젓가락을 집어들고는 고기를 우겨넣었다.

 

“그래도… 그래도 관심 하나 조금 보여줬으면. 그러면 그 사람이 그렇게 됐었을까.”

 

인섭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숟가락 끝이 힘없이 달랑거리기만 했다.

 

“차라리 빨리 연락을 줬으면, 그 사람을 도와줄수 있었을거 아냐. 보건소랑 연계하는 프로그램 다 만들어놨더만 아는 사람도 없고… 쓰는 사람도 없잖아.”

 

“그러게 말이다…”

 

침울한 두 사람의 옆쪽 창가, 마른 하늘에 천둥만 치고 있었다. 귀를 찢는 듯한 폭음이 두 사람의 말소리를 묻어갔다.

 

“안죽어도 되는 사람이었는데…”

 

인섭의 나지막한 푸념은 서서히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에 흩어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는 얼굴을 펼수조차 없었다. 팔이 너무나 무거웠다.

 

애써 힘을 내보려고 팔에 힘을 꾹 줬지만, 이내 힘이 빠져 축 늘어진채로 핸들만 돌리고 있었다.

 

터벅대는 걸음으로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그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피곤함에 얼굴을 이리 쓸어내리고 저리 쓸어내렸지만, 그는 숨을 쉬는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딸깍. 어둡고 습한 방에 불이 켜졌다.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방 바닥을 밟는 발바닥에선 쩌억대는 소리만 들려왔다.

 

가방을 휙 던진 인섭은 방 구석에 있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1층 원룸에 사는 터라 습도가 미친듯이 올라왔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는 팔로 눈을 가리고는 힘겹게 몸을 누였다. 눈을 애써 가리고 빛을 보지 않으려 했다. 눈을 뜨는것 조차 힘겨웠다.

 

눈을 감으면 또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터져나온 머리, 꿈틀거리는 시체, 흩어진 피의 조각들과 방울들, 어둑어둑한 방이 또다시 머리속에서 펼쳐졌다.

 

문을 벌컥 열었을때 삐져나온 팔에는 자해흔이 가득했다.

 

칼을 이용했든 손톱으로 마구 긁었든, 시체의 팔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한숨이 푹 올라왔다. 아무리 고개를 젓고 눈을 꿈뻑거려도 사라지지 않는 잔상이 그의 눈 앞에 안개처럼 뿌옇게 뿌려져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지워보려 아스피린을 몇알 털어넣은 그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

 

눅눅한 바닥의 습기가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인섭은 또다시 잠을 설쳤다. 눈에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은 그의 어두운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시청에 출근을 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그의 어깨에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어우, 윤주사, 왜이리 몸이 반쪽이야?”

 

“아… 과장님.”

 

남성은 인섭에게 피로회복제 한병을 건넸다.

 

“거 참… 쉬라고 해도…”

 

인섭의 어깨를 두드린 그는 서류철을 한아름 들고는 자신의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서류철을 뿌리듯 내려놓은 남성의 자리 앞에는, 현장대응과 고익현 과장이라는 명찰이 붙어있었다.

 

“윤주사 어제 퇴근직전까지 현장 나갔다 왔잖아. 그냥 좀 들어가서 쉬지 그래?”

 

고과장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인섭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인섭은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복을 마저 입고 모자를 가지고는 자신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보고서가 조금 밀려가지구요. 오늘은 사무실에서 보고서만 빡시게 쓰다가 들어가겠습니다, 과장님.”

 

“에헤이… 그래도 여기 있다가 긴급출동 떨어지면 어떡할라고?”

 

“그럼 뭐… 갔다 와야죠.”

 

인섭은 컴퓨터를 켰다. 먼지가 가득 쌓인 그의 컴퓨터는 굉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과장은 쩝 하며 인섭을 살짝 쳐다보고는, 다시 자신의 서류더미를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안경을 살짝 내려 쓴 그는 무심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정 안되면 다른 가용인원 부르면 되니까, 좀 쉬라면 쉬어라 인섭아.”

 

“아… 음…”

 

인섭의 화면이 켜지고, 귀퉁이에서 다섯사람이 웃으며 찍은 사진이 인섭 눈에 들어왔다. 그는 사진 언저리에서 마우스 클릭을 두어번 하고는 눈썹을 으쓱했다.

 

“그러면 보고서만 적당히 마무리 하겠습니다.”

 

“거 고집 하고는… 참… 알았어. 무리만 하지 마.”

 

“네, 과장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