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4화 – “가는 날이 장날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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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 옆집이요. 하숙집 맞은편.”

“그 집이 왜?”

“일단 숙소로 가요. 가서 말씀드릴게요.”
 

 

안개비 추적거리는 밤하늘 아래로 돌개바람이 간간히 창문을 채찍질 했다. 겨울 한기가 기어들어와 방안 구석구석에 냉기가 감돌았지만 난방시설은 작동되다 말다 오락가락했다.

 

개업 이래 한 번도 안 빤 것 같은 카펫 위에 스프링 들쑥날쑥한 싱글침대 두 개가 빌붙어 있고, 원목 탁자는 무심코 걸터앉았다가 부러질 듯한 삐걱거림에 놀라 후다닥 일어서야 할 만큼 낡아빠졌다. 심지어 두 사람 손에는 피시앤칩스마저 들려 있었다.

 

예산 초과 때문에 만찬을 즐길 처지가 못 되니 별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그저 동네 가게에서 파는 저렴한 포장 음식으로 연명해야 한다.

 

다행히 독과 강에게는 열악한 처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생선과 감자라 불리는 몇 가피를 건성으로 씹어 삼키며 대화에 열중했다.

 

“그러니까 수진이가 아까 그 이웃집 남자랑 친했단 말이지.”

 

“그 남자가 수진 씨한테 청소 아르바이트도 소개해 줬대요.”

 

“혼자 사는 놈이라고?”

 

“네. 왠지 냄새가 나요. 성범죄자 놈들 프로파일링 보면, 대부분 독신에다가 음침한 구석이 있잖아요.”

 

“흠.”

 

“하숙집 아줌마가 수진 씨한테 들은 마지막 말이 친구랑 런던에 놀러간다는 말이었다는데, 수진 씨가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라고 해봐야 영어 학교 학생들뿐이었다면서요.”

 

“그랬지. 그리고 수진이 아버지가 학생들한테 물어봤다고 했어. 수진이랑 런던 간 사람은 영어 학교 학생들 중에는 없었대.”

 

“그럼 한 명만 남은 거죠. 이웃집 남자. 확실히 촉이 온다니까요.”

 

“그 남자 이름이 뭐지?”

 

“대니얼 스미스요.”

 

“만나봐야 할 텐데. 만나줄까? 진짜 구린 게 있다면 우릴 만나줄 리 없잖아.”

 

“영국경찰이 탐문한 적은 있대요. 스미스랑 친했다는 얘기를 아줌마가 경찰한테도 말했다네요. 뭐, 경찰은 그 집 가서 ‘수진 리 본 적 있냐’ 그 정도 질문만 했다고 하고.”

 

“용의자가 아니라 단순 목격자로 탐문 간 거구만.”

 

“실종자가 자국민이었다면 그렇게 안 했겠죠. 초짜가 봐도 용의자 1순윈데. 쳇.”

 

승주는 감자 쪼가리를 화풀이 삼아 씹어 짓이겼다.

 

“잠복근무했다가 미행이라도 해볼까요?”

 

“글쎄.”

 

“렌터카 신청할까 봐요.”

 

“국제면허 없잖아.”

 

“아, 참.”

 

두 사람은 다시 침묵했다. 생각에 잠겨 서성이던 승주가 다시 독 소장 앞에 마주 앉았다.

 

“우리가 온 이유를 그 아저씨가 모르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실종사건도 흐지부지된 상황이고, 이제 다 끝났겠거니 안심하고 있을 텐데 우리가 짜잔 나타나 봐요. 증거 인멸 기회나 주는 꼴이죠.”

 

“하지만 스미스를 직접 만나지 않고는 진전이 안 될 텐데.”

 

“만나긴 해야겠죠.”

 

“무슨 명분으로 만난다지?”

 

“그냥 관광객이나 뭐 그런 걸로.”

 

“그 집도 민박해?”

 

“팻말 안 보이던데요.”

 

“그럼 관광객인 양 찾아가는 것도 뭣하잖아.”

 

“처음에는 집을 잘못 찾았다거나 하면서 안면 트는 거죠. 그리고 여동생이 혼자 지낼 홈스테이를 찾으러 다니는데 이 동네가 위치가 참 좋은데 하면서 썰을 풀다 보면, 그쪽에서 관심 좀 갖지 않을까요. 범인이 맞다면, 당연히 관심 보일 것 같은데.”

 

“뭐,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 그렇게 해 보자.”

 

두 사람은 남은 음식을 마저 해치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는데, 신경이 예민해져 과연 잠이 올까 싶었지만 비행기에다 택시비까지 써대며 여독 마일리지를 잔뜩 쌓아놓은 터라 불편한 침대 위에서도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칼바람이 창문을 치는 소리에 독 소장이 먼저 깼다. 누렇게 바랜 레이스 커튼 너머로 서리 낀 햇살이 얼비쳤다. 여전히 한밤중인 승주는 등짝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