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빨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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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쉬는 흙바닥 위에 가만히 앉아 몸을 웅크리고, 머리 위로 오가는 고성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어른 둘이서 라제쉬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여자는 라제쉬를 사고 싶어 했고, 남자는 라제쉬가 자기 조카이며, 아무렇게나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금화 열 닢이라면 모를까.”

남자는 라제쉬를 팔아 한 재산 톡톡히 챙길 생각인 것 같았다.

라제쉬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먹을 것을 훔치러 마을에 들어갔을 때 몇 번 보았던 남자였다. 남자의 곁에 서 있는 아이는 어제 저녁 라제쉬에게 팔을 물어뜯긴 남자애였다. 매일같이 라제쉬를 따라다니며 도깨비 년이라느니 괴물 계집애라고 놀려대었다. 라제쉬가 항의하려고 입을 열면 어눌한 말들이 튀어나왔고, 그 때마다 남자애는 왁 하고 웃었다.

물어뜯은 건 어제 한 번뿐이었는데. 라제쉬는 아랫입술을 찌르는 송곳니를 혀로 밀어보았고, 송곳니가 흔들리는 것 같아 더욱 초조해졌다. 눈앞의 여자가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흥정을 멈춘 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여자가 갑자기 남자애 쪽으로 몸을 구부렸다. 남자애는 흠칫 놀라며 한 발짝 물러났다. 라제쉬는 둘을 힐금거렸다. 어제 라제쉬에게 물린 남자애의 팔이 퉁퉁 부어 있었다.

“네가 쟤 오빠야?”

여자의 목소리는 독특할 만치 낮았다. 남자아이가 즉시 소리 질렀다.

“쟤는 내 동생 아녜요! 우리 동네 바깥쪽에 사는 괴물딱지라고요.”

아이 아버지가 입을 막으려고 했을 땐 이미 늦어있었다. 여자가 차분하게 몸을 일으켰다.

“아까 나에게 저 애는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했지?”

아이 아버지는 낭패한 낯이었다.

“의사 부를 돈이나 줘.”

아들자식 팔이 썩어 들어가게 생겼는데. 투덜대는 남자 쪽으로 동전 한 닢을 던진 후에, 여자는 라제쉬에게 눈길을 주었다. 라제쉬는 벌떡 일어나 뒷걸음질을 쳤다. 가까이에서 보니 남자아이가 왜 눈앞의 여자를 보고 겁을 집어먹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여자는 그들의 뒤로 투덜거리며 멀어져가는 아이의 아버지보다도 키가 컸고, 얼굴빛이 어두운데다 눈매는 날카로웠다. 등 뒤엔 천으로 둘둘 말린 길고 무거운 어떤 것을 매고 있었는데, 아마 칼이지 싶었다.

라제쉬는 여자가 제게 이름을 물어볼까봐 걱정이 되었다. 라제쉬는 제 이름을 똑똑히 발음할 수 없을 것이고, 키 큰 여자가 제 목소리를 듣곤 웃음을 터뜨릴 것이었다.

라제쉬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 여자는 이번엔 라제쉬의 입을 들여다보았다.

“입이 이래갖고 말은 제대로 하나.”

라제쉬는 터질 뻔한 울음을 꾹 눌렀다. 여자의 목소리는 마을의 여자들이 제 자식들을 부를 때 내는 그런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을 아이들이 저에게 돌을 던질 때 내는 그런 목소리도 아니었다. 여자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무감동했다. 그 목소리가 라제쉬에게 알 수 없는 용기를 주었다.

라제쉬는 여자의 손을 제 쪽으로 잡아끌었다. 여자의 눈에 의아한 빛이 어렸다. 라제쉬는 여자의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뒤집고, 거기에 가위표를 쳤다. 라제쉬는 여자의 손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단하고 마디가 굵은 손이었다.

여자는 잠시 라제쉬의 손가락이 지나간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귀는 멀쩡하구나. 글자 쓸 줄 알아? 이름은 있고?”

라제쉬는 망설였다. 당연히 읽고 쓸 줄은 몰랐고 이번엔 여자의 손바닥을 쓸 수 없었다. 제 입을 써야했다. 결국 몇 번 입속말로 중얼거리다 목소리를 내었다.

“라제쉬.”

라제쉬는 갈라진 제 목소리가 신경 쓰였다. 그러나 여자는 라제쉬의 목소리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단지 라제쉬의 이빨만을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나랑 같이 가자.”

따뜻하고 거친 손이 라제쉬의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